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의 주인?”⋯자각몽으로 트라우마 치료 가능할까

꿈속에서 맞닥뜨리는 장면이 꿈이란 걸 알게 되면 어떨까. 영화 '인셉션' 속 주인공처럼 꿈속 공간과 상황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을까. 혹은 이전에 겪었던 트라우마를 꿈속에서 되살려내 행복한 기억으로 뒤바꿀 수 있을까.
꿈을 꾸는 상태를 인지할 수 있는 꿈, 즉 '자각몽(Lucid Dream)'이 만성 악몽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리뷰가 발표됐다.
미국, 파키스탄, 모로코 등 5개국 의대 공동 연구팀은 자각몽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건강한 성인과 PTSD·파킨슨병 등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자각몽 관련 연구 38편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리뷰 결과, 연구팀은 자각몽을 경험할 때 의사 결정, 충동 제어, 집중력 등과 관련된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 경향성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는 자각몽을 꿀 때 꿈속 장면이나 상황을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각몽의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정신 건강 문제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자각몽 속에서 트라우마와 관련된 장면들을 맞닥뜨렸을 때 과거와는 다른 결정과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오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는 식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검토한 기존 연구들 중엔 악몽이나 불안, 우울증, 파킨슨병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각몽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됐다는 사례들도 존재했다.
다만 일반적인 꿈과 마찬가지로 자각몽도 꾸고 싶을 때 아무때나 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에 따라 평생 자각몽을 경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개인마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이나 인지 습관, 뇌의 각성 패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각몽을 자주 꾸거나 운 좋게 자각몽 유도에 성공했더라도 여기에 과하게 의지해선 곤란하다. 특히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이 있을 땐 자각몽을 경험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 해리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각몽의 매커니즘이나 치료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자각몽이 정신 건강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지만, 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선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연구 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리뷰는 최근 학술지 《의학 및 외과 연보 저널(Annals of Medicine and Surgery)》에 실렸다.
최지연 기자 (medlim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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