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눈물로 반전드라마 쓴 광주, AI·모빌리티 양날개로 비상
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 위기 딛고 NPU 거점 확보
李 대통령 콕 집은 ’자율주행 시범도시‘ 단독 지정
위기를 기회로 만든 광주, 2026년 경제 지도 밝음


하지만 광주의 눈물은 독기가 됐다. 광주는 “대통령 공약 불이행”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강 시장은 광주미래산업 비상회의를 열고 즉각 대응을 이어갔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팔을 걷어붙이며 공동 행동을 불사했다. 강 시장에게는 자칫 이재명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전해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판단이었다. 광주로서도 하나를 빼앗겼으면, 하나라도 얻어와야 했다. 이 같은 공감대 속에 형성된 단일대오는 결국 청와대와 민주당을 움직였다. 하지만 광주는 비판에만 머물지 않았다. 위기를 동력으로 삼아 ‘국가 NPU(신경망처리장치) 컴퓨팅센터’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NPU는 응용·추론 등에 특화된 AI반도체로,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NPU는 차세대 AI칩으로 정부가 집중 육성하기로 한 상황. AI의 두뇌를 직접 설계하고 실증하는 거점을 광주에 못 박겠다는 승부수였다. 광주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설득과 논리 싸움에 돌입했다. 2025년 12월, 광주는 마침내 결과적으로 더 잘 된 ‘반전 드라마’를 세상에 공개했다.
광주시는 2026년도 국비를 3조9천479억원을 확보했다.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전년도(3조3천858억원)보다 5천639억원(16.6%) 증가한 수치다.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8.1%)의 2배를 넘는 상승폭이다. 특히 국회 심의 과정에서 광주의 저력을 보여줬다. 무려 2천881억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는 광주 시정 역사상 국회 심의 과정에서의 최대 상승폭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로 폭발한 광주민심이 정부와 국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또 다른 국비 확보 AI 사업으로는 국가AI데이터센터 고도화와 AI영재고 설립(31억원), AX실증밸리 조성(296억원) 등이 있다. 광주 AI집적단지 조성 1단계 사업으로 건립한 국가AI데이터센터는 현재 광주 AI 생태계의 핵심 거점이다. 최신의 고성능 GPU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AI영재고의 경우에도 운영비를 정부가 100% 지원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명실상부 AI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AI영재고는 2027년도에 개교할 예정이다. AX 실증밸리는 광주 AI집적단지 2단계 조성사업으로, 지역 전략산업과 도시 곳곳에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범도시’는 ‘이재명표’ 예산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광주를 비롯해 전국 여러 도시에 시범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에서 ‘선택과 집중’을 주문해 광주가 단독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최근 광주 전역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약 200대 규모의 AI 자율주행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AI와 모빌리티 예산 외에도 광주에 뜻깊은 사업 예산 확보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망월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과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이다. 이 사업비는 민주당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한 것으로, 특히 정청래 대표의 의중이 컸던 사업으로 알려졌다. 망월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총 7억1천만원(총사업비 200억원)을 확보했다. 5·18구묘지(망월묘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이 처음 묻힌 곳이다. 이한열 열사와 김남주 시인 등도 안장돼 있다. 5·18구묘지(망월묘지) 보존과 정비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건 처음이다. 광주시는 2028년까지 이곳을 5·18 역사성과 민주화운동 이정표를 확인할 민주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헌혈에 동참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한 현장이다. 광주시는 헌혈실과 중환자실 등 중요 시설을 보존하고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치유 공간 등을 2028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290억원 중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
이외에도 민주주의 역사박물관 용역비 10억원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5억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주관 건립(10억원), 국회도서관 분관(1억5천만원) 등 광주의 문화적 자존심을 세우는 예산들이 대거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 탈락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은 오히려 강 시장과 공직자들, 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더 큰 파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확보된 예산은 광주 AI와 모빌리티,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광주의 경제 지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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