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에 동맹 균열…JV 접는 배터리, ESS로 새판 짜기 [캐즘後, 배터리 선택은]
전기차 캐즘에 합작공장 가동률 하락→수익성 ‘족쇄’로
단독 공장 확보한 배터리 업계 ESS 생산능력 확장 나서
북미 이어 국내서도 ESS 시장 개화…사업 전환 가속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합작법인(JV) 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확정 고객을 전제로 한 대규모 투자가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선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이를 위기가 아닌 ‘체질 개선의 타이밍’으로 보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와 미국에서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체제도 종료했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JV를 정리했다.
JV는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 안착을 가능하게 한 지렛대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와 공동 출자해 현지 공장을 세우고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가동률을 담보받는 구조다. 현지 생산을 통한 정책 보조금 효과도 톡톡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는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 1킬로와트(㎾)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를 공제해준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지면서 합작 체제는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혔다. 전기차 생산이 줄자 공장 가동률이 직격탄을 맞았고, 계약 물량 미달에 따른 보상금만으로는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기 어려웠다. 완성차 업체가 주도권을 쥔 계약 구조상 배터리 기업들은 AMPC 공유 요구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합작 체제 종료 수순에 들어가자 배터리 업계는 이를 사업 전환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단독 운영 체제에선 생산 라인 전환의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합작사 외에도 여러 고객사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중심으로 설계됐던 현지 공장을 ESS 대응 기지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JV를 종료하며 확보한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을 북미 ESS 확대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 중인데, 연내 생산량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미시간 랜싱 공장도 단독 체제로 전환하며 북미에서만 3곳의 ESS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SK온도 포드와 세운 북미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지난해 말 정리하고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기로 했다. 테네시 공장에서 포드 전기차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 물량도 생산하며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한편 ESS 생산도 검토한다.
국내에서도 ESS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조원대 규모의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 배터리 3사가 모두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 총 565메가와트(MW) 7곳 중 SK온이 284MW(3곳)을 낙찰받았다. 삼성SDI는 202MW(3건·35.7%), LG에너지솔루션은 79MW(1건·14.0%)를 확보했다.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76%, LG에너지솔루션이 24%를 각각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JV가 종료되더라도 협력 관계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단독 운영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특히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ESS 수요를 선점하고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실적 회복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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