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집중투표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만병통치약 아냐”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6. 2. 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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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에 기관 관심 집중
막상 실제 주주제안 통과 적어
정관 변경 등으로 제도 무력화
“도입 여부 넘어 환경 살필 것”
[본 기사는 02월 12일(15:03)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최근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화두에 오른 집중투표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조건부 안전장치’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집중투표제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결정적 카드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사회 설계를 비롯한 구조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취지다.

12일 ISS가 발간한 ‘한국의 집중투표제 : 필요한 개혁, 조건부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관 문의 가운데 46%가 집중투표제에 집중됐다. 이는 이사 선임(29%)이나 정관 변경(18%)을 훌쩍 웃돌았다.

그러나 ISS가 2020~2025년 한국 상장사 7만5000건 이상의 안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은 전체 안건 가운데 극히 일부인 0.143%에 그쳤다.

이는 관심의 크기와 실제 활용도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집중투표제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제도라기보다 분쟁 상황에서 작동하는 구조적 안정장치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소액주주가 이사 1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배주주 견제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ISS는 이를 ‘오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결 결과를 살펴보면 경영진이 발의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높은 찬성률로 통과된 반면, 주주제안 형태의 집중투표제 안건은 최근 몇년간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ISS는 “투자자들이 점점 집중투표제의 법적 가능성과 기능적 효과를 구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진·주주 제안 집중투표제 제안 건수 및 지지율. [ISS]
ISS는 집중투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로 ‘정적인 이사회의 오류(Fallacy of the Static Board)’를 꼽았다.

많은 투자자가 이사회를 고정된 수로 보지만, 실제 기업들은 이사 선임과 동시에 정관 변경 등으로 이사회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된 이사 선거 관련 주총 가운데 50%가 정관 변경 안건을, 21%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동시에 처리했다.

ISS는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는 구체적인 통제 변수로 △이사회 규모 △가용 의석수 △선임 시퀀스·임기 △위원회 구성·역할 할당을 꼽았다.

이사 선임 안건이 포함된 총회 중 다음을 동시에 포함하는 총회 비율. [ISS]
먼저 이사회 규모가 작을수록 소액주주가 이사를 배출하기 위해 필요한 득표 문턱이 높아졌다. 또한 한번에 선출하는 이사 자리가 1~2개에 불과하면 집중투표제의 수학적 이점이 사라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차 임기제나 파편화된 선임 방식이 소액주주 표 결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사 선임에 성공해도 해당 이사가 감사, 보상 같은 핵심 위원회에 배정되지 않으면 실질 영향력이 제한된다.

ISS는 “집중투표제가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설계에 의해 중화(Neutralize)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ISS는 올해 집중투표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됨에 따라 ‘전환과 신호의 해’를 맞았다고 규정했다. 제도 도입 여부를 넘어 어떤 구조적 환경에서 배치하느냐가 지배구조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ISS는 △이사회와 선임 구조가 실질적인 경합성을 보장하는지 △구조적 설계가 소액주주 영향력을 확대·축소하는지 △지배구조 변경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내재화됐는지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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