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식당 논란? "우리는 세 군데 급식지원센터에서 한식 도시락 공급해요"
선수촌 식당, 유럽식 위주 ‘한계’
대한체육회, 급식지원센터 운영
밀라노·코르티나·리비뇨 세 곳에서
하루 200여 개 한식 도시락, 조리·수송
단백질 보강 및 종목별 맞춤 식단 "밥 먹고 힘 난다는 의견 뿌듯"

"고기가 너무 질겨서 고무 씹는 것 같아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메뉴만 한가득이에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난 한국 선수단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선수촌 식당은 화려한데, 유럽식 위주의 식단이 반복되다 보니 쉽게 물리고, 정작 선수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섭취는 기대만큼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육류나 생선이 있지만, 질기거나 너무 짠 경우가 많다"며 "파스타와 피자는 다양하고 맛도 괜찮지만, 탄수화물 비중이 너무 높아 체중 관리가 중요한 종목의 선수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전했다.
선수들 반응도 비슷하다. 쇼트트랙 대표팀 신동민(21·화성시청)은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해 "맛은 괜찮지만 같은 음식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계속 나오니 많이 물린다"고 했다. 주장 이준서(26·경기도청) 역시 "먹을 게 많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밥심' 책임지는 급식지원센터
빙판과 설원을 누비는 선수들 뒤에는 매일 뜨거운 국을 끓이고 고기를 구우며, 선수촌 식당에서 채워지지 못한 아쉬움을 채우는 또 다른 팀이 있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급식지원센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밀라노 △코르티나 △리비뇨 세 곳에 마련된 이 센터는 한국 선수단 급식을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 기지다.
9일(한국시간) 오전 기자가 방문한 밀라노 급식지원센터는 태극전사들에게 전달할 점심 도시락을 싸느라 분주했다. 오전 11시 전에는 포장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출발해야 한다. 주방에서는 커다란 솥이 연신 김을 뿜었고, 조리사들의 손놀림은 쉴 틈이 없었다.
이날 메뉴는 된장찌개와 사태 찜, 삼겹김치볶음, 어묵볶음, 햄야채전, 멸치볶음 그리고 과일과 복숭아 주스. 고기 메뉴가 두 가지인 것은 의도된 구성이다. 조은영 영양사는 "단백질 보충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갈비찜이나 제육볶음 등 고기반찬 선호도가 높은 선수들 성향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회 기간 이곳에서 사용될 육류만 약 700㎏에 달한다

완성된 음식은 보온 도시락에 담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종목에 따라 담는 양도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체중 관리가 중요한 피겨 선수 도시락은 조금 적게, 반대로 에너지 소모가 큰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 도시락은 넉넉하게 담는다. 포장이 완료되면, 수송 담당 직원들이 직접 선수촌으로 배달을 떠난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밀집한 밀라노에서만 하루 40~50개의 도시락이 만들어진다. 코르티나와 리비뇨까지 합치면 점심·저녁 두 차례, 하루 200여 개의 도시락이 각지로 배달된다.

재료 수송은 ‘전쟁’… 준비는 3달 전부터
급식지원센터 직원들의 하루는 선수들 못지않게 치열하다. 지난해 9월에 일찌감치 사전 답사를 마쳤고,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자재는 2, 3개월 전 주문했다. 조 영양사는 "도가니, 진미채, 건새우 볶음은 선수들이 특히 좋아하지만, 유럽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식자재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 겨우 확보했다"고 전했다. 통관 문제도 변수다. 특히 젓갈이 들어간 김치는 반입이 까다로워 새우젓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김치’로 대체했다. 또 양파는 샬롯으로, 대파는 리크(Leek)로 바꾸는 등 현지 수급 상황에 맞춰 식재료를 유연하게 조정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급식지원센터 세 곳 간 재료 수송은 또 다른 고역이다. 소도시인 코르티나와 리비뇨는 한식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 밀라노에서 식자재를 실어 날라야 한다. 밀라노에서 리비뇨까지는 편도로만 4시간, 코르티나까지는 무려 6시간이다. 직원들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 7일 근무에 장거리 수송 업무까지 더해진다.
“도시락 덕분에 체중과 건강 유지”… 선수들의 진심
이처럼 보이지 않는 정성이 듬뿍 담긴 도시락을 받아 든 선수들의 반응은 뜨겁다. 쇼트트랙 심석희(29·서울시청)는 "경기를 앞두고 잘 먹는 게 중요한데, 대회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고, 최민정(28·성남시청)도 "세심한 배려가 담긴 도시락 덕분에 체중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중현 조리장은 "한국에서 먹는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해 노력한다.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알아줘서 뿌듯하다"며 "밥심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며 웃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최근 급식지원센터 영양사·조리사들을 코리아하우스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며, ‘숨은 영웅’이라 소개했다.

밀라노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징역 7년' 이상민 선고 직후 "아빠 사랑해" 울려 퍼진 법정-사회ㅣ한국일보
- '한학자 원정 도박' 최상급 경찰 첩보 보고서 봤더니..."로펌 고용해 경찰, 검찰 수사 무력화"-사
- 강북구 모텔에서 20대 남성 잇따라 사망… 함께 있던 여성 구속영장 신청-사회ㅣ한국일보
- '보수 성지'였는데… 권영진 "장동혁 찾은 대구 서문시장, 참 싸늘했다"-정치ㅣ한국일보
- "사람은 서울로" 이유 있었다… 고향 남은 비수도권 출신 81% '가난 대물림'-경제ㅣ한국일보
- 노희영 "결혼도, 이혼도 후회 없어"... 은퇴 발표 이유까지 입 열었다-문화ㅣ한국일보
- 태진아, 중증 치매 아내 위해 뉴욕으로… "낫게 해달라" 오열-문화ㅣ한국일보
- "나라 망신" 태국 푸껫서 수영복 훔친 한국인 2명… CCTV 고스란히 찍혀-국제ㅣ한국일보
- 8년 전 동지에서 적으로…황대헌 vs 린샤오쥔, 지독한 악연의 끝은-스포츠ㅣ한국일보
- "안희정 등장 환대한 의원들...참담"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일침-정치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