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 밥도 못 씹어" 끔찍한 실상…교도관들의 전쟁
<앵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정시설 재소자가 급증하는데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실태 그제(10일) 보도해 드렸습니다. 결국, 난동은 반복되고 교정 효과까지 떨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이 모든 상황을 몸으로 막아내고 수습하는 건 교도관들입니다. 온갖 폭행과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힘든 건 교도관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라고 말합니다.
안희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운동장을 걷다 얼굴을 강타당하고, 순식간에 머리채가 쥐어뜯깁니다.
흉기를 든 재소자에 경고하지만,
[교도관 : 손에 든 것 내려놓으세요, 내려놓으세요.]
소용없습니다.
급증하는 정신질환 재소자들의 난동에도 교정시설 내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고 막아내는 건 오롯이 교도관들의 몫입니다.
[최장훈/서울구치소 교도관 : (턱을 맞아서) 15일 동안 밥을 못 씹은 적도 있었고요. 하루하루가 영혼이 갈려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매일매일 전쟁을 치른다고….]
업무 강도는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4년간 교도관에 대한 폭행은 50% 넘게 늘었고, 고소·고발에 6천800명이 시달렸습니다.
[최용욱/서울남부구치소 교도관 : 몽둥이에 머리를 맞아서 그 트라우마가 좀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머리로 손이 먼저 올라가고….]
매년 평균 10명의 교정 공무원이 일하다 숨지는 가운데 교도관들의 자살시도는 일반 성인의 4.8배에 달합니다.
교정시설 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질환 재소자에 더해 교도관 상담까지 맡고 있습니다.
[이한성/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교도관 역시) 폐쇄된 공간에서 폭력적인 장면에 많이 노출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심각한 불안, 공황 증상처럼….]
군·경찰·소방과 함께 4대 제복 공무원이라 불리지만, 교도관들은 상대적 무관심이 가장 힘들다고 말합니다.
[천동성/퇴직 교도관 : 교도관인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아요, 실제로. 패배주의에 빠져있고. 우리도 제복 공무원인데….]
그럼에도 이들을 버티게 하는 건 수용자를 교화시키고, 사회를 지켜낸다는 사명감입니다.
[천동성/퇴직 교도관 : 여기가 무너지면 계속 재범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교도관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근무체제 정비와 교도관 심리상담 제도화에 나서는 한편 군, 경, 소방처럼 장기퇴직 교도관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법안도 추진 중입니다.
(영상취재 : 하륭·양지훈,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장채우, 화면제공 :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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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를 취재해 온 안희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안타까운 교정 실태, 취재 어떻게?
[안희재 기자 : 민감한 내부 영상을 저희가 입수를 하고 직접 취재진이 구치소로 들어가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보안 시설인 만큼 법무부 협조가 필수적이었는데요. 교정 당국 입장에서 사실 이런 취재가 상당한 부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울타리 안쪽 상황이 한계에 다다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야 이를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저희 취재진 설득에 법무부도 호응을 한 겁니다. 당장 교도관 숫자만 보면요. 2015년 1만 4천800명에서 지난해 1만 5천500명입니다. 정신질환 재소자가 2배 늘어나는 동안 관리자 숫자는 사실상 제자리여서 교도관들의 업무 강도, 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말에 교도소 현장 방문을 해서 절박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성호/법무부 장관 (지난달) : (과밀화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가석방을 늘리고 있잖아요. 잡아넣기만 하면 뭐하냐고요. (재범을) 막아내는 데가 이 교정인데, 우리 교정 현실에 관심을 좀 가져주세요.]
Q. 의료진이 당부한 내용은?
[안희재 기자 : 그제 보도에서도 저희가 강조를 했듯이 정신질환자가 곧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거듭 당부를 합니다. 이런 인식이 환자의 치료 이탈을 자칫 부추겨서 범죄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건데요. 치료만 제때 제대로 받으면 충분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치료를 피하다가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세밀한 관심, 또 관리가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저희도 사실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재소자들의 난동 영상이 자칫 정신질환자들과 그 주변에 나쁜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질환자의 치료 이탈과 무너지는 교정, 교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보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양지훈,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이연준, 화면제공 : 법무부)
안희재 기자 an.heej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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