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도 국산화가 답" SK온, 2차 ESS 입찰 50.3% 수주하며 '시장 재편'

SK온이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을 수주하며 시장 판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서 '영패'를 딛고 대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국산 소재 활용과 국내 생산 거점 구축을 앞세워 ‘산업·경제 기여도’ 점수를 끌어올린 맞춤형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는 12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 대상 사업자 선정 결과, SK온이 전체 565MW 물량 중 284MW를 확보해 점유율 50.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은 전남 지역 6곳과 제주 1곳 등 총 7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기업은 향후 15년간 일정 가격으로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전력을 충전하고 공급하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번 결과는 1차 입찰 당시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6%를 독점했던 상황을 완전히 뒤바꾼 수치다. 삼성SDI는 이번 입찰에서 202MW(35.7%)를 확보하며 2위로 물러났다. 1차 입찰에서 '국내 생산 배터리'라는 유일한 강점으로 압승을 거뒀으나 이번에는 경쟁사들의 국내 라인 구축에 밀렸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선호도가 높아진 시장에서 삼원계(NCA) 위주의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반면 SK온의 압승 비결은 변화된 입찰 평가 구조에 맞춘 정교한 대응이다. 당국은 이번 2차 입찰에서 가격 평가 비중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대신 산업 기여도와 안전성 등 비가격 요소 비중을 50%로 대폭 확대했다. 1차 입찰에서 제기된 저가 수주 경쟁과 특정 업체 독점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SK온은 이 지점을 정확히 공략해 최고점을 받았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 라인을 전환해 연간 3GWh 규모의 ESS용 LFP 생산 체제를 국내에 구축하겠다는 카드를 던졌다. 특히 양극재와 전해액 등 핵심 4대 소재를 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LFP 생태계 강화라는 정부 기조와 일치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 생산 방식을 유지하거나 미래 계획에 집중할 때 실질적인 '국산화 물량'을 앞세운 것이다.
화재 안전성 분야의 기술 차별화도 결정적 승부처였다. SK온은 화재 발생 약 30분 전에 위험 신호를 조기 감지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진단 시스템을 3사 중 유일하게 탑재했다. 작년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당국의 안전 기준은 매우 엄격해졌다. SK온의 선제적 안전 기술은 이러한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는 핵심 경쟁력이 됐다.

SK온은 이번 수주 성과를 바탕으로 서산공장의 ESS 전용 라인 생산 능력을 최대 6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ESS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산 LFP 배터리가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온은 이를 통해 글로벌 ESS 시장 공략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국내 ESS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1차 실패를 거울삼아 비가격 평가 항목을 정밀 분석한 전략이 완벽히 통했다"며 "오는 6월경 제3차 입찰이 추가로 예고된 만큼 수성에 나선 SK온과 탈환을 노리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우선협상 대상자들은 오는 25일 최종 물량을 확정 지은 뒤 8월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이후 내년 12월까지 설비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후부는 이번 입찰을 통해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 확충을 뒷받침할 에너지 저장 인프라를 차질 없이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