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엄격한 상폐요건으로 좀비기업 퇴출…‘삼천닥’ 힘싣는다
20년 간 코스닥지수 사실상 정체
시총 8.6배 늘었지만 지수 1.6배 그쳐
부실기업 연명, 시장 신뢰 떨어뜨려
30거래일 연속 1000원미만땐 관리종목
개선기간 1년 6개월→1년으로 단축
상폐 회피 주가 띄우기도 감시 강화

정부가 내놓은 상장폐지 개혁안의 핵심 목표는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거래소를 “일종의 백화점”이라고 칭하면서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며 부실기업 퇴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간 코스닥 상장 종목과 시가총액이 늘어도 지수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건 ‘동전주(1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인 종목)’ 같은 부실기업이 투자심리를 저해해 증시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 부양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20년(2006~2025년) 동안 코스닥 시장에 1353개 기업이 상장했고 415개 기업이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8.6배 증가했지만 지수는 1.6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가치가 높아져 시총이 불어난 것이 아닌 신규 입성한 종목이 많아진 영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8배 상승(시가총액은 6.7배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성적표다.
금융위는 코스닥 시장 정체가 동전주 같은 부실기업들이 증시에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부실기업이 연명할 경우 시장 신뢰를 저해하고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게 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1년 이후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증시에서 퇴출했을 경우 2024년 6월 말 코스닥지수가 37% 추가 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은 미국 나스닥의 주가 1달러 미만 ‘페니스톡(penny stock)’ 상장폐지 요건을 벤치마킹했으나 기준은 미국보다도 더 까다롭다는 평가다. 나스닥은 주식이 30거래일 연속으로 주당 1달러를 하회할 경우 상장폐지 경고를 통보하고 최대 360일의 개선 기간을 부여한다. 반면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개혁안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 상장폐지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해 액면병합을 통한 주가 꼼수 부양도 사전에 차단했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종목이 상장폐지 요건 회피를 위해 액면가 2000원으로 주식을 병합(주가 1200원)하더라도 상장폐지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코스닥 시장 동전주는 168개로 전체 상장 종목(1821개)의 9.2%에 달한다. 금융위는 동전주라도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향후 상장폐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나 현 시점에서 시총 1000억 원 이상인 동전주 기업은 단 10개에 그친다.
금융위는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 조기 상향, 완전자본잠식 요건 강화, 공시 위반 요건 강화 등으로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장폐지 심사 절차도 효율화할 계획이다. 상폐 결정이 내려져도 기업이 법원으로 끌고가면 차일피일 절차가 지연돼 투자자만 손실을 보게 된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폐지 실질 검사 시 기업에 부여 가능한 최대 개선 기간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했는데 올 4월 1일부터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추가로 줄인다. 기업이 제기한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 등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도 이날부터 내년 7월까지를 집중 관리 기간으로 설정하고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집중관리단은 기존 코스닥본부 상장폐지 심사 3개 팀에 1개 팀을 더 추가한 4개 팀으로 구성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장폐지 종목이 늘어나면 전례 없는 투자자 반발에 부딪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부실 상장기업 정리는 시장의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데 오히려 (시점이) 늦었다고 보고 있다. 진작에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엔비디아 최신 GPU용 HBM4 양산 출하
- ‘4000억 과징금’ 제당업계 “설탕 담합 사과…제당협회 탈퇴”
- ‘1000원짜리’ 얼마나 많이 팔았길래…대박 난 다이소, 3500억 빌딩 샀다
- ‘약물 음료’로 남성 2명 숨지게 한 피의자 “싸우기 싫어 재웠을 뿐”
- 外人 주식자금 순유출...채권은 금리 인상에 유입폭 둔화
- 민희진, 하이브 ‘260억 풋옵션’ 소송 1심 승소
- 집값 1% 상승에 청년 소비 -0.3%…“갈아타기 위해 집 있어도 아껴”
- “인구 1000만 넘기지 마라”...스위스, ‘인구 상한제’ 국민투표 부친다
- 정청래, 장동혁 靑 오찬 불참에 “정말 노답”
- 은행 문턱 높이니....상호금융 가계대출 2.3조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