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안전운임제 부활을 환영하며

[시사저널e=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 올해 유난히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강추위로 인하여 고혈압 등 심혈계 환자들은 더욱 조심해야 할 계절이다. 인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24시간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혈관이다. 혈관은 피를 나르는 동맥과 정맥 그리고 모세혈관이 있는데 잠시라도 막히면 죽음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산업에 있어서 화물차 운송은 인체로 말하면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류인 셈이다. 그리고 그 혈류가 지나는 혈관이 바로 도로, 철도 등 수송 네트워크이다. 만약에 화물차 운송이 어느 순간 멈추거나 지연될 때 우리 산업 전체는 공급망 붕괴나 지연 등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경제의 치명적인 해가 된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사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화물차주를 비롯한 특고직 노동자들은 물류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과 이익을 호소해왔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운법)이 지난해 8월 개정되면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올해부터 2028년 12월 말까지 3년간 일몰제로 다시 적용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존해 화주가 우월적 지위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낮아진 운임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약자인 화물차주와 중간 주선자인 운수사업자의 운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 화주는 운송을 운송사(주선사)에 위탁할 때 적용되는 최소운임을, 그리고 운송사(주선사)가 화물차주에게 안전하게 운송하는데 필요한 최소운임을 고시된 기준 이상의 운임을 지급하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강제화하는 목적은 운임덤핑을 방지하고 차주의 안전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법안에 대해 필자가 늦었지만, 매우 잘한 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과거 안전운임제가 3년 일몰제로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되면서 화물자동차 운수업계의 안전판 역할을 해 왔지만,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물류에 전혀 문외한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느닷없이 교통연구원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들이밀면서 안전운임제가 별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왜곡 발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에 동조해 화주 단체인 무역협회의 의견을 들어 일방적으로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기한 것이다. 당시 필자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이러한 무지몽매한 화물운송에 대한 시각을 지적한 적이 있고, 안전운임제는 일몰제가 아니라 상시 적용되는 법률로 제정돼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 안전운임제의 시행 효과를 검증했던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 교통연구원은 그야말로 대통령의 앵무새 역할을 했던 한덕수 국무총리 산하에서 부실한 조사 결과를 가지고,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인해 화물차 사고가 감소하지 않았고 화물차 운임만 올랐다는 식으로 발표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대기업 제조 및 수출입업체 위주인 화주 기업의 입장을 무역협회 회장 출신인 한덕수 총리의 평소 의중을 대변해야 했을 정도로 행정부 수장의 입맛에 맞추기 급급했다.
결국 이러한 것은 물류 산업의 근간인 화물차 운송시장의 질서와 안정을 뒤흔드는 현실로 닥쳤다. 더욱이 화물연대에 대한 강압적인 제재와 무리한 소송제기로 인하여 화물노동자들의 반대는 하루하루 먹고살아야 하는 처지에서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번 정부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렇듯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정권에 따라서 도입이 폐지되고 부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정부의 안전운임제 폐지는 일차적으로 국무총리 산하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는 교통연구원의 엉성한 조사 결과에 따른 일방적인 결론이고, 화물차 운송산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무능함도 한몫한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시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수차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서 언급했지만, 안전운임제는 물류 산업의 최저임금제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안전운임제가 겉으로는 안전한 운임, 적정한 운임의 의미 같지만 사실상 화물차 운전자들의 하루 13시간 이상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사고에 대한 전적인 책임 그리고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로의 질주 등 위험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는 그저 최저운임 수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최저운임마저 파괴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 경제에 맡겨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 화주, 을 주선사와 선사, 병 운송사, 정 하도급 용차사, 무 화물차주로 이어지는 갑을병정무…. 식의 엄청난 다단계의 피해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운임제의 두 가지 정의인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해야 하는 운임인 안전위탁운임과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지급해야 하는 운임인 안전운송운임이 있는데, 이 두 가지 운임이 모두가 법으로 규정이 되고 동시에 시장에서 준수가 되어야만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화물운송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은 중간 역할을 하는 운송사와 주선사이다. 정점에 있는 화주가 주선사와 운송사에 제대로 된 운임을 지급해야만 운송사도 화물차주에게 적정 운임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화주는 국내 제조, 유통, 수출입무역 업체인데 지난 펜데믹과 그 이후 작년까지 5년간 그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막대하다. 그런데도 그들의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을 협력 파트너인 운송사와 화물차주와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노력이나 시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법률 중에서 일몰제가 여럿 도입 중이다. 일시적인 세금감면이나 안전운임제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 일몰제를 시행하는 목적은 일몰 기간에 정책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거나 아니면 일몰제를 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 분야의 문제가 심각해 국내산업이나 국민의 경제활동에 애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정책과 관련하여 양도세의 일몰제가 기간 종료가 되면 당연히 종료시켜야 한다고 하는 것은 그간 일몰제를 악용하여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양도하는 것보단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심리와 함께 주택시장 매물잠김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전운임제의 경우에는 일몰제가 3년 시행 끝에 종료된 이후에 화물차주는 화물 운송시장의 말단에서 적정한 소득을 보장받기 매우 어렵고 2억~3억원을 초과하는 지나치게 고가의 화물차 할부금의 상환부담, 유류비 부담 그리고 차량운행에 따른 유지정비비용의 급등으로 인해 매우 힘든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화물차 할부금의 할부 기간이 36개월에서 48개월이었지만 최근에 그 기간은 무려 60개월에서 72개월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것은 결국 차량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할부원금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내 진출한 상용화물차 브랜드의 가격들이 차주가 부담하기엔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분명히 문제이고 과연 그 가격이 적정한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현대차가 유일하게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가격 또한 벤츠(BENZ), 볼보(VOLVO), 만(MAN) 등 국내에 운행 중인 외국산 상용차 가격에 버금갈 정도로 거품이 심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과거 국내에 상용차 업계에 현대, 대우, 쌍용, 삼성, 아시아, 스카니아(SCANIA), 볼보(VOLVO) 등 여러 업체의 경쟁이 치열할 때와는 달리 이젠 국내는 현대차만 대형 화물차를 생산하다 보니 가격 설정에 있어서 독과점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주의 생활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때 일몰제가 시한 종료된 이후에 정부에서는 시장 경제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서 화물운송 시장의 정책을 고집했다. 따라서 여전히 물동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임이 하락하고 화주나 운송사의 우월적 지위가 시장에서 만연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지입제를 비롯한 다단계 운송의 고질적 폐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화물운송시장 생태계를 고려할 때 일몰제 종료로 인하여 화물차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 이러한 화물차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안전운임제 종료에 대해 다시 일몰제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필자가 수없이 주장한 바와 같이 안전운임제는 일몰제가 아닌 상시 법률로 제정돼야 한다.
또한, 그동안 국토부에서 늘 주장했듯이 일몰제의 대상 품목이 수출입컨테이너 화물과 건설 부문의 벌크 시멘트 화물에 한정됐지만, 국내 경제를 혈맥처럼 수송하는 화물의 종류는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만 있는게 아니라 철강, 화학, 제지, 목재, 농수산물, 중량물, 위험물, 건설, 조선, 기자재, 소형화물차 화물 등 다양하다.
이들 화물을 운송하는 차주들로선 컨테이너와 벌크 시멘트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어찌 보면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지당한 것인데, 그동안 교통연구원에서는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개별 품목마다 컨테이너 차량과 벌크시멘트차량(BCT)와 같은 시장에 대한 현황 조사분석과 물동량, 회전율, 가동률, 운임설정, 유류비 등 운송 원가의 조사 등 업무가 시간이 걸리고 작업이 방대하다는 것이어서 품목을 확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용역을 교통연구원만이 수행해야 한다는 법도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목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도 들어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무역협회 회장 출신인 국무총리와 물류의 문외한인 국토부 장관이 앞장서서 화주 단체 격인 무역협회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고 존중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에 앞장섰다는 점은 매우 잘못된 정책 결정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늦으나마 이번 정부에서 안전운임제가 다시 시행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다만 안전운임제가 상시 법안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과 품목 또한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에 한정하지 않고 철강 등 여러 품목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필자가 여러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 기관 중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도로, 철도, 항공 등에 대한 인프라건설 등 국책사업에 대한 정책 결정이나 법안을 입안 시 주무 부처가 교통연구원에게 용역을 발주하여 발주기관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가 도출되고, 그러한 결과로 이미 밝혀진 대로 실패작인 용인경전철의 대법원판결은 물론이고, 고속도로, 철도, 지방공항 등 건설 시 터무니없이 수요가 부풀려지고 비용은 축소되는 연구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라도 한국교통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철도기술연구원 등 국책연구 기간의 조직을 개편해 국무총리 산하가 아닌 별도의 독립된 조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난 수십 년간 국무총리와 해당 부처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받은 연구기관과 공공기관 등이 발주자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도출하여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역시 그러한 연구결과의 폐해에 속한다고 본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의 합리적인 정책 시스템의 작동과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며 함께 가는 정책들을 지켜보면서, 지입제와 화물차 공급허가, 화물운송주선업의 폐지 등 화물 운송시장의 많은 문제점을 들추어내어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기존 법률과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재검토와 더불어 안전운임제 역시 일몰제가 아닌 상시 법률의 제정과 시행을 기대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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