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기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노사 양측의 우려를 수렴하고, 기존 제시한 내용을 일부 보완하여 노동조합법 시행령 수정 개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수정 개정안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1개월여 앞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상 고용노동부가 적어도 노란봉투법 하에서의 교섭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5. 11. 24.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원·하청 노사의 실질적 교섭 촉진을 위한 교섭절차로서 (i) 원·하청 교섭은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ii)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의 틀 내에서 교섭을 진행하되, (iii)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를 이용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교섭단위를 분리하겠다고 하면서,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이루어지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하청노조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분리 결정기준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규정을 새로 도입하였다. 그 내용은 노동위원회 및 법원이 기존 교섭단위 분리 과정에서 고려하던 판단 요소 외에, 노조의 조직범위, 이해관계의 공통성, 타 노조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노조간 갈등 가능성, 당사자 의사 등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교섭단위 분리시 이들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하여, 노사 모두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간 개별교섭”을 주장하며, ‘원청 사업장 단위’를 기준으로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원·하청 노사 간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의 경우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이 확대되어 사실상 교섭창구 단일화가 형해화 된다”면서 “이러한 기준이면 원청내 노조 사이에서도 언제든지 교섭단위가 분리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2026. 1. 21. 노동조합법 시행령 수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기존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원청 사용자와 원청 노조에게 적용되는 교섭단위 분리의 기준과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에게 적용되는 교섭단위 분리의 기준을 구분하여 명시하였다. 즉, 원청노조 사이에서의 교섭단위 분리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근로조건에서의 차이나 고용형태의 차이, 교섭 관행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되,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의 교섭에서는 노동조합 간의 이해관계의 공통 또는 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노동조합에는 “원·하청 노조는 기존 원청과 원청노조 사이의 경우와 다른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하여 하청 교섭단위 분리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사용자에게는 “적어도 원청과 원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는 기존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고용노동부의 시행령에 대한 재개정안은 노사 양측의 우려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현재 노조법 상의 교섭 체계 및 고용노동부가 생각한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 절차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조건을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이 법의 수범자인 사용자와 노동조합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애매한 결론을 만들어 내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위원회만이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을 위한 교섭단위 분리’라는 막중한 과제를 맡게 된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교섭단위 분리 결정이 가지고 오는 노사 양 당사자의 권리의무 관계의 변화 및 노사 현장에서의 혼란을 오로지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맡긴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수정 개정안이 과연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이 정하고 있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에 포섭되는 적법한 위임 범위 내의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4항에서는 “이러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 및 그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결정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 규정을 보면, 과연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 또는 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이 교섭단위 분리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규정이 향후 법원에서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다시금 원·하청간 교섭 절차에 있어 새로운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각 기업들은 변화하는 노사관계에 대한 규제와 룰을 고려하여 새로운 대비를 하여야 한다. 이미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확정되었고, 이제 법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이상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고용노동부의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교섭 절차와 관련된 기준은 어느 정도 확정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장의 각 기업들은 이제 어찌되었든 변화한 상황에 맞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적어도 새로운 교섭에 필요한 전담 조직과 인력을 구축하고, 현재 각 현장에서 교섭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하게 인식한 후에 교섭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혼란 속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경영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