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탄소도 풍요로울지니

2026. 2.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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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 명절엔 탄소도 풍요로울지니.

나의 명절 루틴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보니 평소보다 최대 3배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탄소 빼고, 잔소리도 빠진' 그야말로 마음이 풍요로운 명절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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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기후행동]
명절 연휴 탄소발자국 평소의 최대 3배
귀성길 차량 운전… 기차 탈 때의 2.8배
고기 듬뿍 차례상... 평소 상차림의 9배
잔반 20% 증가... 선물 과대포장도 문제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이 4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둔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설 선물세트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목포가 시댁인 나에겐 명절 루틴이 있다. 귀향길 전 옷가지며 영양제 등 부모님 선물 쇼핑, 장거리 운전, 서너 가지의 김치, 낙지와 한우가 기본 옵션인 삼시 세끼(그리고 소화불량), 서울에서도 그 밥상이 이어지길 바라며 바리바리 싸주신 음식으로 터지기 일보 직전인 냉장고. 이 명절 루틴은 다 먹지 못하고 방치된 음식이 결국엔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 명절엔 탄소도 풍요로울지니. 나의 명절 루틴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보니 평소보다 최대 3배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우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동(약 72%)이다. 십수 년째 명절 기차표 예매에 실패 중이라 올해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실시간으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를 포착해 지체 없이 출발하는 '귀성 작전'에 돌입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최소 7시간은 차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빠르고 안락하며 화장실 걱정도 필요 없는 기차에 비해 2.8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니 억울할 따름이다.

두 번째는 음식(약 20%)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댁이 목포'다 보니 처음 시댁의 차례 음식 준비를 경험했을 때 첫째 양에 놀라고, 둘째 맛에 놀라고, 셋째 위가 놀랐었다. 시부모님 연세와 평소 기름진 음식 위주인 식단 탓에 가족들이 이제 전이나 부침은 하지 마시라 말씀드려도, 여전히 소쿠리 한가득 담긴 소고기 육전은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각종 고기가 주인공인 차례상은 평소 식단에 비해 자그마치 9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자식 손주 내려오기 며칠 전부터 준비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다행이련만, 명절 기간엔 오히려 평소 대비 20%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전체의 6%). 해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잔반 없는 명절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없는 듯하다.

아무리 먹을 게 풍족한 세상이라지만 소고기 육전을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 하겠지만, 서울 냉장고에 들어온 귀한 음식들은 아차 하는 새 시간이 흘러 상하거나 냉동실에 둔 음식도 냄새가 배어 결국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된다. 식재료 생산부터 폐기 단계까지 전 과정을 고려하면 국내 음식물 쓰레기 1㎏의 탄소 배출량이 약 6.5㎏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Carbon Dioxide Equivalent)나 된다는 자체 연구를 수행한 나로서는 자괴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설날을 2주가량 앞둔 3일 광주 서구 한 대형마트에서 광주시와 자치구, 한국환경공단 등 합동점검반이 과대포장 및 분리배출 표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은 요즘 많이 대두되는 명절 선물 과대포장 문제이다. 탄소발자국은 크지 않지만 플라스틱 일색에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소재, 부피도 커서 운송 효율도 떨어지는 데다가 분리배출 노동까지 해야 하기에 소비자 역시 달갑지 않다. 그뿐 아니라 몇 해 전 양가 부모님댁에서 기한 지난 각종 영양제와 영양 식품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목격한 이후 '역시 부모님 선물은 현금이 진리'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최근 명절 선물 과대포장이 지적되면서 포장재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꾸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몇 해 전 비슷한 사례로 과자 트레이가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뀌어 탄소발자국을 계산했었는데, 종이 트레이의 탄소발자국이 오히려 크게 나왔다. 다급하게 소재 변경에만 치중하고 부피와 무게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절 선물 포장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탄소 빼고, 잔소리도 빠진' 그야말로 마음이 풍요로운 명절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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