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조선 패권경쟁] 세계 수주 60% 장악한 중국…韓 주력 고부가선박 ‘추격’

이혜미 기자 2026. 2. 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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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수주·수주잔량·인도량 등 핵심지표서 글로벌 1위
국영 조선사 중심 연구·혁신 주도, 협력형 집적화 이뤄
스마트 조선, 친환경 선박 분야서 기술 내재화 ‘속도‘
조선업을 둘러싼 동북아 3국의 전략적 경쟁이 다시 전면에 올라왔다. 한때 '세계 1위'를 달렸던 일본은 조선업을 경제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며 국가 주도의 재건 드라이브에 나섰다. 중국은 이미 세계 건조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고부가 선박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거점 확장과 방산·MRO 연계를 통해 새로운 성장 경로를 모색 중이다. 조선업이 단순한 제조 산업을 넘어 해상 물류와 에너지, 안보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자 각국이 조선업 확장에 나섰다. 한·중·일 3국 조선업의 현재 위치와 향후 미래경쟁 구도를 점검한다.
중국 선박공업그룹(CSSC) 조선소 모습. [출처= 연합]

동북아 조선 패권 경쟁의 중심에는 이미 중국이 서 있다. 지난해 글로벌 발주가 위축된 가운데 한국이 일부 점유율을 회복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수주 물량의 60% 안팎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 체제를 유지했다. 물량 우위를 기반으로 고부가 선종까지 보폭을 넓히는 흐름이다.

12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7678만CGT(3235척)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은 3537만CGT(1421척)를 수주해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한국은 1160만CGT(247척)로 21%에 그쳤다. 시장이 축소된 국면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선종별로 보면 중국의 지배력은 더 뚜렷하다. 벌크선은 80% 안팎,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역시 60~7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상선 시장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능력, 금융 지원이 결합된 구조적 우위라는 평가다.

이 같은 경쟁력은 2010년대 중반 정책 재편을 통해 강화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3년 주요 국영조선사 중심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착수해 2015년 마무리했다. 설비 축소보다는 경쟁력 있는 조선소를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약 70여 개 조선소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돼 금융·수주 지원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발표된 '중국제조 2025'에는 조선산업이 10대 전략 산업으로 포함됐다. 이후 정책 자금과 금융 지원이 본격화되며 수주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의 결합도 완료됐다.

해운업과의 결합 전략도 주목된다. 국영 선사 COSCO는 북미 노선 점유율 12%로 해당 항로에서 세계 1위권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 도입 지원과 선복 확대가 병행되면서 조선·해운이 동시에 외형을 키우는 구조다.

최근 변화는 고부가 선종으로의 확장이다. LNG 운반선 분야에서 중국 조선소들의 수주가 늘고 있다. 후동중화조선은 말레이시아 국영 해운사 MISC로부터 LNG 운반선 6척을 수주했고, 장난조선소 역시 4척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반복 수주를 확보하며 건조 경험을 축적하는 흐름이다.

중국은 과거 초대형 큐맥스(Q-Max)급 LNG 운반선을 수주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아직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반복 건조를 통해 공정 안정성과 설계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 조건이 더해지면서 시장 내 존재감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확장은 해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해양굴기' 전략 아래 해군력과 상선 규모가 동시에 확대됐다"면서 "이미 중국의 해군 함정 규모는 미국을 웃도는 수준이며, 상선 보유 톤수 역시 3억톤을 넘는다"고 진단했다. 조선·해운 산업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60% 점유율이 정책·금융·생산능력이 결합된 구조적 성과라는 데 주목한다. 물량 우위를 질적 확장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동북아 조선 경쟁 구도는 다시 한 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확보한 압도적 생산 기반 위에서 고부가선박 시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아직 한국과 기술격차가 존재하지만,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패권 경쟁은 속도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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