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퍼스트 무버 MS의 굴욕

오로라 기자 2026. 2. 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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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과 불투명에 잇따라 투자등급 하향
오픈AI와의 독점 관계 사라지며 ‘난항’
주력 SW사업, AI에이전트 위협에 휘청
“막대한 AI 투자가 매출로 이어진다는 증명 필요”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한때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앞선 빅테크라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시대 역풍을 맞고 있다. MS는 AI 붐이 일기 시작한 2023년 1월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고, 기술 독점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구글·아마존·애플 등 경쟁사보다 빠르게 첨단 AI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오픈AI와 독점 계약이 끝나고, MS의 핵심 사업인 엑셀·파워포인트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이 AI 기술 발전의 위협을 받으며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AI 퍼스트 무버(선도자) MS의 굴욕”이라는 말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멜리우스 리서치는 MS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5일 스티펠이 MS 목표 주가를 540달러에서 392달러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내린 지 나흘 만에 나온 두 번째 등급 하향 조정이다.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자 이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증권가에서 목표 주가를 조금씩 내려 잡는 경우는 있었지만, 투자 등급까지 하향 조정한 사례는 MS가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말 최고점인 542달러를 찍은 MS 주가는 11일 현재 25% 하락한 404달러까지 떨어졌다.

◇오픈AI와 결별이 뼈아픈 MS

MS는 오픈AI와 특수 관계가 깨지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오픈AI에 대한 선제 투자 덕분에 MS는 자사 클라우드 ‘애저’에서만 오픈AI의 AI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독점 제공자’ 위치로 AI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기업들이 오픈AI 모델을 쓰기 위해선 애저를 쓸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MS는 자사 소프트웨어와 교차 판매에 나서며 이익을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오픈AI가 영리 법인 전환을 마치며 MS와 독점 계약을 끝내면서 MS는 오픈AI 경쟁사인 앤스로픽을 포함한 여러 AI 모델을 제공하는 ‘멀티 모델’로 클라우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의 클라우드 장기 계약 잔고 45%가 오픈AI 관련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멀티 모델로 가는) MS가 더 이상 소프트웨어 거인으로 비치지 않고, 비싼 서버를 지어 남의 모델을 빌려주는 비싼 하청 업체로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AI에 위협받는 소프트웨어

독점이 사라진 가운데 AI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휘청거리는 것도 MS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테크 업계에선 ‘AI가 엑셀을 죽인다’는 말이 나온다. 엑셀은 MS의 대표적인 기업 생산성 소프트웨어로, 출시 후 40년 동안 MS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효자 제품이다. 하지만 사람이 공식을 외워 숫자를 계산시키고 장표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이젠 AI가 한 번에 해결해 주고 있다. AI에 밀리는 것은 MS 365에 포함된 워드·파워포인트·아웃룩 등도 마찬가지다. MS 365 부문은 2024년 전년 대비 분기별 매출 증가율이 15~18% 수준이었는데, 2025년 들어서는 11%(3분기)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AI 사업과 관련해 MS는 오픈AI의 GPT 기반으로 개발된 자사 AI ‘코파일럿’을 소프트웨어에 접목시키며 경쟁력을 지켜갔다. 하지만 최근 오픈AI·앤스로픽 등이 자체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출시하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경쟁자인 구글의 AI 기술력도 빠르게 올라오며 기술 격차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저드슨 알소프 MS 최고영업책임자(CCO)가 이달 초 오픈AI가 선보인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프런티어에 맞서 어떻게 자사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지 직접 교육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에 내부 긴장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AI 투자 압박

문제는 구글·아마존·메타 등이 올해 거액의 AI 인프라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사업 고민이 커진 MS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MS는 올해 전년 대비 최대 2배 이상 증가한 1450억달러(약 208조원) 투자가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수익 관리가 절실한 상황에 경쟁사 투자 보폭을 맞출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이라고 했다.

MS는 올해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만큼,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할수록 소프트웨어 사업이 불리해지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거액의 투자를 이어가는 MS는 자사 AI가 어떻게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소프트웨어 손실을 대체하는지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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