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강제하는 나라 없어” vs “주주가치 높이는 확실한 방법”
여당이 주도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임박하면서 찬반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기업이 자기 돈으로 사들인 자사 주식(자사주)은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학계 등의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기업 사냥꾼에게 꽃길을 깔아주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반대했다.

―왜 반대하나.
“자사주는 소각할 수도 있지만, 인수·합병(M&A)에 활용하거나 회사 직원에게 보상용으로 쓸 수 있다. 코스피 5000은 이미 달성했는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관성적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올라 주주에게 이익 아닌가.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가 올라간다는 데 아무런 근거가 없다. 기업이 갖고 있던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팔면 주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신주 발행이 모두 주가를 낮춘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유상증자를 금지해야 자본 시장이 발전한다는 말도 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이 있다.
“빅테크들은 인수할 때 현찰과 신주, 자사주를 섞어 쓴다. 그런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장하는 측은 빅테크의 자사주 활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도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델라웨어주는 자사주를 ‘금고주’로 보유하고 언제든 다시 유통할 수 있게 한다. 소각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권 안정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 나쁜 일이 절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한 것은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면서 과거 경영권 방어 수단인 상호출자나 순환출자를 불법화했기 때문이었다.”
―바람직한 자사주 정책은.
“매입을 하는데 일정 부분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기업이 자사주 소각과 활용을 택하면 된다.”
이남우 한국 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모든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찬성했다.
―자사주 소각을 왜 해야 하나.
“주주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0주 중 자사주 1주를 소각하면, 내가 가진 1주의 가치는 10분의 1에서 9분의 1로 커진다. 그런데 자사주를 사놓고 소각하지 않으면 현금만 나갈 뿐 주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없다.”
―모든 기업이 무조건 소각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전체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면 안 해도 된다. 성장 기회가 많고 설비 투자가 시급한 곳은 자사주를 활용해 확보한 자금으로 회사를 키우면 된다. 다만 성장이 정체된 금융업이나 현금이 넘쳐나는 기업은 이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 그런데 상당수 한국 기업이 투자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자사주를 쌓아두고 경영진이 필요할 때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신뢰의 문제다. 미국 기업들은 법적 의무가 없어도 매입한 자사주의 80~90%를 자발적으로 소각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자사주를 사놓고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쓴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이 자사주를 산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게 되지 않나.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대주주의 지분율도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런데도 경영진이 소각을 꺼리는 건, 돈 한 푼 안 쓰고 회사 자원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목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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