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귀촌한 청년들이 보낸 ‘설 선물 꾸러미’ 받았습니다

이서후 기자 2026. 2. 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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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귀촌한 청년들이 함께 멀리 가고자 하는 뜻을 담아 마련한 설 선물 꾸러미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카카카친구들

설 선물 꾸러미를 받았습니다. 남해에 귀촌한 청년들이 보낸 선물입니다. '우리는 함께, 멀리, 가려고 합니다.' 남해로 귀촌해 활약하는 젊은 기획자 모임 '카카카친구들' 인스타그램(@cacacafriends)에 올라온 이 문구를 보고 주문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20명 한정이라니 서둘러 신청했습니다.

"받으신 설 선물 세트는 남해에서 하고 싶은 일, 살고 싶은 삶을 만들어 나가는 친구들이 모여 첫 협업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세상과 반대로만 가는 친구들이 모여 천천히 꾸준히 멀리 가기 위한 숨을 고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설 선물 꾸러미 설명 중에서)

다들 저마다 이유로 남해로 귀촌한 후 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겠죠.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힘들어서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품었을 겁니다.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남해의 친구들은 다들 꿈이 많습니다. 자기만의 삶을 찾아 남해로 왔고,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남 밑에서 일하기보다는 작더라도 자기 일을 하고 싶어 하죠.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우리는 남해에서, 또는 지역에서 떠나는 친구들을 종종 목격합니다. 사랑, 돈, 자유, 경험….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가끔, 자주, 우리가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쩌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남해 귀촌한 청년들이 함께 멀리 가고자 하는 뜻을 담아 마련한 설 선물 꾸러미를 포장하고 있다. /카카카친구들
남해 귀촌한 청년들이 함께 멀리 가고자 하는 뜻을 담아 마련한 설 선물 꾸러미를 포장하고 있다. /카카카친구들

설 선물 꾸러미 작업에 참여한 친구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과 준비한 설 선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은 인스타그램 아이디입니다.)

마파람사진관(@maparam_)을 운영하는 양희수 씨는 가끔 남해를 돌며 어르신들 모습을 기록하고, 지역의 얼굴과 삶의 이야기를 담는 '남해사람들'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희수 씨가 준비한 선물은 남해 열두 달 풍경을 담은 '2026년 사진 달력'입니다.

김진아(@yogillust) 씨는 토속 음식을 좋아해 살림과 밥상에서 생활형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해를 사랑하게 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진아 씨가 준비한 선물은 '수제 소금 샘플러'입니다. 남해산 시금치·마늘을 정성껏 건조해 소금으로 만들었습니다.

김필주(@pilju) 씨는 남해 자연과 농촌 문화가 좋아 귀촌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땅의 생명력을 존중하는 생태농업을 고민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건강한 식문화를 알리고 싶어 합니다. 필주 씨가 준비한 선물은 '무경운 무농약 돼지감자차'입니다. 남해 따뜻한 햇살 아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땅을 갈아엎지 않는 무경운(無耕耘) 방식으로 키운 건강한 돼지감자로 만들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어 남해로 귀촌한 '구월이네(@hadd_aa)' 하다형 씨는 가장 자연스러운 직업이라 생각해 농사를 택했고 건강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구월이네는 남해 겨울 시금치와 토종 흰당근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김기태, 배민채 씨는 남해 서면에서 카페 키읔(@cafe.kieuk)을 운영하며 커피와 캐러멜을 팝니다. 가벼운 웃음이 아닌, 깊은 미소가 지어질 수 있도록 좋은 제품을 만들고, 지역의 식문화를 같이 고민하고 싶어 합니다. 키읔에서는 수제 카라멜 6종(바닐라, 시나몬, 시크릿, 유자, 호지, 말차)을 준비했습니다.
남해 귀촌한 청년들이 만든 설 선물 꾸러미. /카카카친구들

마지막으로 카카카친구들 안지원 씨는 남해에 사는 문화 기획자이자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최근 낸 음반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원 씨는 이번 설 선물 꾸러미 전체 기획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5가지 선물이 담긴 꾸러미가 겨우 5만 원이었습니다. 선물은 10일 카페 키읔에서 신청자에게 직접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이들에게는 택배로 보냈습니다. 받은 선물을 바닥에 펼쳐 놓고 보니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선물 하나하나에 쏟았을 시간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세상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우리의 삶은 중간값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더 꽉 움켜쥐려고 합니다. (중략) 중요한 건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세상에 내놓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남해 친구들과의 협업으로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연을 넓히면서, 작지만 꾸준히 내 힘으로 돈 벌 기회를 만들면서 애써보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나니 마지막에 덧붙인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나 싶습니다. 남해 친구들에게도 같은 명절 인사를 전합니다.

/이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