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재시동 건 ‘배민온리’… 혁신일까, 경쟁 제한일까

박순원 2026. 2. 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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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라이더. [연합뉴스 제공]


배달의민족(배민)이 반년 만에 '배민온리' 모델을 다시 꺼내 들면서 외식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배민온리는 배민이 자사앱(애플리케이션) 단독 입점을 조건으로 배달 수수료를 낮춰주는 서비스 모델. 배민온리 혜택을 받으려면 쿠팡이츠 등 다른 플랫폼에서 모두 탈퇴해야 한다.

배민은 지난해에도 교촌치킨과 배민온리를 추진하다 공정거래 우려로 무산됐는데, 이번엔 처갓집양념치킨을 중심으로 재추진하고 있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모기업 문제로 흔들리는 사이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전략으로 배민온리를 택했다.

김지훈(오른쪽) 우아한형제들 사업부문장과 김재훈 처갓집양념치킨 운영사 한국칠오삼 전무가 지난달 27일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 가맹점주·자영업자에 유리할까

1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최근 배민온리를 우려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수수료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들이다.

한 게시물 작성자는 배민온리가 독점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 지배력 1위 사업자가 우리만 이용하는 대신 수수료를 낮춰주겠다는 방식으로 점주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런 조건에 쉽게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한 부분은 이런 구조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면 당장엔 혜택처럼 보이는 것들이 결국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시글 작성자는 "지금 주어지는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며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언젠가 반드시 회수해야 할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업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선 배민온리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개별 가맹점 입장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처갓집양념치킨 가맹점들은 대체로 배민온리 참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처갓집 전체 약 1250개 가맹점 가운데 1100곳 안팎이 참여에 동의해 참여율은 90%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가맹점들의 참여 의사가 자발적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가맹점 입장에서 본사의 정책 방향을 어기면서까지 참여를 거부하기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이같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입장에서 본사의 정책을 거스르기는 어렵다"며 "수수료 인하로 이점이 분명해서 동의한 점주도 있지만, 본사 방침에 반대할 수 없어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가맹점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치킨매장. [연합뉴스 제공]


◇ 공정거래에 부적합하지는 않을까

배민온리 정책은 지난해 하반기 배민이 교촌치킨을 상대로 처음 시도했던 전략이다. 당시 할인 프로모션에 소극적이던 교촌치킨을 배민으로 끌어들여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배민 입장에선 쿠팡이츠 공세를 차단하고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간에 양사 간 계약 조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시의 계약 불발에 대해 양사 모두 아쉬움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민온리 자체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남는다. 배민과 교촌치킨 간 협상이 결렬된 것은 단순 수익성 문제가 아니라 가맹계약 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다.

예를 들어 교촌치킨은 배민온리에 동참하면 각종 프로모션 비용 지원과 노출 등에서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배민과 교촌 본사가 쿠팡이츠 등 다른 플랫폼 판매를 원하는 가맹점주들에게도 동일한 조건의 프로모션을 지원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본사의 지원 구조는 배민온리에 동참하지 않은 가맹점에만 불이익을 주는 형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 [우아한형제들 제공]


◇ 묘수인가, 경쟁 제한인가

업계에서는 배민온리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배민온리는 배달앱 서비스를 혁신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입점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배민은 지난해 12월부터 '배민 푸드페스타' 주요 외식 브랜드의 할인 프로모션을 지원하고 있다. 배민이 비용을 분담하며 할인을 기획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교촌치킨은 배민 푸드페스타에 입점해 한 마리 치킨 메뉴를 최대 4000원가량 할인해 판매했다. 교촌이 오랜 기간 고수해 온 '노세일' 전략을 수정할 정도로 프로모션 비용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배민은 2010년 배달앱 시장에 국내 최초로 진출한 이후 한때 8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50% 초중반대로 낮아졌다. 일부 조사에서는 서울 지역에서 쿠팡이츠 점유율이 배민을 앞섰다는 결과도 나온다.

더 이상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지 않고는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배민의 독점 우위 구조가 느슨해지면서 소비자는 여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배민 이용자 수는 약 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쿠팡이츠 이용자 수는 1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쿠팡이츠가 이처럼 성장한 것은 모회사 쿠팡의 물류 투자와 '무료배달'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간 경쟁이 있어야 프랜차이즈 입점사도, 소비자도 더 나은 조건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며 "배민온리 전략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식인지, 아니면 경쟁을 축소하는 전략인지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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