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이어 ‘디지털 슬롯머신’ 인스타그램도 “중독성 없다” 주장

정유경 기자 2026. 2. 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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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광고도 안 봐…돈 안 돼”
인스타그램 앱 아이콘이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기의 ‘에스엔에스(SNS) 재판’에서 ‘주범’으로 지목된 인스타그램이 자사의 앱은 중독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각) 유튜브와 메타(인스타그램의 모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셜미디어 앱 중독 소송 사흘째를 맞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정에 출석한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임상적 중독(clinical addiction, 중독증)과 문제적인 인터넷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며 인스타그램은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인스타그램 중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적인 사용”은 가능하다며 오랫동안 드라마를 몰아 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또한 모세리 최고경영자는 인스타그램이 10대 사용자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비판에 “10대에게서 얻는 수익이 가장 낮다”며 “십대들은 광고도 잘 보지 않고, 가처분 소득도 낮다”고 반박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번 에스엔에스 기업 대상 소송에서, 플랫폼 최고경영자가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것은 모세리가 처음이다.

이 소송을 낸 ‘케일리’(가명·20살)는 어린 시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중독됐으며, 이 앱들이 카지노의 슬롯 머신처럼 끝없이 화면을 넘기도록 해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며 소송을 냈다. 그는 인스타그램의 ‘무한 스크롤’에 빠져들었고, ‘좋아요’를 얻는 데 중독됐으며, ‘뷰티 필터’ 때문에 자신의 외모에 문제가 없는데도 강박적 행동을 반복하는 신체이형장애(BDD)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케일리는 9살때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한때는 하루에 16시간씩 인스타그램을 한 적도 있었다. 불안, 우울증, 성적 괴롭힘 등에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케일리 소송에서 주범으로 지목된 플랫폼인데다, 지난 2021년 페이스북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건이 회사가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부 문서를 공개한 적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우건은 이용자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메타가 알고리즘을 개선하지 않고 안전보다 이익을 중시했다고 폭로했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정보기술산업이 도박이나 담배 산업만큼 젊은 세대에게 해를 미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적 논쟁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엔엔(CNN)은 이번 소송과 비슷한 소송이 1500여건 넘게 제기됐지만, 그 중 본격적인 재판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이후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케일리의 변호사는 재판 첫날인 9일 모두진술에서 구글·메타 두 회사가 사용한 기술을 “디지털 카지노”로 비유한 구글·메타 내부 문서 등을 공개하며 “아이들의 뇌를 중독시키도록 설계된 기계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10일 법정에 섰던 유튜브 쪽은 “유튜브는 소셜미디어가 아니고, 넷플릭스같은 엔터테인먼트플랫폼에 가깝다”며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추천 동영상을 띄우는 것은 “뇌에 침투해 재구성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뭘 보는 걸 좋아하는지 묻는 것 뿐이다”라고 항변했다. (▶관련 기사 보기 : ‘뇌에 마약 심었다’…미국서 유튜브 중독 세기의 재판 )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가 반박 근거로 도박 중독(도박장애)·마약 중독과 같은 ‘임상적 중독’이 아니라고 거론한 데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직 심리학계에 ‘소셜미디어 중독증’이라는 진단명은 없지만, 최근 연구자들은 젊은이들이 강박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생기는 해로운 결과들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장에는 소셜미디어에 항의하는 부모들이 몰려 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메타와 유튜브를 각각 고소한 몇몇 학부모들은 방청석 앞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법정 계단 밖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2021년 14살 나이로 숨진 딸 미아의 사진을 들고 나온 마리아노 재닌은 영국 방송사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술도 있고 자금도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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