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다음은 로봇…배터리업계, 휴머노이드로 확장 [캐즘後, 배터리 선택은]

손민지 기자 2026. 2.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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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돌파…로봇 시장 정조준
로봇 배터리 수요 급증…中과 차별화
LG엔솔, 글로벌 로봇사 6곳 공급
삼성SDI, 현대차그룹과 MOU
SK온, '꿈의 배터리' 개발 속도


전기차 시장 둔화로 성장 속도가 꺾인 국내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는 ‘로봇 시장’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고성능 산업용·서비스 로봇 분야를 차세대 수요처로 삼아 전기차 캐즘을 넘어서면서도 중국산 배터리와의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로봇업체 6곳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2’,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날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년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 다 아는 업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고에너지밀도, 고출력 갖춘 원통형 배터리로 공급 중”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전고체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SDI도 로봇 시장 공략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현재 협력사와도 로봇에 최적화한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동형 로봇 플랫폼‘모베드’와 배송 로봇 ‘달이’에는 이미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이면서도 화재 위험과 배터리 부피를 줄일 수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에 최적화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대전 미래기술원에 지난해 9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며 800Wh/L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상용화 시점도 기존 2030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기업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 파일럿 공장을 가동하며 품질 검증을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과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KPC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로봇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복합동박 개발을 위한 협업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차별화할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로봇 시장에 필요한 배터리는 고에너지밀도·고출력·소형화 기술이 필수적인 만큼, 기술 경쟁력이 중국 배터리 기업에 곧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대비 단기간에 배터리사 실적을 개선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 발전 속도 만큼 로봇 시장도 예상보다 발전 속도가 빨라서 배터리사들의 선제적인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로봇 시장 내 이차전지 수요는 지난해 약 4.6GWh에서 2030년 약 12.8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