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한미 외교·통상 갈등 '불쏘시개' [왜 지금]

손유지 2026. 2. 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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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한미 외교 충돌 지점으로 비화
美정계의 “미국 기업 차별” 프레임과 쿠팡 로비 전략
한국 정부의 전방위 제재 강행과 외교적 딜레마 심화
디지털 규제·FTA 충돌 속 한미 경제 동맹 재검증 과제

[지데일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외교 분쟁의 불씨로 번지며, 양국 간 통상 마찰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로 시작된 이 문제가 이제는 미국 정치권의 직설적 압박과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맞물려 국제적 긴장으로 치닫고 있다. 이 사태가 지속되면 한미동맹의 경제적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외교 분쟁으로 격화. 美 정치권 "한국 규제는 무역 장벽" 비판 속 정부 강경 대응. 트럼프 행정부 관세 보복 우려↑. 민관합동조사와 플랫폼법 정교화가 과제다. 쿠팡 제공

쿠팡은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내외 비판의 도가니에 빠졌다. 수백만 명의 고객 주민등록번호, 주소, 결제 정보 등이 내부 시스템 취약점으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쿠팡 측은 초기 '셀프 조사'를 통해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정부와 국회의 반발을 샀다. 정부는 이를 '일방적 발표'로 규정하며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이 사건은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과 연동된 데이터베이스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안 인프라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한다. 과거에도 쿠팡은 유사한 보안 이슈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어 누적된 불신이 이번 사태를 증폭시켰다.

사태 초기 한국 정부는 과기정통부 주도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 법인 지위가 변수로 떠올랐다. 쿠팡Inc.는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으로 분류되며, 이는 한국 규제가 '외국 기업 차별' 프레임으로 둔갑할 여지를 제공했다. 

실제 쿠팡은 상장 후 5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에 약 155억 원 규모의 로비 자금을 투입했다. 이 자금은 백악관,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등 핵심 부처를 대상으로 하며, 쿠팡의 '미국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미국 정계의 반응은 신속하고 다소 공격적이었다.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소셜미디어 X에서 "한국 국회의 쿠팡 공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별적 규제와 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을 위한 발판"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중진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은 기고문에서 "한국이 애플, 구글, 메타와 쿠팡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 한미 특별관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친트럼프 성향 정치평론가 스티브 코르테스는 "한국의 미국 기업 배신 행위"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쿠팡을 '미국 기업'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문제 삼는다. 배경에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있다. 이 법은 빅테크의 독과점과 데이터 남용을 규제하지만, 미국 측은 이를 무역 장벽으로 인식한다. 

최근 한미 FTA 공동위원회 고위급 회의 연기도 이 불만과 연관된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쿠팡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최근 한국 투자 지연을 이유로 25% 관세 언급)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쿠팡의 로비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미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 접근하며 한국 규제에 대한 '보호막'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 기업 로비를 넘어 지정학적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관계 전문가들은 "쿠팡이 한미 통상 갈등의 '테스트 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정부는 성탄절 당일 이례적으로 긴급 장관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에서 "국민 피해를 준 기업은 망할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원칙을 천명했다. 

회의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쿠팡TF를 직접 지휘키로 했으며, 대규모 과징금, 택배 사업자 인허가 박탈, 영업정지, 특별세무조사, 경찰 수사 등 전방위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쿠팡에 "셀프 수사 중단과 민관합동조사 협조, 피해자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강경 노선이 외교적 딜레마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사태가 구글·메타 등 다른 빅테크 규제로 확대되면 미국의 보복 관세나 FTA 재협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 대통령실 외교라인까지 회의에 동원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단체들은 "국내 기업 규제와 외국 기업 보호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지만, 여론은 강경 제재를 요구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쿠팡 처벌을 지지했다.

이 사태는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친다. 쿠팡 주가는 사건 직후 15% 급락했으나 미국 로비 효과로 반등세를 보인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로켓배송 이용을 꺼리며 경쟁사(네이버쇼핑, 11번가)로 이동하고 있다. 중소 택배업체들은 쿠팡의 로켓직행편(자체 물류) 독점으로 피해를 호소하며 정부 규제를 촉구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e커머스 시장의 재편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는 디지털 무역 규범의 충돌을 상징한다. EU의 DMA(디지털시장법)처럼 한국도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지만, 미국은 이를 자유무역 위반으로 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2025년 1월) 후 무역 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USTR의 한미 FTA 재검토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신속히 구성하고, 쿠팡의 투명한 자료 공개를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동시에 피해자 보상기금을 조성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하며, 쿠팡은 로비 의혹 해명과 함께 보안 시스템 전면 개편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나아가 한국은 온라인 플랫폼법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틀 안에서 '디지털 무역 챕터'를 재협상하며 미국의 불만을 해소하는 외교적 해법도 급선무라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국 규제 준수를 최우선으로 하되, 글로벌 로비를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과 기업, 정부가 협력하지 않으면 이 불씨는 한미동맹의 큰 화마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