로봇이 옷 봉투 집어 비닐백에 쏙… 택배포장 ‘열공’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광운대 누리관의 로봇제어실험실은 물류 운송·택배 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미니 물류 센터’ 같은 모습이었다. 자동 택배 포장 기계 오토 배거(Auto Bagger)가 설치됐고, 그 옆 작업대에 투명 비닐에 쌓인 옷이 놓였다. 기계 앞에는 국내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로브로스’의 인간형 로봇 ‘이그리드-C’가 서고, 그 뒷편에 AR(증강현실) 헤드셋과 원격 조종기를 허리와 손목에 찬 연구원이 서 있었다. AR 헤드셋은 로봇 카메라가 보는 시야와 작업 정보를 현실 공간 위에 겹쳐 보여주는 장치. 연구원이 로봇의 시점을 보며 몸 동작을 전달해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원격 조종 학습’ 현장이었다.
오토 배거가 폴리백(작은 물건용 비닐 포장재)을 배출한 뒤 바람으로 입구를 벌려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고정했다. 연구원을 따라 로봇이 상반신을 돌려 선반 위 의류를 집어 들었다. 로봇이 이를 폴리백 안에 넣고 밀봉 버튼을 누르자 기계가 자동으로 봉투를 봉합했다.

◇물류 현장 ‘마지막 1m’ 메울 기술
이그리드-C는 하루 20~30번씩 원격 조종을 따라하며 폴리백 포장 과정을 배우고 있다. 염홍규 롯데글로벌로지스 테크혁신팀장은 “휴머노이드에게 다양한 색상·형태의 물건을 쥐어 직접 폴리백 속에 집어넣는 동작을 학습시키는 중”이라며 “2029년 현장 투입이 목표”라고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작년 9월부터 로브로스, 광운대·경희대·서강대 연구진과 손잡고 산업통상부의 국책사업인 ‘AI 휴머노이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범용 휴머노이드에게 물류 현장 업무를 섬세하게 학습 시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맥스(M.AX·Manufacturing AX) 얼라이언스’의 일환이다. 기업, 학계가 협력해 제조 현장에 필요한 AI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롯데 진천 풀필먼트센터에 투입할 휴머노이드 개발이다. 진천 풀필먼트센터는 입고·보관·피킹·배송까지 거의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하지만 상품을 집어 박스나 비닐포장재에 넣는 등이른바 ‘마지막 1m’ 구간은 사람이 하고 있다. 이 작업은 기계에 손이 끼는 등 안전 사고 위험이 따르고 5~6초 마다 단순 동작을 반복해야해 피로감이 높다.
◇2029년 투입 목표
집게나 흡착 장치를 쓰는 기존 산업용 로봇은 크기나 형태가 들쑥날쑥한 물건들을 하나씩 집어 이동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사람 같은 몸을 갖추고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상황에 맞게 잡고 조작할 수 있다. 기존 물류 센터는 사람의 동선과 눈높이에 맞춰 설계돼 있어, 별도의 대규모 설비 개조 없이 현장에 즉시 투입하기에는 인간형 로봇이 가장 유리하기도 하다.
이그리드-C는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보다 크기가 작아 좁은 물류 환경에 적합하다. 다섯 손가락 구조에 31개 관절을 갖춰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반면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고, 사람처럼 보고 판단해 움직이도록 학습시키는 기술 난도가 높다.
박수한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휴머노이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규제 장벽이 높지만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 혁명, ‘피지컬AI 및 부품’이라는 신사업 개척으로 일자리 창출 등 국민 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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