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인터뷰] 김현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신임 회장 ‘불신의 복지에서 신뢰의 복지로!’

조준상 2026. 2.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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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튼튼하고 넓은 ‘복지 그릇’ 조성, 민간은 그릇에 온기 채우는 ‘모세혈관’이자 ‘배달자’
김현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신임 회장은 취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수요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제공할 수 있도록 공급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한국사회복지협회의회 제공.

그는 30년 현장에서 다져진 복지 전문가이다. 지난해 11월 그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35대 회장으로 선출됐을 때, 사회복지계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거의 언제나 그 자리는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로 주로 채워지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그런 징후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지 않았다. 지역사회 복지 체제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 강화에 힘써 온 그에게 현장 중심의 정책 추진과 조직 혁신에 대한 기대가 쏟아지는 이유이다. 지난 2월6일 서울시 마포구 만리재로에 자리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김현훈 회장을 만났다.

▷민관 협력 강화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관과 민이 각각 강화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복지는 ‘그릇’과 ‘내용물’의 조화이다. 정부는 튼튼하고 넓은 ‘복지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6.51% 인상, 청년 소득공제 대상 확대 등이 좋은 예이다. 관은 예산과 제도를 통해 보편적 복지의 토대를 ‘두텁고 촘촘하게’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은 그 그릇 안에 ‘따뜻한 밥(온기)’을 채워야 한다. 제도가 닿지 못하는 이웃을 찾아내는 ‘모세혈관’ 역할, 획일적 제도를 현장에 맞게 유연하게 전달하는 ‘배달자’ 역할이다.[기준 중위소득(Median income)은 대한민국 모든 가구의 월 세전 소득을 조사해 오름차순으로 배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 수급자는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30’을 기준으로, 의료급여 수급자는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40’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등 복지급여 기준으로 기능한다.]

민관 협력 관점에서 무엇보다 ‘신뢰의 회복’이 중요하다. 현 복지제도는 감시와 감독 위주의 불신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현장은 과도한 행정 업무와 평가에 시달린다. 최근에 새로운 복지법인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규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사회복지 현장이 본연의 업무인 ‘사람을 돌보는 일’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의 여백도 필요하다. 장애인시설에서도 필요하면 배고픈 노인이 찾아가서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여러 규제로 인해 분절되고 경직돼 있다. 감독보다는 지지해 주고, 일 잘하면 칭찬·육성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모세혈관’이란 표현이 인상 깊다. 협의회의 관련 사업이 있다면?

-국민권익위원회, 한국서부발전과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발굴 사원 업무협약’을 2월11일 맺는데, 이혼 소송, 명의도용 등으로 실질적인 생계 곤란을 겪는데도 서류상 조건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등에서 탈락해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소외계층을 돕는다. 국민권익위가 위기가정을 발굴·추천하고 한국서부발전이 기부금을 후원하고 협의회가 관련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상자에게 필요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단, 위기가정 70가구에 가구당 200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공급자의 ‘문제 해결 능력’ 강화에 기초한 수요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지역 간 복지 격차 해소를 위해 관과 민이 각각 개선해야 한다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는 도농 격차와 사회복지서비스의 불균형이다.이를 해소하려면 우선 획일적 예산 배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구수는 적지만 면적이 넓고 이동 거리가 먼 농어촌 지역에는 ‘이동권 보장’이나 ‘찾아가는 서비스’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두는 유연한 예산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려면 현장과 행정, 연구 간 괴리가 극복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수립과 학계 연구까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 꼭 필요한 곳에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는 현장의 경험을 자료화하고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정책에 반영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행정, 학계, 현장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 복지시설과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라기보다 ‘만들고 싶은 곳’에 들어서는 경우가 잦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도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대상자를 중심에 놓고 각 참여 주체가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족한 자원을 공유·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김현훈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자가 ‘만들고 싶은 곳’이 아니라 수요자가 ‘필요한 곳’에 복지시설과 서비스가 들어서려면 행정, 학계, 현장이 따로 노는 괴리가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자원 배분의 불투명성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회의 방안은?

-‘복지 정보 전달체계의 일원화’를 적극 추진하겠다. 복지 정보와 자원이 여러 부처와 기관에 산재해 중복 지원이나 누락이 생긴다. 협의회는 기업의 자원과 현장의 복지 수요를 연결하는 온라인 사회공헌 매칭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민과 관의 복지 데이터를 통합·연동하는 ‘플랫폼’이 구축되면, 누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자원이 꼭 필요한 곳에 제때 전달되는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인의 ‘사회적 인정’과 ‘전문성 강화’ 위해 복지 훈장 신설, 연수원 건립 추진

▷사회복지인 처우 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할 사안은?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사회복지인의 ‘사회적 인정’과 ‘전문성 강화’가 먼저이다. 첫째, 사회복지인의 헌신이 명예롭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복지 훈장’ 신설을 추진하겠다. 복지 종사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강력한 무형의 보상이 될 것이다. 둘째, ‘사회복지연수원’ 건립이다. 100만 사회복지인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전문적인 직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이 꼭 필요하다. 종사자의 역량 강화가 곧 대국민 복지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될 것이다.

▷유튜브 등의 플랫폼과 AI 기술을 결합해 복지 혁신을 꾀할 방안은?

=‘스마트 복지’의 핵심은 돌봄 로봇, 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 등 기술을 복지에 접목해 현장의 업무 부담은 줄이고 서비스의 질은 높이는 것이다. AI 기술은 복잡한 행정 업무나 초기 상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안부 확인(AI 호출) 등을 맡아 복지사의 업무 과중을 덜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은 복지사가 대상자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본질적 돌봄’에 쓰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은 맞춤형 정보를 개인의 생애주기와 생활환경에 맞춰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진정한 맞춤형 정보 소통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협의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협의회에 ‘개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있었다. ‘열린 협의회’이자 ‘연결의 플랫폼’으로서 복지 현장 주체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연대시키는 중심축이 되게 할 것이다. 또한, 협의회는 좋은 이웃들, 사회공헌, 자원봉사, 푸드뱅크, 그냥드림 사업 등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원으로 지역복지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되어 나눔 생태계를 조성하는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지금보다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 오는 3월 10일 ‘신복지 5.0 문화운동’(신뢰 복지, 혁신경영, 지역복지, 스마트 복지, K-복지 세계화) 비전 선포식을 열려 한다. 협의회가 양적 성장 시대에 구축된 불신의 장벽을 허물고 질적 성장 시대의 신뢰 복지로 가는 복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 이념과 분야로 단절된 복지를 통합해 가는 민관 협력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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