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에서 선봉장으로…카카오 정신아 호 시즌 2 닻 올린다
역대 최대 실적·성공적 거버넌스 개편 공로 인정받아
사람 중심 AI와 글로벌 팬덤으로 제2의 도약 선언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속에서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정신아 대표가 이제는 성장을 주도하는 선봉장으로서 앞으로 2년간 카카오를 더 이끌게 됐다.

"당연한 일"
카카오는 11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신아 대표에 대한 2년 임기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3월 26일 제주 본사에서 열리는 제3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정 대표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정 대표가 지난 2년간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과 경영 성과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4년 3월 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법 리스크와 문어발식 확장 논란으로 창사 이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지휘봉을 잡은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쇄신과 본질 집중을 내걸었다.
지난 2년은 그 약속을 숫자로 증명해 낸 시간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실적이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카카오는 펀더멘털을 회복하며 놀라운 반등을 이뤄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 2조 866억 원, 영업이익 2,08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카카오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나아가 영업이익률 또한 약 4년 만에 10% 수준을 회복하며 수익성 없는 성장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12일 발표 예정인 2025년 연간 실적 역시 매출 8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가 주도한 내실 경영이 단순히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이익 체력을 키웠음을 증명한다.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정 대표 특유의 결단력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있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방대하게 흩어져 있던 계열사 정리에 착수했다. 카카오의 본질과 연관성이 낮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그 결과 취임 당시 132개에 달했던 계열사 수는 현재 94개로 약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단순히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과 미래 먹거리인 AI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이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자원과 인력은 고스란히 AI 기술 고도화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이어졌다.

AI로 간다
정 대표는 이번 연임을 기점으로 카카오의 미래 청사진인 AI 퍼스트 전략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인공지능 기반 기술 개발 및 이용업 등을 추가하며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 대표가 그리는 카카오의 AI는 사람을 향해 있다. 그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AI를 각자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증폭시키는 창의적 승수로 삼자"며 "1+1이 2를 넘어서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카카오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5,000만 이용자의 관계와 맥락을 AI에 결합하여,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구체적으로 카카오는 올해를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단순히 답변하는 수동적인 도구였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행동을 제안하고 수행하는 비서 역할을 한다. 카카오는 이를 구현한 카나나(Kanana) 서비스를 필두로, 카카오톡 내부에서도 맥락을 이해하는 AI 기능을 대거 도입하여 국민 메신저를 넘어선 국민 AI 비서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챗GPT 포 카카오 등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카카오는 올해 외부 파트너사들과의 제휴를 확대하여 쇼핑, 예약, 결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AI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정 대표의 노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약 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천명했다. "재직 기간 내에는 자사주를 매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주주들에게 깊은 신뢰를 심어주었다. 또한 카카오 CEO로서는 최초로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는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과의 소통 창구를 넓혔다. 이날 이사회에서 결의된 주당 75원의 배당금 지급 역시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정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희망적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가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등판해 조직을 빠르게 수습하고 실적 턴어라운드까지 이뤄낸 검증된 리더"라며 "AI 시대로의 전환기인 지금, 리더십의 교체보다는 연속성을 통해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카카오에게 가장 필요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