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 30인의 30가지 새로운 쓰임···그곳에 WBC 미국행 ‘도어락’ 비밀번호가 있다.

안승호 기자 2026. 2. 12. 1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3년생 동기 김도영(왼쪽)과 안현민이 지난 1월16일 사이판 올레아이 구장에서 진행 한 WBC 야구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야구판 ‘별들의 전쟁’이다. 각 리그 간판 선수들이 각국 대표팀 주력으로 나온다. 한국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놓은 30명 또한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쟁쟁한 선수들이다. 모두가 알려진 스타들이지만 대표팀에선 소속팀에서 익숙했던 역할을 벗어난 ‘배역’을 부여받을 수 있다. 30명이 30가지 새로운 쓰임으로 새로운 팀에 녹아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30명 모두의 활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오는 15일 일본 오키나와에 대표팀 캠프를 차린 뒤에는 30명의 힘을 최대치로 모아내는 전략을 잡아갈 예정이다. 류지현 감독은 9일 국내 구단이 훈련 중인 호주로 건너가 주요 투수들의 몸 상태부터 점검했다.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는 “매치별 또는 경기 흐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구성을 만들었다”며 “대회 직전까지 선수들을 살피면서 가장 확률 높은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 경향신문 DB

한국 야구는 2009년 WBC 준우승 이후 올림픽 또는 WBC 같은 정상의 국제 대회에서 실패를 반복했다. 그래서 이번 WBC는 17년의 악몽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무대가 되고 있다. 한국은 3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시작하는 1라운드에서 체코, 일본, 대만, 호주와 경쟁해 최소 2위에 올라야 본선 8강행을 결정 짓고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 대표팀은 그간 잠겨 있던 ‘도어락 4개’의 비밀번호를 찾아야 한다.

ⓛ좌완 천적 잡는 사냥꾼 라인업

수렁에 빠질 때마다 ‘좌완의 덫’에 걸렸다. 2013년 WBC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은 비교적 쉽게 봤던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다. 당시 네덜란드 선발로 나온 디에고마 마크웰에게 4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고전하며 끌려가기 시작한 끝에 첫 경기부터 탈락을 예감해야 했다. 2023 WBC 1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에서도 호주 리그 좌완 선발 잭 오러클린을 상대로 5회 1사까지 아무도 출루하지 못한 끝에 뒤늦게 발동을 걸었지만 7-8로 패하며 기적만 바라보다 짐을 싸야 했다. 또 최근 대만전에서는 애리조나 트리플A 좌완 린위민에게도 거듭 고전하며 살얼음 경기를 하기 일쑤였다.

‘류지현호’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대목 하나가 타선의 ‘좌우 균형’이다. 상대 투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야수진을 꾸려냈다. 예컨대 좌완 선발을 잡는 것을 경기 초반 최우선 과제로 본다면, 우타자 위주 라인업으로 1회를 맞을 수도 있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우타자 셰이 위트컴이 3루수로 나선다면 지명타자 김도영에 1루수 노시환, 유격수 김주원(양타), 좌익수 저마이 존스, 우익수 안현민, 포수 박동원까지 최대 7명의 우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배치할 수 있다, 좌완을 끌어내린 뒤에는 구자욱, 문현빈 같은 좌타자를 다시 투입하는 유연함도 가져갈 수 있다.

좌완투수 킬러인 대표팀의 저마이 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좌완 사냥꾼으로 디트로이트 존스가 합류한 것도 든든하다. 존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OPS 0.797을 기록한 가운데 좌완 상태로는 무려 0.970을 찍었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때린 홈런 7개 모두를 좌투수 상대로 만들었다.

②‘타격 쏠림’ 코너 외야 밸런스

이번 대표팀 코너 외야수로는 구자욱과 안현민, 문현빈, 존스가 가세했다. 국내파 코너 외야수들은 모두 타격에 특장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안현민은 지난해 리그 OPS 2위(1.018), 구자욱은 6위(0.918), 문현빈은 14위(0.823)에 올랐다. 그러나 3명 모두 외야 수비 범위는 넓지 않은 편이다.

류 감독은 경기별, 흐름별로 외야를 구성해 갈 예정이다. 존스에게 코너 외야 한 자리를 맡기면서 이 중 한 명을 활용하고 대타 자원을 예비해 둘 수 있다. 수비에서 중견수 역할도 덩달아 중요해질 수 있다.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박해민이 중견수로 나서고 이정후가 코너 외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견수로 출전해 온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코너 외야수로 뛴 이력이 있다.

③금쪽같은 좌완 불펜 활용법

야구 대표팀은 리그의 거울이기도 하다. 이번 대표팀에는 투수 15명이 선발됐지만, 전문 좌완 불펜 요원은 NC 김영규뿐이다. 투수 엔트리에는 손주영과 송승기 등 좌완이 더 있지만, 둘 모두 소속팀 LG에서는 선발로 한 시즌을 뛰었다. LG 두 좌완 중 한 명은 불펜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그만큼 전문 좌완 불펜 고르기가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리그 홀드 톱10 중 좌완은 21홀드로 공동 8위에 오른 김영규뿐이었다. 20위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19홀드의 공동 11위 삼성 신인 배찬승만 추가되는 정도다.

대표팀의 유일한 좌완 불펜 김영규. NC 다이노스 제공

이에 좌완 불펜 투입 시점을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WBC 규칙에는 ‘3타자 의무 상대 조항’이 있다. 이에 좌완 투수가 특정 좌타자를 잡기 위해 원포인트로 올라오기에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좌타자가 최소 2~3명 이어지는 라인에 좌완 불펜을 내세우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좌완 불펜 구위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우완 불펜 투수의 구위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게 오히려 성공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 우완 불펜 요원은 마무리로 점찍은 라일리 오브라이언을 비롯해 박영현 조병현 정우주 고우석 노경은 등 선택의 범위가 넓다.

④ 4개 ‘1+1’ 조합 찾기

대표팀은 3월 5일 체코전 이후 하루를 쉬고 일본, 대만, 호주와 3연전을 벌인다. 4경기를 책임질 선발 4명 아닌 7~8명의 선발진을 가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1라운드 등판 투수별로 65구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흔히 얘기하는 선발 ‘1+1 조합’을 최대 4개까지 만들어놔야 한다.

야구 대표팀 선발진의 두산 곽빈. 연합뉴스

표면적 선발 자원은 곽빈과 원태인, 류현진, 데인 더닝, 소형준, 고영표, 손주영, 손승기까지 8명이다. 경기별 선발 2명을 이어 던지게 해 5~6회를 버티는 시나리오를 만든다.

경기별 ‘1+1 배치’가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첫 경기 체코전은 공격 라인업으로 초반부터 리드를 잡아 투수 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어지는 3연전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본전은 부담을 줄이고, 대만과 호주전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전략적 대목’은 끝까지 비공개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