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 대사 “러·우전 북한군 위대함 잊지 않을 것”
한국 핵잠수함 건조에 “NPT 체제에 심각한 도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대해 “조선인민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군의 군사적 역할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명한 것이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 외교관의 날(2월 10일)’을 맞아 11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러 관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2024년 6월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북·러 관계가 더 높은 단계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남부를 우크라이나군과 (서방) 용병들로부터 해방하는 데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선인민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조건으로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전쟁은 러시아가 이길 때 끝난다”고 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나토(NATO) 확장 저지 요구다. 둘째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들의 인권 존중이다. 그는 “유엔 헌장 등 국제 문건이 규정한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셋째는 러시아 헌법상 영토 문제 해결이다. 러시아가 점령 후 자국 영토로 편입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4개주 인정 요구로 풀이된다.
한러 경제 관계에 대해서는 “전쟁 전 무역 규모가 211억달러(약 30조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109억달러(약 16조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현대차·삼성전자 등 대기업 철수 배경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단독 제재를 지목했다. 그는 “수출통제 명단에 1402개 품목이 포함돼 대기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기업들의 복귀는 쉽지 않다”고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9일 러시아 국영통신 리아노보스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매각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2024년 현대차 공장은 바이백(재매수) 권리를 포함해 상징적인 금액에 매각됐는데, 그 기한은 이미 지났다”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4%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0.6%로 떨어졌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리아노보스티 인터뷰에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개된 자료로 판단하건대 이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국방 동맹) 모델에 따른 협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무기급 고농축 핵물질을 이전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오커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시스템에 대한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북아시아 군사·정치 상황 맥락에서 이 프로젝트는 워싱턴, 서울, 도쿄가 평양에 가하는 군사적 압박의 논리에 부합한다”며 “이 지역에 북한을 겨냥한 또 다른 타격 수단이 등장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서방국 대표들과 달리 (러시아 정부는) 한국 정부에 권고나 지시,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한국은 주권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는 (전쟁 초기나 지난 정부 때처럼) 러시아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나 질책을 반복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신임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 신임장 제정 때 언급한 ‘관계 자원 소진’을 상기시키며 “제재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관계 복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북극항로(NSR) 개척에 대해서는 “북극항로는 구조적으로 러시아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통과해야 하므로 러시아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며 “한국과 협의할 수 있고 방해 조건은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구상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 언론에 보도된 ‘비밀 협상설’에 대해 “어떠한 막후 협상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한·러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접촉을 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작년 가을 모스크바에 한국 대표들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들은 에너지안보센터가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학술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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