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2. 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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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서 달라진 불편함 기준, 성소수자 논쟁 일상에서는 합의
법·정치·종교서는 아직 멈춰 있어, ‘차별금지법’ 22대 국회선 넘을
아이들 ‘모노’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11년 발표한 ‘본 디스 웨이’에서 성소수자와 소수인종을 호명하며 “나는 내 방식대로 아름다워, 신은 실수하지 않으니까. 나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라고 노래했다. 이듬해 그는 월드투어 첫 공연을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었는데, 일부 개신교 단체가 이 공연에 반발했다. ‘하나님이 동성애자를 창조했다’는 가사가 성경 가르침과 다르고,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며 ‘기독교의 동성애 치유 노력’을 좌절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공연장 앞에서는 기도회와 집회가 열렸다. 이 공연은 결국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이 조정됐다.

14년이 지났다. 강산이 한 번 반은 바뀌는 동안 한국 대중문화는 표현의 경계를 꾸준히 넓혀왔다. 2021년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댄스크루 라치카는 퀴어 당사자 댄서들과 함께 ‘본 디스 웨이’ 공연을 펼쳤다. 2023년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래퍼 이영지와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이 이 노래를 불렀다. “게이든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레즈비언이든 트랜스젠더든 상관없이, 난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라는 가사도 삭제되지 않고 흘러나왔다. 2026년에는 그룹 아이들이 ‘커버곡’이 아닌 자신들의 정식 발매곡 ‘모노’에서 퀴어를 직접 호명한다. 이 노래에는 “네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동쪽에서 왔든 서쪽에서 왔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너의 진짜 느낌대로 춤을 춰”라는 가사가 나온다. 영국 출신의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속하지 않는 성정체성) 래퍼 스카이워터의 피처링도 이어진다.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동성애는 이제 더 이상 논쟁을 위한 장치나 문제가 있는 존재, 혹은 ‘감초 캐릭터’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2010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자 아들을, 2012년 <응답하라 1997>이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소년을 등장시켰다면 2024년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퀴어 연애 프로그램 <남의 연애>는 스핀오프를 포함해 5개 시즌이 제작됐다. 금기를 깨는 용감한 아티스트와 제작자가 많아져서만은 아닌 것 같다. 문화는 때로 사회의 감수성을 앞장서서 끌고 가지만 이미 변화한 감수성을 한발 늦게 반영하기도 한다. 대중문화 영역에서 이런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은 이미 대중이 더 이상 게이가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도, 동성애가 등장하는 노래도 드라마도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6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1만인의 목소리 - 이재명 정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작합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모노’ 첫 무대가 KBS <뮤직뱅크>에서 송출된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는 개신교 단체 ‘거룩한 방파제 통합 국민대회’ 주최로 차별금지법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불건전한 가치관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 “차별금지법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부인하는 전체주의적 사상 통제법” “기도와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로 그분들을 ‘정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등의 주장이 나왔다. 14년 전 잠실주경기장 앞에서 나오던 말들과 너무 비슷해서 기시감이 들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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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당 국회의원은 집회 참석 후 페이스북에 “특정 독소조항을 담은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된다면,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교육과 가정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오늘도 유튜브 주간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있는 ‘모노’를 들으며 또 생각한다. 사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진 지 오래가 아닐까. 이미 체결된 합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목소리 큰 일부가 우기는 것은 아닐까.

바뀌지 않은 것은 또 있다. 차별금지법은 2012년에도 지금도 여전히 없다. 일하거나 교육받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내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핵심인 차별금지법의 반대 포인트가 오로지 ‘동성애’로만 모아지는 현상도 그대로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제대로 된 심의 없이 폐기되거나 철회됐다”는 문장을 차별금지법 기사마다 똑같이 쓴 지도 10년 넘게 지났다. 22대 국회에는 진보당 손솔,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번 국회 임기가 끝날 때는 다른 문장을 쓰고 싶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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