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스포츠와 공정성 논쟁, 무엇이 빠져 있나

나수진 2026. 2. 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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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플랫폼 이탈 '트랜스젠더와 스포츠, 공정성의 함정' 강의
여전히 과학계에서는 상반된 연구 
출전 선수도 극소수에 불과 
한채윤 "배제보다는 포용이 기본 돼야" 
2026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엘리스 룬드홀름. 사진 출처 AP 통신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FTM(Female To Male·생물학적 성별은 여성이나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 트랜스젠더 선수 엘리스 룬드홀름이 출전했다. 스웨덴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인 그는 의료적 트랜지션(호르몬 투약, 성기 제거·재건 수술 등 의료적 조치)을 받지 않아 여자부 경기에 출전했다. 룬드홀름은 2월 12일 열린 여자 모굴 종목 예선에서 25위를 기록해 상위 16위가 출전하는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나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이 자리에 섰고, 그저 스키를 탈 뿐"이라고 말했다. 

룬드홀름의 사례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경우였기에 큰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경기 출전 문제는 대회가 열릴 때마다 논쟁이 된다.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이 여성 동성애자가 아닌 남성 동성애자에게만 집중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만 칼리프다. 그는 여성으로 태어났고 알제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자랐다. 그런데 2024년 올림픽에 출전해 한 선수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가짜 뉴스와 음해에 시달렸다. 의학계에서는 칼리프가 여성이면서 XY 염색체를 보유한 '성 발달 차이'(DSD·Diffrences in Sex Development)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스스로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여성부 경기에 출전해 상대 선수에게 피해를 줬다'는 식의 허위·왜곡 정보를 퍼뜨렸다. 트랜스 여성에 대한 혐오 정서를 이용한 대표적인 가짜 뉴스였다.

트랜스젠더 스포츠 출전 논쟁은 사실상 '트랜스 여성'에게만 집중돼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은 아무리 호르몬을 투약하고 성 확정(성전환) 수술을 한다고 해도 이미 골격·기능 자체가 남성의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부 종목에서는 트랜스 남성은 호르몬을 투약하면 남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지만, 트랜스 여성은 사춘기 이전부터 호르몬을 투약한 것을 입증해야 하는 등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는 트랜스 여성에 대한 오해와 혐오가 섞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월 11일 교육플랫폼 이탈에서 '트랜스젠더와 스포츠, 그리고 공정성의 함정'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한채윤 운영위원은 트랜스 여성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배제하는 논리 속에 성차별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트랜스 여성 신체적 이점에 대한 연구,
충분히 축적 안 돼"

한채윤 운영위원은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경기 출전과 관련한 논쟁이 트랜스 여성에게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강의 화면 갈무리

한채윤 운영위원은 이날 강의에서, 트랜스 여성이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스스로 느끼는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24년 1월 영국 브라이튼대학 연구팀이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근력 파워 및 유산소 능력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시스젠더 남성-트랜스젠더 남성, 시스젠더 여성-트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신체 수치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트랜스 여성은 시스젠더 남성보다 폐·심혈관 기능, 점프 능력이 낮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장기·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연구팀도 올해 2월 발표한 연구에서, 트랜스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보다 근육량은 많을 수 있지만, 상하체 근력과 유산소 능력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트랜스 여성이 1~3년간 호르몬을 투약하면 신체적 차이가 상당 부분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현재 국제 수영·사이클연맹 등이 트랜스 여성의 여성 부문 출전을 금지한 정책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반된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2020년 엠마 힐튼 연구팀은 트랜스 여성이 1년간 호르몬을 투약해도 근육 면적 및 근력 손실폭이 약 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트랜스 여성의 출전을 반대하는 측에서 주로 인용하는 자료다. 

한채윤 운영위원은 "과학도 끌어다 쓰기 나름이다. 연맹이 규칙을 만들기 전에 충분한 연구를 지원했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 배제부터 하기보다 포용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하다면 한계를 설정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스포츠 최고의 가치인 '공정'을 무너뜨린다고 호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엘리트 스포츠인 올림픽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우승 사례가 지금까지 하나도 없다는 것은,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무조건 신체적 이점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도 배치된다. 

실제 올림픽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선수는 극소수다. 올림픽 통계 사이트인 올림피디아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인터섹스 올림픽 선수는 24명이다. 각 종목 연맹이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이를 충족하면서 엘리트 스포츠 선수로 성장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까지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제수영연맹은 트랜스 여성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위해 △염색체상 성별을 증명하는 서류 △사춘기 이전부터 호르몬 투약을 시작했다는 진료 기록 △경기 직전까지 혈중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성인 시스젠더 여성 정상 범위에 준하는 2.5nmol/L 이하로 유지했다는 증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선수 삶에도 관심 기울여야"

일각에서는 남성·여성 외에 '오픈' 부문을 신설해 성별과 무관하게 출전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그러나 한채윤 운영위원은 충분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베를린 세계 수영 월드컵 대회에서 오픈 부문이 신설됐지만 아무도 출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밝혀지거나 트랜스젠더라고 오해받을 수 있고, 트랜스젠더 선수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트랜스 여성이 생물학적 여성과 경기하면 '공정하지 않다'고 하면서, 오픈 부문에서는 시스젠더 여성·남성, 트랜스젠더 여성·남성 모두가 같이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우아한 배제"라고 말했다. 

한 운영위원은 논의가 '근육량'이나 '생물학적 이점' 같은 수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적 정보를 넘어 트랜스젠더 선수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트랜스젠더 구성원을 수용하고 환영하는 것이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스포츠 참여 과정에서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직면한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높은 자살률을 경험한다는 결과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스포츠에서 배제할 때 그 결정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로 포용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공정성 개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했다. 한채윤 운영위원은 "스포츠는 공정이 생명이지만, 동시에 신체적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우리는 김연경의 큰 키, 황영조의 심폐 능력 등 신체적 불평등을 축복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트랜스젠더·인터섹스의 신체는 축복이라고 말하지 않는지, 왜 누군가의 신체만 불공정의 대상이 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경기 출전과 관련한 기사는 매번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다. 강의 화면 갈무리

올림픽의 성별 기준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이었다. 1회 올림픽에는 여성의 출전이 허용되지 않았고, 이후 여성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 확대됐다. 이후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남성이 여성 선수로 위장 출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성별 검증 제도가 도입됐다. 외부 생식기 검사, 염색체 검사 등이 시행됐고, 여성 선수들은 대회 출전을 위해 '여성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염색체 검사 결과와 실제 성별이 불일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인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면서 IOC는 1999년 성별 검사 제도를 공식 폐지했다.

현재 국제적인 흐름은 트랜스 여성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학교·단체에는 연방 정부의 기금 지원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 역시 이 방침에 맞춰 트랜스 여성의 여성 종목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해 상반기 중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IOC는 '사춘기 발현'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시기 호르몬 억제제를 투약하지 않고 남성 2차성징을 경험했다면 여성 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IOC는 출전 기준을 각 종목 연맹에 맡기고 있다.

한 운영위원은 트랜스 남성은 비교적 쉽게 남성 부문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트랜스 여성만 '진짜 여성'임을 검증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트랜스젠더 인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가 여성의 참여를 끊임없이 제한해 온 역사와 맞닿아 있다. 남성만이 '보편적 인간'이고, 여성은 남성과 다른 존재, 약한 존재라고 여겨 온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 출전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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