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속도·수율 모두 잡으며 초격차 기술 재입증

조성준 2026. 2. 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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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 D램·4나노 동시 적용…선단 공정 수율 안정화 첫 사례
수율·온도 잡으며 HBM4E·커스텀으로 확장 기대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에 성공했다.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HBM3E 세대에서 주도권을 놓쳤던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과 설계 혁신을 앞세워 '기술 초격차' 복귀를 선언한 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HBM4를 개발 착수 단계부터 JEDEC(반도체국제표준)를 뛰어넘는 성능을 목표로 설계했다. 이번 제품은 10나노급 6세대 '1c D램'을 적용하고, 베이스 다이에는 4나노 공정을 도입했다. 통상 검증된 공정을 활용해 안정성을 확보하던 과거 방식과 달리 선단 공정을 양산 초기부터 적용해 수율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삼성전자 HBM4는 JEDEC 기준 8Gbps를 크게 상회하는 11.7Gbps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최대 13Gbps까지 확장 가능하며, 대역폭은 최대 3.3TB/s에 달한다. 이는 전작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된 수치다. 인공지능(AI) 모델이 대형화되며 심화된 데이터 병목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2단 적층 기준 36GB, 향후 16단 적층 시 최대 48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과거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를 어렵게 하던 요소인 발열을 잡는 데도 주력했다. HBM4 I/O(입출력) 핀이 2048개로 늘어나며 전력과 발열 부담이 커졌지만, 코어 다이 저전력 설계와 전력 분배 네트워크(PDN)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약 40% 개선했다. TSV 저전압 설계를 적용해 구동 전력도 크게 낮췄다. 열 저항 특성은 10%, 방열 특성은 30% 개선됐다.

이번 HBM4 양산의 의미는 '선단 공정 수율 안정화'에 있다. HBM3E 세대에서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시장 선점에 실패했고,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 확보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HBM4에서는 개발 초기부터 1c D램을 적용하면서도 재설계 없이 적기에 수율을 확보했다. 기술적 자신감을 시장에 다시 입증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아우르는 IDM 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베이스 다이에 4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설계·공정 동시 최적화(DTCO)를 통해 품질과 수율을 확보한 점은 통합 역량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HBM이 고도화될수록 베이스 다이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파운드리 경쟁력과의 연계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공급 안정성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 매출이 내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을 선제 확대하고 있다. 클린룸 인프라 확보와 리드타임 단축을 통해 수요 급증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8년 가동 예정인 평택 2단지 5라인 역시 HBM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HBM4E 샘플 출하, 2027년 맞춤형(Custom) HBM 샘플링을 예고했다. 1c 공정 기반의 품질 안정성이 확보된 만큼 고부가 제품으로의 확장도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커스텀 HBM은 AI 가속기 구조에 맞춰 인터페이스와 전력 특성을 최적화하는 제품으로,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세계 최초 양산이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선단 공정을 적용하면서도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그동안 추구해온 초격차 기술의 회복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향후 HBM4E와 커스텀 HBM 등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에 있어서도 이번 양산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