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임금체불 노동자에 설 명절은 애타는 시간일뿐
창원 팔룡터널 해고 예고 노동자
최저시급 처우 받으며 버텨왔는데
결국 소모품 취급…해고 철회하라
홈플러스 진해점 임금체불 노동자
생활비 쪼들려서 대출까지 알아봐
대주주 MBK에 조속 정상화 촉구

팔룡터널 적자 희생 감내하며 버텨왔는데
"2018년 9월, 팔룡터널 수납 노동자 구인 공고를 봤다. 민간사업자가 20년 넘도록 운영한다는 뉴스를 보고 여기라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신복선(창원시 의창구·48) 팔룡터널 수납 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일반노조 팔룡터널지회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신 씨를 포함한 팔룡터널 수납 노동자 17명은 3월 31일 자로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았다. 팔룡터널 운영 수탁사 '㈜이도'는 지난해 12월 26일 지회에 수납 노동자 17명 해고 예고를 통보하고, 관련 벽보를 사내에 붙였다.

창원시·사업시행자(㈜팔룡터널) 등은 지난해 팔룡터널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자 운영 방식 재구조화를 논의했다. 협상 과정에서 시·사업시행자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요금소 무인화 도입에 합의했다. 무인화 도입과 동시에 수납 노동자 전원 해고로 인건비를 절감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 팔룡터널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신 씨는 "회사는 팔룡터널 창립부터 오늘날까지 팔룡터널을 지켜온 수납노동자에게 위로금으로 급여 한 달치(215만 원)를 제시했다"며 "여기에다 재구조화 논의 배제·3개월 후 해고 예고 통보는 수납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회에 따르면, 팔룡터널 수납 노동자 대부분은 50대 중반 여성이다. 조합원들은 해고되면 다시 일자리를 구하긴 어중간한 나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수납 노동 경력만 18년인 백미숙(60) 팔룡터널 노동자는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고통 분담을 함께 했다"며 "노동자가 스스로 처우를 깎으며 팔룡터널 재정 정상화에 기여했는데, 그 대가가 해고 예고가 맞냐"며 분노했다.
수납 노동자들은 팔룡터널을 완전 무인화로 운영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팔룡터널 수납 노동자 김명자(60) 씨는 "수납 노동자가 터널에 상주하면서 수납 업무 외 주취자 신고·자전거 출입·차량 사고 등에 즉각 대비해왔다"며 "현장을 100% 무인으로 돌리면 이 같은 사고에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룡터널지회 조합원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30분가량 창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수납 노동자들은 해고 예고를 철회하고 정년 등 자연 감소에 따른 인력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 묵묵히 기다릴뿐
"1월 급여 절반을 아직 못 받았고 설 상여금도 소식 없다. 21일이 2월 급여일인데 이건 또 얼마나 밀릴지 걱정만 앞선다."
강혜정(54·창원시 진해구) 홈플러스 진해점 마트 노동자이자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진해지회장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홈플러스는 진해점뿐만 아니라 전국 지점 마트 노동자에게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자금난을 이유로 지난 10일에 지급했어야 할 설 상여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홈플러스 진해점에서 15년 일한 강 씨는 홈플러스처럼 규모 큰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을 겪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진해점 80명, 경남 전체 1000여 명이 체불을 겪고 있다"며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마트노동자뿐만 아니라 입점업자·미화원·배송기사 등도 고용불안을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된 시기는 지난해 12월. 당시 홈플러스는 노동자 급여를 두 차례 나눠 지급한 데 이어, 지난 1월 급여는 아예 지급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삶에 급여까지 밀리자, 마트 노동자들은 생계비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강 씨는 "마트 노동자 절반이 50대고 한부모 가정도 더러 있다"며 "급여가 밀리니까 일단 자녀 학원을 끊고, 돈 나가는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 한 명은 대출 받으려고 은행을 찾아갔다"며 "은행에서 임금체불·회생신청기업이라 대출이 곤란하다는 답을 받았다더라"고 울상지었다.

11일 오후 찾은 홈플러스 진해점. 홈플러스 경영난·진해점 폐점 예고를 설명하듯 1층에서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직원들은 한 달 전부터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진해점이 폐점된다면 어디로 가야할 지도 막막하다"며 "회생계획안대로 폐점될지, 폐점 시점은 언제일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것도 서러운데, 처우 개선은커녕 체불에 시달려야 한다고 분노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마트 노동자는 1년 근속 시 월급 2000원을 더 받는다. 15년 일한 강 씨는 1년차 대비 월급을 고작 3만 원 더 받는 셈이다.
강 씨는 "직원 대의기구가 사측과 협상에서 주말 수당을 포기한 이후 주말수당도 따로 나오지 않는다"며 "그나마 매출이 잘 나오면 지급하던 성과급도 MBK 체제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조속한 급여 지급·대주주 경영 정상화 노력을 촉구했다.
강 씨는 "대주주 MBK는 자기 돈 10원도 들이지 않고 홈플러스 구조조정으로 투자 회수만 하려 한다"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마트노조 경남지역본부장을 비롯한 전국 9개 지역 본부, 홈플러스 지부장, 마트노조 위원장이 하루빨리 농성해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