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받고도 또…‘설탕값 짬짜미’에 4083억 철퇴
시장 90% 과점…총 8차례 담합
제일제당 “대한제당협회 탈퇴”

CJ제일제당·삼양·대한제당 등 3사가 4년여간 원재료 가격이 내렸는데도 설탕 가격 인하를 미루는 등 가격을 짬짜미한 혐의로 4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제일제당·삼양·대한제당 3사가 약 4년간에 걸쳐 음료·과자 제조사 등 B2B(사업자 간) 거래에서 설탕 가격을 담합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과징금 액수는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 등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 폭과 시점 등을 합의했다. 원재료인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하락분을 더 늦게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하 시기를 늦추고, 인하폭도 적게 잡는 식이었다. 조직 대표부터 직원까지 광범위하게 담합에 동원됐다. 대표·본부장들이 만나 대략적인 인상 방안을 합의하면 이후 영업팀들이 한 달에 많게는 9차례씩 만나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제당 3사는 합의를 하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 변경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거래처와 협상을 벌였다. 이때 협상에는 해당 수요처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이 나섰다. 각 사의 협상력을 고려해 치밀하게 역할을 배분한 것이다. 수요처가 가격 인상을 거부할 경우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은 적시에, 인하는 뒤늦게 찔끔’ 하는 식으로 설탕 가격이 왜곡됐다.
제당 3사가 담합을 통해 올린 관련 매출액 규모는 3조2884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기준율로 관련 매출액의 15%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통상 주요 담합 사건의 부과 기준율(10%)보다 높다.
이번 사건의 과징금 부과 액수는 역대 담합 사건 중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사업자당 평균 부과금액(1361억원)은 역대 최대다. 다만 향후 리니언시(자진감경 제도)가 적용되면 담합 업체들이 실제 부담하는 과징금 액수는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검찰의 고발 요청으로 담합을 주도한 3개사 및 주요 임직원 11명을 고발했다.
2024년 3월 시작된 이번 조사는 카카오톡 대화 등에서 정황 증거를 발견하면서 덜미를 잡았다.
제당 3사는 2007년에도 15년 동안 담합을 벌인 혐의로 공정위에 과징금 511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대신 제당 3사에 향후 3년간 설탕 가격 변경현황을 연 2회 공정위에 서면 보고토록 하는 가격 변경현황 보고명령을 내렸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객과 소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담합 재발 방지 대책으로 대한제당협회에서 탈퇴하겠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임직원의 타사 접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내부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양도 이날 입장문에서 “공정위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삼양은 가격·물량 협의를 금지하고 담합 제안 시 신고하도록 하는 등 6가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김세훈·이성희 기자 ksh371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가 깼지만 네가 치워라”···트럼프 적반하장에 분노하는 유럽
- “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 재결집?···“김부겸 줘뿌리란다” 국힘 심판?
- 아르테미스 2호 우주인들 생중계 “북극부터 남극, 오로라까지···지구를 한눈에”
- 3시간 만에 ‘일반 봉투 쓰레기 배출’ 뒤집은 군포시···온라인 시스템 도입 철회, 왜?
-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트럼프 대국민 연설은 ‘종전’ 아닌 ‘확전’ 선언 [신문
- 노인 막으면 지하철 덜 붐빌까…‘무임승차’ 논쟁에 가려진 것
- 인천 옥련동 모텔에 불…51명 부상·26명 병원 이송
-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두 달 만에 또 대규모 주식보상···61억원 상당
- 신현송, 다주택 82억 자산가…강남 아파트·도심 오피스텔 보유
- [김미경의 문화유산, 뮷즈가 되다]국중박·BTS 컬래버, 성덕대왕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