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는 '물 먹는 하마'…NSS Water "웨이퍼 1장에 물 8000L" [미중 틈새, 유럽의 카드 下]

홍채완 2026. 2. 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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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재편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50개 유럽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찾았다. EU 비즈니스 허브가 주관하는 '반도체 코리아 2026'이 11~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열렸다. 이들 기업은 최신 반도체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Global TCAD Solutions GmbH(이하 GTS), Sico Technology GmbH(이하 Sico), NSS Water 관계자들을 통해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전략과 한·EU 협력 가능성을 들어봤다.
비외른 홀름스트룀 NSS Water 최고경영자(CEO).사진=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AI 산업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려왔다면, 반도체 제조 공정은 '물 먹는 하마'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물 부족은 수율과 공장 입지, 나아가 미중 무역 갈등 속 공급망 전략까지 흔드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은 2020년에 설립된 스웨덴 수처리 기술 스타트업 NSS Water의 비외른 홀름스트룀 최고경영자(CEO)와 11일에 진행한 일문일답.

■ 반도체 강국 덮친 '물 리스크'

―AI 반도체 생산 확대가 물 부족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AI를 움직이는 CPU와 GPU도 결국은 한 장의 실리콘 웨이퍼에서 시작된다. 이 웨이퍼 위에 수백개의 칩이 새겨지지만, 그 기초가 되는 공정에는 막대한 물이 필요하다. 웨이퍼 1장을 만드는 데만 8000L 이상의 초순수가 쓰인다. 대형 FAB는 이를 한 달에 20만장 이상 생산한다. 이렇게 사용된 물은 지역 수자원에서 끌어오고, 공정 이후에는 화학물질이 섞인 폐수로 배출된다.

―물 부족이 특히 심각한 지역은 어디인가.

▲반도체 생산이 집중된 대만·한국·일본 등이 모두 물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대만을 예로 들면, 때때로 가뭄을 겪었고 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공장에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부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지 말라'고 돈을 지급한 적도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미국을 보면, 많은 신규 FAB들이 애리조나 사막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 물 수급 문제 측면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초순수 품질이 수율 좌우

―물은 단순한 자원·환경 문제인가, 아니면 기업 생산성과도 연결되나.

▲TSMC가 더 앞서 있고 삼성전자는 특히 3나노 공정에서 낮은 수율을 겪어왔다. 예를 들어 100개의 CPU를 생산하려고 하는데 수율이 45%라면 65개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숫자는 예시이지만, 낮은 수율은 제조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와 관련해, 물 속 오염 입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제조 공정에서 물에 포함된 미세 오염 입자가 웨이퍼에 붙은 상태로 공정을 진행하면 CPU가 손상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은 제조업체의 생산성, 수익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더 높은 순도의 물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귀사는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나.

▲우리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특정 공정 단계에서 물 사용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물보다 더 높은 순도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물과 화학물질이 섞인 폐수가 있을 경우, 그 혼합물에서 물을 분리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이 현장에 쉽게 도입되나.

▲반도체 산업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불리지만 동시에 매우 보수적인 산업이다. 실제로는 공정에 변화를 주는 데 극도로 신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도입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이 산업 역시 이제는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전력 넘어 '물 경쟁' 시대…승리의 새 변수는 지속가능성

―향후 10~20년간 물 부족은 어떤 변수가 될 것으로 보나.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장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 공급은 반도체 공장에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해온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정책 환경이 귀사의 성장에 어떤 토양이 됐다고 보나.

▲스웨덴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솔루션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해온 국가다. 친환경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 환경도 조성돼 있다.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지속가능성은 핵심 고려 요소였다. 이 기술이 환경과 산업 양 측면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기업 활동에 비교적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했다. 창업 초기에는 투자 유치가 과제였지만, 그린테크와 지속가능성에 특화된 투자자들이 존재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보조금 제도도 마련돼 있었다. 대부분의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기술이 지속가능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해야 했고, 이러한 환경이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 유럽 기술주권 강화…미중 무역 갈등의 파장

―한편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은 산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패권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각국은 공급망 자립과 기술 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도 반도체 분야에서 보다 자립적이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간 협력에는 열려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한국 기업이 공동 연구를 하면 유럽이 자금을 지원하는 '호라이즌(Horizon)' 프로그램이 있다. 5년 전만 해도 유럽은 모두와 협력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그렇다고 협력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시장에는 어떤 입장인가.

▲반도체 산업은 이제 매우 정치적인 산업이 됐다. 중국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자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완전히 배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는 한국·일본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 투자자가 참여할 경우 미국이나 일본 투자자와의 협력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의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의 협력은 기술 보호 측면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협력의 성격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중국에서도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보호와 투자자 관계, 지정학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

반도체 코리아 2026 현장.사진=EU Business Hub 제공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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