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오늘 ‘카나브’ 약가 소송 1심 판결…4제 복합제 신약 성패 가를 분수령
주력 매출원 방어 여부 촉각…패소시 연간 수백억 타격
4제 복합제로 새 성장축 모색…효능 입증했지만 ‘첩첩산중’
정부 제네릭 정책 변화 맞물려 실적 불확실성 고조
보령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카나브 패밀리’ 11개 품목에 대한 약가 인하 처분 취소 소송의 1심 판결이 12일 선고된다. 회사의 핵심 매출원인 카나브 시리즈의 수익성이 걸린 이번 판결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보령은 자체 개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4제 복합제 시장 진출을 강행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보령은 최근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치료하는 4제 복합 신약 후보물질 ‘BR1018’의 임상 3상 결과를 확보하며 허가 일정에 청신호를 켰다. 그동안 카나브 기반의 2·3제 복합제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카나브 패밀리’를 회사의 주축으로 성장시켜 온 만큼, 이번 4제 복합제 역시 향후 실적 성장을 견인할 핵심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신약 개발의 성과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약가 방어’라는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정부의 제네릭(복제약) 약가 정책 변화와 맞물려 진행 중인 이번 행정소송 결과가 주력 제품군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야심 차게 준비한 신약 ‘BR1018’이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결국 12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BR1018, 임상 3상서 유효성 입증…허가 절차 준비
법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도 보령은 R&D 성과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BR1018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BR1018은 카나브의 주성분인 피마사르탄에 고혈압약 암로디핀,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개량신약이다. 연구진이 2024년 4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진행한 임상 결과, 병용 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수축기 혈압이 평균 10.09mmHg 더 감소했고(p=0.0003), LDL 콜레스테롤 감소율 역시 대조군보다 52.3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한 약물 부작용이나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보령은 이번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 준비에 돌입한다. 다만, 개량신약 특성상 1상과 3상을 병행해 진행해 온 탓에 최종 허가 신청 시점은 유동적이다. 2024년 12월 시작된 임상 1상이 종료된 후 허가 신청이 이뤄질 경우, 승인까지는 통상 9~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커지는 4제 복합제 시장…한미약품 독주 체제에 도전장
보령의 4제 복합제 진출은 시장의 성장세와 맞닿아 있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복용 편의성을 높인 4제 복합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시장은 2021년 ‘아모잘탄엑스큐’를 출시하며 포문을 연 한미약품이 70% 이상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1년 23억원 수준이던 4제 복합제 원외처방액은 2023년 127억원, 2024년 173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그 뒤를 GC녹십자, 종근당, 제일약품 등이 잇고 있다.
보령은 그간 카나브 계열 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BR1018을 시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카나브 패밀리는 ▲카나브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듀카브플러스 등 7종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원외처방액은 2022년 1503억원, 2023년 1697억원, 2024년 1837억원, 2025년 1948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들 제품의 매출은 1644억원으로 보령 전체 매출의 15.9%를 차지했다. 회사는 올해 카나브 제품군 매출 목표를 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4제 복합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단일제 복용에 비해 복용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 소송·정부 정책 변화 ‘이중고’…실적 변수 부상
문제는 약가다. 이날 선고되는 행정소송 1심 판결은 보령의 캐시카우인 카나브 패밀리의 운명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다.
앞서 복지부는 2023년 2월 피마사르탄 물질특허 만료 후 제네릭이 출시되자, 오리지널 의약품인 카나브정(30%), 듀카브정(21%), 카나브플러스정(47%) 등의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처분을 내렸다. 보령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지금까지 기존 약가를 유지해 왔다.
만약 이날 1심에서 패소할 경우, 집행정지 효력이 사라지며 즉각적인 약가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 이는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 증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악재다. 보령 측이 항소와 함께 다시 집행정지를 신청해 시간을 벌 가능성이 높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는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도 예고돼 있다. 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인하하는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5년간 연구개발 실적 중 제네릭 비중이 78%(39건)에 달하는 보령 입장에선 또 다른 악재다.
보령 관계자는 “소송 결과와 정부의 구체적인 약가 인하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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