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 당근도 거래니까

6년 전, 개업 초기 당근을 구경하다가 낡은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분위기와 딱 맞을 것 같아 연락했고, 판매자는 "인기 많은 제품이니 먼저 선금 1만 원만 보내달라"고 했다.
낯선 계좌로 송금하는 순간 짧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별일이 있겠느냐 싶어 돈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도 물건은 오지 않았고, 연락처는 차단되어 있었다. 많고 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었던 것. 그 뒤로 이후 너무 소액이라 법적절차로는 돕기가 참 어려운, 중고 사기 관련 상담도 다수 경험하게 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 민원만 2023년 2천759건에서 2024년 3천430건으로 늘었고, 2025년 6월까지 이미 2천757건에 달한다고 한다.
주위에도 이런 이야기는 정말 많았다. 크게는 트럭을 중고로 구입하려다 다른 제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후기 조작에 속았다는 사연, 유행하는 두쫀쿠 관련으로 사기를 당한 이야기까지 있었다. 이렇게 개인 간 중고거래는 이미 일상 속 문화가 되었지만, 그만큼 사기도 많이 당한다. 피해자들은 매번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모든 민사가 그렇지만, 이런 중고거래 사기의 경우 유독 답하기 참 어렵다.
기존 전자상거래법은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C2C 거래에는 사각지대가 많았다. 플랫폼이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수준에 가깝게 규정이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피해자가 플랫폼에 "판매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해도 "개인정보라 어렵다"는 답을 듣는 일이 아주 흔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개입하거나 법원이 절차를 진행해야만 그제서야 뭔가 확인을 할 수 있는 구조였고, 그 사이 피해자는 시간만 잃다가 "소액이니 잊자"로 끝나기 일쑤였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이 요청하면 업체에서 개인정보를 바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중고거래 사기 등 분쟁이 발생해 법원이나 분쟁조정기구 등의 요청이 있으면 플랫폼이 거래 내역과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해 분쟁해결에 협조할 의무를 규정했다. 이전에는 플랫폼이 '연결자'로만 남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최소한 기록을 가진 자로서 절차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정보 제공을 통제하기 위해 요청 주체를 법원이나 조정기구로 한정하여 개인정보 보호와 분쟁 해결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
이번 개정을 하였다고 하여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곧바로 환불을 보장받는 구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사든 형사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문'을 열어준다. 누구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연락 수단과 계좌 정보가 무엇인지 같은 기본 사실이 확보되어야 지급명령이든 손해배상이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거래가 플랫폼 안에서 이뤄졌는데도 피해자가 증거를 모아 헤매야 한다"는 이상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관련법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상황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각적으로 우리가 당근사기를 당하지 않는다거나 피해를 입은 것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 절차는 항상 뒤따르는 것이고, 그러한 절차를 지나는 것 자체가 개인들에게는 큰 손해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당하고 나면 회복이 요원하다.
최상책은, 피해를 피하는 것이다. 거래 상대방의 말만 믿고 돈을 보내지 않는 것, 앱에서 인증된 판매자인지 살펴보는 것, 안전결제를 이용하는 것,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주변 사람에게 묻거나 더치트 같은 사기 계좌 조회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 등. 결국은 이런 작은 주의들을 기울이는 것이 손해를 막는다. 다만, 분쟁해결의 층위에서 개인들이 이러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는 점이 장을 관리하는 플랫폼의 면책사유로 활용되어서는 안될 뿐이다. 플랫폼 사업자도 "우리는 단순한 연결자일 뿐"이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들은 이 리스크가 존재하는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우리 거래당사자들은 위의 몇 가지 요소를 주의하기만 하더라도 꽤나 안전해진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 스스로가 주의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이 현실적인 상책이다. 그리고 참고로, 나는 아직도 캐비닛 1만 원에 대해 구제받지 못했다.
조국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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