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설탕담합’ 제당3사에 과징금 4083억원…역대 두 번째 규모

양영경 2026. 2. 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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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가격조정폭·시기 합의…인상 6회·인하 2회
점유율 1위가 거래처 협상, 영업라인 조직적 공조
3년간 설탕가격 변경 현황 연 2회 보고 의무 부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생품목 담합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인 가운데 첫 사례인 제당 3사의 설탕가격 담합에 대해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 담합 사건 제재 가운데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참가 사업자당 평균 부과금액도 약 1300억원대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당3사 담합 4000억원대 과징금 부과’와 관련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이다. 전체 과징금 규모로는 2010년 6개 LPG 공급회사의 부당한 공동행위 사건(6689억원)에 이어 두 번째이며, 사업자당 평균 부과액은 1361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여 동안 총 8차례(인상 6회·인하 2회)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원당 가격 상승기에는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맞췄고,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거래처에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했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가격 인하 시점을 늦추고 인하폭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대표·임원·영업팀장 등 직급별 모임과 연락을 통해 세부 실행방안을 공유했고,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회사가 협상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그 결과 가격 인상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가격 인하 요인은 최소화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대한제당 담당자 카카오톡 대화 내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들 업체는 2007년에도 같은 유형의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으며, 2024년 3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1년 이상 공동행위를 유지하고 조사 대응 정보를 공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장기간 과점 구조에서 반복된 공동행위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다. 설탕 시장은 고율 관세와 대규모 설비 필요 등으로 신규 진입이 어려워 제당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약 89%에 달한다.

공정위는 향후 3년간 설탕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보고하도록 하는 가격 변경 내역 보고명령을 포함해 재발 방지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법 위반행위 금지, 위반사실 통지, 임직원 교육, 영업팀 자체조사, 징계 규정 신설 및 보고 의무도 함께 부과했다.

공정위는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가격 재결정명령도 검토했으나, 해당 명령은 위법 상태나 그 효과가 지속되는 경우에만 가능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제당사들이 조사 기간 중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에 각각 독자적으로 설탕 가격을 인하한 점이 고려됐다.

이번 제재 결과는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심의를 거친 바로 다음 날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발표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인 담합을 제재했다”면서 “향후 밀가루·전분당·계란·돼지고기 등 다른 생활 밀접 품목 담합 사건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에는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면)’가 적용돼 공표된 과징금이 3개사에 동일하게 부과되지는 않는다. 리니언시는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한 사업자에 제재를 감면·면제하는 제도이며 1순위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 고발이, 2순위는 과징금 50%와 검찰 고발이 면제된다.

공정거래법은 자진신고 감면 적용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사건에서도 어느 회사가 1·2순위 신고자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주 위원장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설탕 사건의 자진 신고 순위가 검찰과 공정위에서 달랐다는 취지로 언급해 리니언시 적용 상황을 설명했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 처분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공정위 제재에 앞서 검찰이 먼저 기소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11월 제당3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주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공정위가 너무 느리고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오해가 있는데 설탕 담합의 경우 공정위 조사가 없었으면 업체들이 왜 자진 신고를 하겠냐”며 사건 처리에 공정위의 가격 동향 분석과 인지 조사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면 피조사자들, 특히 개인들은 공정위 조사보다는 형사 사건 조사에 훨씬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그런 차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4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조사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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