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HOT 이슈' 추적] ⑫ 오산시 '오산역 일대 활성화' 만전

공병일 기자 2026. 2. 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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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제·문화의 심장부'…"여전히 무한한 잠재력"

市, 원도심 상권 살리기 맞춤 행정
장기 공실 점포 임차료 파격 지원
미관·시스템 개선 자생력 강화 등
'자생적 상인 거버넌스' 과제 시급

원동·운암뜰 상가, 온라인 마케팅
아름다로·오산대역, 버스킹 결합
오산역 광장, 썰매장·축제로 눈길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 기대감
▲ 문화의 거리 빈 점포들이 새 단장 하는 모습. /공병일 기자 hyusan@incheonilbo.com

▲도심의 기억과 소외, 그 경계에 선 오산역 일대

도시의 역사는 흔히 그 도시의 중심부에서 시작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경기도 오산시의 경우, 그 역사의 중심에는 늘 오산역 일대가 있었다. 이곳은 반세기 넘게 오산의 경제와 문화를 상징하는 심장부였으며, 수많은 시민이 만남을 약속하고 생업을 이어온 삶의 터전이었다. '문화의 거리'라는 명칭이 붙을 만큼 트렌드의 최전선이었던 이곳은 1번 국도와 경부선 철도가 교차하는 지리적 요충지를 바탕으로 남부 경기도의 주요 상권으로 당당히 군림해 왔다.

그러나 거대한 도시 확장과 신도시 개발의 물결은 원도심의 풍경을 급격히 바꾸어 놓았다. 세교지구 등 대규모 주거 단지와 그에 따른 계획 상권이 형성되면서 유동 인구의 동선은 썰물처럼 분산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은 오프라인 기반의 원도심 상가들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혔다. 한때 권리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우량 점포들은 하나둘 '임대 문의' 종이를 붙인 채 적막 속에 잠겼다. 이제 오산시에 원도심 활성화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절박한 생존 과제가 되었다.

▲소상공인의 체질 개선, 핀셋형 맞춤 지원으로 돌파구 마련

오산시는 이러한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총 여섯 차례에 걸친 집중적인 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상권의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는 개별 점포의 실질적인 자생력 강화였다. 2025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된 '소상공인 경영안정 및 경쟁력 강화 지원 사업'은 현장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반영한 '핀셋형'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점포당 최대 200만 원이 지원된 이 사업은 단순히 현금을 살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노후한 간판을 감각적으로 교체하여 거리의 시각적 미관을 개선하고, 어두운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여 고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최근의 비대면 서비스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설치와 입식 테이블 교체 등 시스템 개선을 지원한 점은 영세 상인들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높은 벽을 넘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 이는 상인들에게 '변화된 환경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심리적 자신감과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푸드 마켓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 /사진제공=오산시

▲골목의 색깔을 추출하다, 상권별 특화 스토리텔링의 힘

오산시는 원도심 상권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보지 않고, 각 골목이 가진 고유의 역사와 색깔을 추출하는 데 집중했다. 2025년 5월, 6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은 그 결과물이다. 시는 하향식 지원이 아닌 상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상권에 가장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공모 방식을 채택했다.

원동 상점가와 운암뜰 상가는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감각적인 홍보 영상 제작과 소셜 미디어(SNS)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했다. 반면, 과거의 향수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아름다로 상가와 오산대역 상가는 버스킹 공연과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결합해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특히 9월에 열린 아름 다로 프로젝트에서는 공연 시간에 맞춰 방문객들에게 생맥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재치 있는 이벤트를 결합해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이러한 시도는 상권이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소비 공간을 넘어, 문화를 향유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공동체의 광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축제의 경제학, 겨울 도심을 밝힌 빛과 얼음의 향연

원도심 활성화의 화룡점정은 연말에 펼쳐진 대규모 도심 축제였다. 오산시는 오산역 광장에 사계절 전천후로 즐길 수 있는 도시형 썰매장을 설치하는 파격적인 기획을 선보였다. 멀리 외곽 유원지로 나가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축제의 백미는 오산시청부터 오산역 광장까지 이어지는 1km 구간의 대대적인 시민 퍼레이드였다. 화려한 레이저 쇼와 점등식, 그리고 광장을 가득 채운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침체되었던 구도심에 뜨거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산타 동화 마을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은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했고, 이는 곧 인근 식당과 카페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직결되었다. 축제가 단순한 소모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상권 활성화와 지역 경제 순환을 돕는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 크리스 마켓을 맞아 이용객의 편의를 돕는 지역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이권재 오산시장. /사진제공=오산시

▲ 빈 점포, 위기에서 기회로 바꾸는 과감한 투자

원도심 상권의 가장 뼈아픈 지점은 굳게 닫힌 셔터와 장기 공실로 남은 빈 점포들이다. 오산시는 이 죽은 공간을 새로운 도전의 무대로 바꾸기 위해 '임차료 직접 지원'이라는 가장 현실적이고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도심 빈 점포 창업 지원' 사업은 아름 다로 일대의 공실을 임차하는 소상공인에게 월 최대 100만 원의 임차료를 무려 2년간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창업 초기 가장 큰 고정 비용 부담인 임차료를 지자체에서 분담해줌으로써, 예비 창업자들은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 서비스 질 향상과 독창적인 메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3개의 개성 넘치는 점포가 새롭게 문을 열었으며, 이는 주변 상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과 동기를 부여했다. 비어있던 공간에 다시 불이 켜지고 사람의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거리 전체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 현장의 고언,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한 미래 과제

이러한 시 당국의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엄중하고 냉철하다. 오산역 일대에서 평생 상업에 종사해온 권 모 씨(68세)는 "지자체의 지원도 고맙지만, 유명 프랜차이즈조차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라며 뼈아픈 조언을 건넸다. 이는 단기적인 예산 투입을 넘어선 거시적인 도시 계획 차원의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질적인 주차난 해결, 보행자 중심의 거리 환경 전면 재정비, 그리고 오산역이라는 거대 교통 허브의 유동 인구를 어떻게 상권 안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전략적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의 보조금이 종료된 이후에도 상인들 스스로가 상권의 활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생적인 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일 또한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 다시 뜨거워질 오산의 내일, 상생의 가치를 향하여

이권재 오산시장은 "접근성이 뛰어난 오산역 일대는 여전히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오산의 보물 같은 곳"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창업가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고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행정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오산시 민생경제과는 올해 2월 22일까지 새로운 빈 점포 창업 지원 대상자를 모집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산의 원도심은 이제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시민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 현대적인 감각과 행정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더해져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빈 점포의 셔터가 하나둘 힘차게 올라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풍경은 오산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2026년 한 해, 오산역 일대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며 "오산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뛴다"는 기분 좋은 활력이 시 전역에 울려 퍼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오산=공병일 기자 hyusa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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