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나라”…히말라야 ‘은둔의 소왕국’ 불교국가 부탄 [정용식의 사찰 기행]
불교 국가 부탄을 가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행복’이 뭐냐고. 그 가치는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행복을 만드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게 된다.
불교에선 ‘인생은 고락(苦樂)이 반복되고 그 원인은 ‘탐욕’과 ‘집착’이며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행복’이며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열반이라고 이야기한다. 행복은 ‘욕구’가 아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생긴다는 어느 스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앞에 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을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한때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었기에 인천에서 부탄까지 가는 길고 긴 비행시간이 고행(?)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설렘이 훨씬 컸다.

부탄 도착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강렬한 태양 빛에 북극의 설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를 마치 스키 타듯 지나오고 창밖에 장엄하게 펼쳐진 히말라야의 설산은 그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히말라야 협곡을 곡예 비행하여 해발 2280m의 부탄 파로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니 1월 겨울임에도 봄처럼 따뜻하고 하늘은 푸르고 쾌청했다.

동·서·남 쪽으론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북쪽에 중국의 티베트고원이 받치고 있어 ‘티베트의 끝’이란 뜻을 가진 인구 80만명의 입헌군주제 불교국가가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부탄(Bhutan)왕국이다.
남한 면적의 40% 정도 크기로 해발 1000~7000m의 고지대 계곡 사이에 형성된 촌락에서 다랭이 논농사와 낙차 큰 수력발전, 목재산업 등에 의존하다 보니 경제적으론 빈국 중 하나이다.

그러나 ‘행복국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미지의 나라이기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외국인 자유여행 금지와 하루 100달러의 관광세, 비싼 항공료 등 쉽지 않은 곳이다.
태국, 네팔, 인도 등을 거쳐서 입국해야 하기에 입국 시 꼬박 하루는 필요하다.

협곡 사이 길들이 구불구불하고 좁아 미니버스로 공항에서 1시간 반을 달려 수도 팀푸에 도착했다. 가난하더라도 전통과 자연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어 국민행복지수(GHN)가 가장 높은 나라였고, ‘국토의 60%는 산림으로 유지한다’가 헌법 제1조1항인 나라이다.
해맑은 미소와 아름다운 자연경관,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은둔의 왕국 부탄에 필자는 홀씨처럼 떨어졌었다.
신경 써야 할 대상도 없고, 내게 관심 갖는 사람도 없는 여행은 간혹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번잡함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이 될 것만 같았다.

전통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도록 만든 히말라야 협곡지대라는 지리적 조건은 지금도 전통의상 착용이 일상화되고 높지 않은 가옥과 건물도 단청과 창문, 하얀 벽색 등 전통 방식으로 통일돼 도시 전체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부탄은 17세기 티베트에서 온 ‘응아왕 남걀’이 여러 부족 집단을 통일하고 종교적 권위를 지닌 제 켄포(Je Khenpo, 한국의 종정)와 세속 권력을 담당하는 드룩데시(Druk Desi, 왕)로 권력을 이원화하는 ‘종교·정치 병립 체제’를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885년 ‘우겐 왕추크’가 전국적 권력을 장악했고 1907년 초대 국왕으로 추대되면서 왕추크 왕조가 성립됐다.
4대 국왕 ‘싱예 왕추크’가 1998년 내각에 행정권을 이양하면서 절대왕정이 종식돼 2008년 입헌군주제가 확립됐다.

현재는 영국에서 공부한 5대 국왕 ‘남걀 왕추크’가 2006년 26세 나이로 왕위를 이어받았고, 공항, 사원 등 가는 곳곳마다 국왕과 왕비, 왕자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불교국가 부탄은 마을마다 사찰이 많고, 또한 종교적 상징으로 높은 장대 끝에 휘날리는 다양한 색상의 깃발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라마 경전을 적은 오방색 깃발, 영가 깃발 같은 하얀색 깃발, 경문을 적은 만국기 같은 형태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경문을 적은 오색기 옆을 지나면 불경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한다. 부탄 불교는 8세기 ‘구루 림포체’(파드마삼바바)에 의해 전래해 부탄의 정치와 사회 질서를 형성하는 근간이 돼 부탄왕국 헌법은 불교를 “국가의 정신적 유산”으로 규정하고 국왕도 불교 신자여야만 한다.
그러나 부탄의 법률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어 인도 영향을 받아 힌두교도도 약 2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부탄불교는 티베트 불교를 근간으로 힌두교, 민간신앙 요소 등이 혼합해 독자적인 형식을 취한 ‘바즈라야나 불교’(대승불교의 한 분파이며 밀교 수행 전통)라고 칭하며 자연보호와 공동체 윤리를 기반으로 국민통합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고 사르나트 죽야원에서 처음 사성제 설법을 한 음력 6월 4일을 국제기념일(드록파 체시)로 지내고 있다.
환생을 중시하는 부탄불교는 종교의 최고지도자인 제 켄포(부탄 중앙승원의 수석수도사)는 석가모니의 환생이며 현재의 ‘제겐포’는 석가의 70대 환생이라 믿고 있다.
모든 사찰에는 세속 권력을 담당하는 왕과 종교권력 ‘제켄포’를 석가모니불과 함께 모시고 있다.

부탄의 사원은 명칭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눠진다.
첫째는 이름 끝에 종(dzong)이라 붙인 사원이다. 특별한 건축 형식의 종(dzong)은 주요 도시에 행정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사원으로 마을을 방어하는 요새 역할을 겸하고 있어 주로 높은 성벽으로 싸고 있다.
수도 팀푸의 ‘타시초종’은 왕과 내각에 근무하는 행정영역과 제 켄포와 스님들이 있는 승원본부(종교영역)등 두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고, 옛 수도 푸나카에 있는 초대국왕 즉위식이 거행된 ‘푸나카종’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고독한 은둔자라는 뜻’의 곰바(Goemba)로, 깊은 계곡이나 절벽 등 접근이 쉽지 않은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수행자들만의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부탄의 상징이라는 파로의 ‘탁상 곰바’다.
셋째는 라캉(Lhakhang)으로 일반에게 개방되는 사찰로 마을 근처에 산재해 있다.
모든 사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순간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이는 아마도 법당 내는 기도의 영역이지 관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자 함인 듯하다.

부탄인들의 마을사원(라캉사원)과 그곳의 스님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기회를 갖지 못했고, 관광객들에게 안내되는 큰 사원을 통해 부탄 불교의 일부라도 이해해야 했다. 수도 ‘팀푸’와 탁상사원이 있는 ‘파로’, 1955년까지 수도였던 ‘푸나카’ 등이 부탄의 주요 도시이며 관광지이다.
1955년부터 부탄의 수도인 팀푸는 해발 약 2400m의 팀푸 계곡을 따라 약 12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세계 유일의 신호등 없는 수도이며 염소와 소가 합쳐진 듯한 독특한 모습의 동물인 부탄의 국조인 타킨(Takin)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원 ‘모티탕 타킨 보호구역’도 있는 곳이다.

수도 팀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발 2500m 쿠엔셀포드랑 언덕 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좌불상 중 하나인 ‘붓다 도르덴마’다.

높이 약 54미터의 금으로 도금된 거대한 청동 불상과 내부에 10만개가 넘는 작은 불상은 부탄 불교의 상징으로 불린다.

일명 ‘붓다포인트’로 불리는데 밤에 불을 밝히면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고 팀푸 시내와 계곡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월한 전망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팀푸 왕추강변에 자리한 웅장한 요새형 사원 ‘타시초종’(Tashichho Dzong)은 1641년 세워진 뒤 확장과 재건을 거쳐 1960년대 대대적으로 개축한 것이다.

하얗게 칠한 성벽과 금빛 지붕, 정교한 목조 창문이 어우러진 전통 건축미가 돋보이며, 국가 의식과 불교 축제가 열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부탄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방문지였다.
이곳에 100여명의 행정관료와 스님 2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겨울 수도 푸나코로 옮겼는지 사람들 모습 보기가 쉽지 않다.

국가의 주요 행사를 집전하는 대법당에는 중앙에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고 그 앞자리에 왕과 제 켄포, 선대왕(4대왕) 그리고 큰 스님 5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리고 본존불 좌우엔 부처보다 먼저 입적한 제자인 사리불존자와 목련존자가 좌우 협시불로 있다. 그 좌우에 부탄 불교 창건 스님, 부탄 역사를 출발시킨 왕을 함께 모시는 특이함도 있었지만 금강저, 천불, 다르지만 관음보살과 지장보살 역할을 하는 보살 등 비슷한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핵심 관광지답게 국기 하강식과 경비들의 교대식 등도 볼 수 있었다.

팀푸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부탄 3대 국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불탑 ‘메모리얼 초르텐’ 마당에는 108 염주를 들고 탑을 돌며 기도하는 부탄 시민들로 북적였다.

내부에는 알기 어려운 수많은 형상의 조각상들이 있고 3층 꼭대기에는 멀리 도심을 내려다보는 석가모니불이 안치돼 있고 벽면에는 1000불이 안치돼 있다.

1627년 세운 부탄 최초의 종(Dzong, 요새형 사원) ‘심토카종’은 티베트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난공불락의 요새인데 팀푸에서 푸나카로 넘어가는 언덕위에서나마 내려다볼 수 있다.
그 외에 티베트 불교 까규파의 본산으로서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건축물 ‘트라쉬 드종’(찬란히 빛나는 성)도 있다고 한다.

팀푸에서 옛 수도 푸나카로 넘어가는 해발 3130m에 있는 ‘도출라 고개(Dochula Pass)’는 맑은 날엔 히말라야산맥의 웅장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가던 날은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이곳에는 108개의 특이한 불탑이 있는데 1970년대 도출라 전쟁 참전자의 명복과 평화를 기원하며 2004년 세워졌다고 한다.

언덕을 넘어 파로와 푸나카를 잇는 길목에 다산과 번영을 기원하는 신앙의 중심 ‘남근 사원’이라는 ‘치미라캉 사원’이 있다.

사원에 들어가는 길에서 다랭이논과 전통적인 부탄 마을들을 접할 수 있었다.

자유분방한 영성·생명력·풍요를 상징한다고 하는 ‘남근’이 마을 벽화로서, 그리고 상점마다 남근 형태의 법구가 즐비하다.

부탄 불교문화의 독특한 일면인데, 15세기 후반 ‘치미라캉 사원’을 건립한 ‘광기의 성자’라 불린 ‘드룩파 쿤리(1455~1529년)’의 독특하고 기이한 수행과 가르침에서 기인했다. 이를 영적 유산으로 받아들여 ‘생명의 성지’로 기념하는 사원으로 자리 잡아 사찰을 세 바퀴 돌면서 기원하면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도 전해진다.
사원에는 창시자인 ‘드룩파쿤리’ 스님을 특별나게 모시고 있었는데 부탄 불교에선 환생을 중하게 여기고 토속신앙이 티베트불교와 결합한 샤머니즘적 요소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해발 1200m의 푸나카 계곡에 자리한 옛 수도였던 ‘푸나카’는 모츄(어머니)강과 포츄(아버지)강이 있으며 고도가 팀푸보다 1000m 이상 낮아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로 부탄의 겨울 수도라고 한다.

두강이 만나는 지점에 1638년 건립한 요새형 사원 ‘푸나카 종’은 붉은 지붕과 전통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초대 국왕의 대관식과 최초의 국회가 개최된 곳이며 역대 국왕들의 즉위식과 왕실의 주요 행사를 이곳에서 거행했다.

2011년 제5대 국왕의 결혼식도 이곳에서 열렸으며 대법당 앞에는 샵드룽의 사리탑과 역대 종정들의 사리를 모신 전각이 있다.
이곳은 주지 스님과 왕, 그리고 제겐포 등 세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배려 속에 대법당에서 일행들은 미니 법회를 열고 주지 스님의 축원도 받았다.

부탄 서부 계곡 해발 약 2300m의 도시 ‘파로’는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있고 탁상사원과 ‘린풍종(사원)’등 역사적 사원과 요새가 많아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파로에는 청동 불상, 불화, 전통 의상, 무기, 고대 도구 등 약 3000점에 달하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역사적 건축물(국립박물관)이 있어 부탄의 불교적 전통과 예술적 유산을 체험할 수 있다고도 한다.
호랑이 둥지(타이거스 네스트)로 불리는 부탄 여행의 중심 ‘탁상사원’은 파로 계곡의 아슬아슬한 900m 높이 절벽 위, 해발 약 3120m에 있는 부탄의 대표적 불교 사원이다.

팀푸에서 파로공항을 지나 2시간 정도 가다 보면 외길 도로 끝에 산행 출발지가 있다.

유명세와 달리 편의시설도 없이 나무 지팡이 파는 노점상과 10여 마리의 말과 마부만이 기다리는 단조로운 산행 출발지다.

등산로를 따라 1시간 30여분 오르면 정상 가까이 전망 좋은 곳에 카페테리아가 있고 여기서 30분 정도 더 오르면 산 정상 부위다.

이곳에서 천수백개의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면 장엄한 폭포수와 함께 탁상사원이 눈앞이다. 휴식 시간 포함해서 3시간 정도 소요된 산행이었다.

탁상사원은 8세기경 티베트의 전설적인 고승 ‘구루 림포체’(파드마삼바바)가 호랑이를 타고 파로 계곡 절벽에 도달해 명상하며 악령들을 진압했다는 전설이 있다.
‘구루 림포체’는 탁상사원 내 ‘호랑이굴’로 알려진 곳에서 명상 수행을 하며 부탄에 불교를 전파했다.
탁상사원은 1692년 구루 림포체의 명상 동굴을 중심으로 8개 법당으로 건립됐으나 1998년에 대형 화재로 두 번째 법당을 제외하곤 모두 전소돼 2004년에 복원했다.

입장료를 지급하고, 휴대전화와 짐들은 맡기고 들어가니 법당 중 불타지 않았다는 두 번째 법당에 유별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천왕 중 북방 천왕이 특이하게 쥐를 잡고 있었는데 이를 부를 준다는 것이라 한다. 악령을 묶어뒀다는 곳도 있고, 지구 멸종을 알린다는 바위도 있다.

림포체의 명상 흔적이 있다는 호랑이굴은 많은 순례자들이 찾고 있지만 입구가 좁고 가팔라 잠시 내려가 보다가 돌아왔다.
‘구루림포체’는 부처의 모습 등 8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에 근거해 8개 불당을 만든 것 같으며 사원에는 설립자이며 부탄 대승불교의 창시자인 ‘구루림프체’를 특별하게 모시고 있다.

파로 계곡의 장엄한 풍경 속에 있는 탁상사원은 부탄 불교의 상징적 장소로 평가되는 성지로서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보석의 더미 위에 세워진 요새’라는 뜻의 파로 행정·종교 중심 ‘파로종 사원’도 있는데 이곳은 축제와 종교의식이 정기적으로 열려 화려한 가면무용과 불교 의식 등 부탄 문화와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명소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로서 왕실 가족의 장례 의식이 거행되는 ‘키츄랑캉’ 사원과 부탄 국립박물관으로 이용되는 ‘타종’ 등이 파로에 있다.

아쉬움이 남았다. 주민들과 접점도 없고, 스님들도 만나기 쉽지 않고, 일반 사원도 가보지 못했고 단지 입장료를 지불하고 방문해야 하는 주요 사찰만 방문했을 뿐이었다. 통역인에게 의존해 부탄불교를 어설프게 이해해야 했고 건물과 불상 등 외피만을 보고 부탄 불교를 살펴봐야 했으니 당연했다.
다시 와야 할 이유만 생겼다. 팀푸에 ‘카자트럼’이라는 전통시장이나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 시장 ‘CSI마켓’도 보질 못했다.

그나마 ‘치미라캉 사원’ 가는 길을 걷다 보니 불교용품 파는 가게들에 들어가 볼 수 있었고, 팀푸 시내 야크 동물 털을 이용한 머플러 등 자잘한 기념품들을 파는 곳만을 접할 수 있었다.
관광 비수철이라 그런지 거리엔 시민들도 적고 관광지에도 외국인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일정 중에 ‘부탄 국제 ESG 동맹포럼’에서 부탄 정부 관계자의 발표를 통해 행복 국가를 추구하는 부탄의 관광정책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 위로 삼았다. 세계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국가(탄소 흡수국)로서 넓은 산림자원이 있지만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고수하다 보니 산업이 없고 녹색 기금과 관광세에 의존한 재생 관광, 고부가가치 저량 관광 경제가 갖는 한계도 조금은 봤다.

국민총행복(GNH)을 중시하는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과 세계인들이 어떻게 동행하며 함께 살아갈 것인가.
10년 전 스마트폰 도입 이후 부탄의 행복지수도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성장, 경제적 풍요보다 행복을 가장 중요한 국가 목표로 삼고 있는 부탄에선 일을 가정보다 우선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비교 대상이 있을 때 시작되나보다.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은둔의 나라일 때와 세상과 공존하며 성장을 추구할 때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부탄 정부에선 부탄에 불교를 전파해 제2의 부처로 존경받는 ‘구루 린포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겔레푸에서 쿠르제까지‘도보 순례길(연화생 트레일)’을 조성해 성지순례 코스를 만들고자 한다.
인도 웨스 벵갈주와 인접한 남부 켈레푸에 2029년까지 국제공항이 완공되고 108개 스투파를 만드는 등 기반 시설을 구축해 ‘마음 챙김 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환경과 문화를 보존하며 지속가능한 재생 관광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인 듯하다.
부탄은 사회적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지속가능관광국가’로서, 그리고 불교국가로서 힐링, 명상, 웰리스, 건강을 주제로 하는 체험형 관광지로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행복한 나라’의 실상을 느껴볼 순 없었지만 히말라야의 설산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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