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된 ‘李-鄭-張’ 세 남자의 만남…설 밥상 화두도 ‘협치’ 대신 ‘갈등’?
與는 격앙된 반응…정청래 “예의가 눈곱만큼도 없고 노답” 靑 “매우 유감”
野, 본회의 등 보이콧에 필리버스터까지 예고…연휴에도 ‘정국 급랭’ 모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협치'를 기치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에게 제안한 청와대 오찬 회동이 당일인 12일 갑작스레 무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여당의 일방적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이유로 들어 오찬에 불참하겠다고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이날 예정된 본회의부터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 주요 일정들에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자연스레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 분위기 역시 '협치' 대신 '갈등' 모드로 얼어붙는 모양새다.
"李-鄭 연출극 들러리?"…돌연 불참 통보한 張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초청한 청와대 오찬 회동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당초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때까지만 해도 오찬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그는 소상공인, 청년, 물가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거론하며 "(기존 제안했던) 단독 영수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이 대통령께 제가 만난 민심을 생생히 전달하려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이어진 최고위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면서 장 대표도 입장을 바꿨다는 전언이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장 대표가 단식하며 영수회담 제안할 때는 아무 말 없다가 민주당 내부 문제가 심각해지니 '아름다운 화면'을 찍기 위해 야당 대표를 부른다. 당대표가 연출극에 가서 들러리 서서는 안 된다"며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수·양향자 최고위원도 한목소리로 장 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 참석을 반대했다.
이에 장 대표는 결국 최고위원들과 논의 끝에 오찬 회동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 대표는 불참 내용을 청와대에 통보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입장 번복 책임을 더불어민주당과 정청래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사법개혁 법안들이 통과된 사실을 거론해 "오찬 회동이 잡힌 다음에 이런 악법들을 통과시킨 것은 이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것인지 (정 대표에게) 묻겠다"라고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야당 대표를 불러 오찬 회동하자고 한 직후에 대법원장조차 우려하는 법안을 (여당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러고도 제1야당 대표와 오찬하자고 하는 것은 밥상에 모래알로 지은 밥을 내놓는 것과 똑같다"며 "오늘 가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과 청와대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청래 대표는 불참을 일방 통보한 정 대표를 겨냥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 국힘, 정말 노답(답이 없다)이다"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회 상황과 연계해서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상이몽' 삼자 회동 불발…李-鄭-張 속내는?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과 양당 대표 간 '정국 주도권'을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통령 입장에선 연휴 직전 '협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며 "정 대표도 대통령과 만나 최근 당내 '명청(이재명-정청래) 계파 갈등' 정국에서 쌓인 앙금을 풀고 흔들리는 당대표 리더십을 해결하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장 대표 입장에선 처음부터 손익계산상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통상 야당 대표는 대통령과 만날 때 '의제' 협의를 통해 뭘 주고받을 건지 실무적 정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던 만큼, 만났어도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 처음에 덥석 받은 것도 당 내홍 상황에서 본인의 당대표 리더십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고려했다가 나머지 상황을 고려해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정 대표 입장에서도 이번 회동 무산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장 대표가 빠져도 정 대표 혼자 가서 독대할 수 있었지 않겠나"라며 "장 대표를 핑계로 회동 자체를 무산시킨 건 정 대표 입장에서도 이 대통령에 대한 껄끄러움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 대통령이 입법 속도전을 주문한 상황에서 여야와 개혁 입법을 놓고 대치하는 딜레마 상황도 이어지는 만큼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힘은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 등 주요 일정들도 보이콧을 외치며 '대치' 모드로 돌입했다. 당초 양당은 본회의에서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우선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당이 전날 법사위에서 쟁점 법안들을 일방 통과시키며 협치 태도를 버렸다는 이유로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또 이날 첫 회의가 열린 여야 간 대미투자특별법 특별위원회의도 같은 이유로 파행시켰고. 이날 오후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 역시 불발됐다.
향후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안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련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국정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상황에서 민생 법안, 국정 운영에 필요한 법안 통과에 발목을 잡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그렇게 안 되도록 (국민의힘과) 협의하겠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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