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일으켜도 일자리는 없다”… 방글라데시 Z세대의 좌절
대졸 90만명 일자리 못 찾아
총선 앞두고 세대 불만 확산
지난 2024년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방글라데시 Z세대가 1년여 만에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정부를 전복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는 자조가 청년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혁명 이후 첫 총선을 앞둔 방글라데시에서 청년들은 “정권은 바뀌었지만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룩 아흐메드 시폰(25)은 지난해 7월 일자리 전망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던 그는 정부 요직 할당제와 불공정 채용 관행에 분노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는 전국적 봉기로 번졌고, 장기 집권해 온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결국 실각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시폰이 태어난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권력을 유지해온 상징적 존재였다. 이 사건은 네팔,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등 다른 개발도상국 청년 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혁명 이후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영어 석사 학위를 취득한 시폰은 학교, 은행, 농촌 공공시설 회사 등에 지원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현재는 영어 과외와 개인 교습으로 한 달 약 290달러(약 40만원)를 벌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의 절반은 어머니의 생활비로 쓰인다. 지난해 결혼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여전히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실업자 가운데 약 90만명이 대학 졸업자로, 2017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대학 졸업자 실업률은 2010년 5%에서 2024년 약 14%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계층의 실업률은 1%대에 그친다. 고등 교육을 받은 청년일수록 오히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역설적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대학 수가 급증하며 매년 최소 70만명의 졸업생이 노동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기업 수요와 교육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여건도 악화했다. 정권 교체 이전부터 성장세는 둔화됐고, 부패와 관료주의,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투자가 위축됐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최근 4년간 감소했고, 2025 회계연도 자본재 수입은 전년 대비 약 26% 줄었다. 세계은행은 2024년 전체 고용이 전년 대비 약 200만명 감소했고, 지난에도 추가로 8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방글라데시 경제를 지탱해온 의류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의류 부문 고용은 2019년 410만명에서 지난해 370만명으로 감소했다.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 기반 설계 시스템 도입으로 인력이 대폭 줄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제조업체 대표는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 졸업자 채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정부는 민주적 개혁과 경제 회복을 약속했지만, 청년층의 체감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총선을 앞두고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과 이슬람 정당 ‘자마트 에 이슬라미’ 간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종교 갈등과 폭력 사건까지 이어지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폰의 동급생 아부 사이드는 지난해 시위 도중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시위를 전국적 봉기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혁명에 참여했던 이들 중 안정적 일자리를 얻은 경우는 드물다. 시폰은 “셰이크 하시나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라며 해외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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