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법 위에 있지 않다" 독일 법원의 520억 철퇴... 韓 망 사용료 논쟁 '새 국면'
한국 국회 계류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에 힘 실리나
독일 사법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에게 도이치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콘텐츠 사업자(CP)는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에게 망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며 버텨온 빅테크의 무정산 논리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망 이용료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 통신 업계와 입법 논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및 모바일월드라이브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쾰른 고등법원은 메타의 자회사 엣지네트워크서비스가 도이치텔레콤의 네트워크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이에 대한 대가로 약 3000만 유로(한화 약 52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계약 만료였다. 유럽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도이치텔레콤은 메타와의 망 이용 계약이 끝난 이후 새로운 요율로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그러나 메타는 이를 거부한 채 트래픽을 지속적으로 전송했고, 도이치텔레콤은 이를 '무임승차'로 규정해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정산 없는 피어링(Settlement-free Peering)' 원칙을 주장했다. 이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트래픽 양이 비슷하면 상호 정산하지 않는다는 인터넷 초기의 관행이다. 메타는 자신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통신사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기여하므로 별도의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독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계약이 만료된 상태에서 상대방의 인프라를 이용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했다면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봤다. 특히 이번 판결은 하급심 단계에서 항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메타가 연방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확정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
도이치텔레콤은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메타는 법 위에 있지 않다"며 "그들은 정당한 대가 지불을 회피하기 위해 트랜짓(중계) 사업자를 우회하는 등 꼼수를 부려왔지만 법원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독일발 판결은 지구 반대편인 한국의 ICT 업계에 즉각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망 이용료 논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등은 국내 ISP(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독일에서 메타가 주장했던 것과 동일한 '접속은 유료지만 전송은 무료'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유럽 주요국 법원이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의 망 이용 대가 지불 의무'를 인정한 셈이 되어 한국 통신사들의 주장에 강력한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22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되고 있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럽 법원이 빅테크의 무임승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한국 역시 특정 기업이 전체 고속도로를 점유하면서 통행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