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늘린’ 50대, 예금·주식… ‘사다리 끊긴’ 30대, 코인·빚투[2026 설특집]

조재연 기자 2026. 2. 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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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설특집 - 세대별 포트폴리오
안정추구형 vs 고위험·고수익… 자산 증식도 제각각
◇ 부동산 가진 베이비부머
60대 이상 실물자산 비중 81%
여윳돈 쥔 50대 주식 최다보유
◇ 내집 마련 목표 X세대
예금 유지하면서 주식·연금도
투자·노후 대비 동시에 추구해
◇ 기댈곳 없는 청년 세대
가상자산 보유 비중 34% ‘최고’
소득 낮아 빚내가며 공격적 투자

‘포트폴리오’란 단어는 원래 서류가방을 의미했다. ‘운반하다’란 뜻의 Portare와 ‘잎사귀’ ‘종이’란 뜻의 Foglio가 합쳐져 종이를 나르는 서류가방이란 의미의 이탈리아어 ‘포르타폴리오(Portafoglio)’가 됐고,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로 넘어왔다. 과거 투자자들은 서류가 구겨지지 않도록 들고 나를 수 있는 가방이었던 포트폴리오에 주식·채권·어음 등 유가증권을 넣어 다녔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트폴리오란 말은 그 가방에 들어있는 유가증권의 묶음, 즉 자산의 구성을 의미하게 됐다. 1952년 해리 마코위츠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 정립되면서 자산을 배분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전문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보편화됐다. 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작업물을 한데 모아 경력을 증명하는 포트폴리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쓰이는 단어다.

오늘날 서류가방에 종이로 된 유가증권을 담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은행 예·적금부터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기 등 대부분의 자산은 디지털화돼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서류가방’에 어떤 자산을 넣어서 들고 있는지는 세대별로 차이가 크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등 세대마다 처해온 경제적 환경도, 자산을 증식한 방법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한국인들은 세대별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들고 있는지 짚어봤다.

◇부동산 든 베이비부머, ‘고위험·고수익’ MZ= 지난해 한국은행 등이 실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 기준 평균 총자산은 50대(6억6205만 원)가 가장 많고 40대(6억2714만 원)와 60세 이상(6억95만 원)이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3억1498만 원에 그쳤다. 중장년층의 자산 축적 기간이 긴 만큼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산 구성이다. 60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은 81.3%, 금융자산 비중은 18.7%에 불과했지만 39세 이하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은 58.9%로 금융자산 비중이 41.1%나 됐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의 ‘2025 우리금융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는 급여·사업소득을 제외한 자산 축적 요인으로 부동산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10년대 후반부터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시세가 크게 뛴 만큼, 이는 부동산을 보유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 자산 격차가 고착화하는 구조적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부채 구조 역시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39세 이하(30.3%)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반면, 50대(16.7%)와 60세 이상(10.8%)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다. 학자금·주거 등 젊은 세대에 생애 초기 투자 부담이 집중되는 탓으로 해석된다.

◇나이 들수록 안정형, 젊을수록 공격적 투자= 투자 성향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크다. 은퇴 연령 안팎에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주로 자산 보전과 노후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지만, 아직 사회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X세대는 예금을 일정 수준 비중으로 유지하면서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 연금·보험 등 노후 대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일수록 예금·보험 등 안전자산 비중이 높고, 투자자산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공격적 투자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 금융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금융자산 중 투자·가상자산 상품 예치 비중은 전 세대 중 밀레니얼 세대가 전년 대비 4.1% 오른 34.9%로 가장 높았다. 실물자산 비중이 낮은 세대 특성상 국내외 주식·가상자산 직접투자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빠르게 자산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일자리가 많고 집값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축적이 가능했지만, 현재 20·30대는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탓에 집 마련을 목표로 한 주식·채권·가상자산 투자가 더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은 30·40대, 주식은 50대 중심=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는 젊은 세대일수록 활발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30·4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가상자산보유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 가능 이용자는 총 1077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30대가 30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292만 명)와 20대 이하(204만 명)가 뒤를 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중장년층 비중이 더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024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을 보면 개인투자자 수는 50대가 316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40대(312만 명), 30대(265만 명), 60대(203만 명)고 20대는 138만 명에 그쳤다. 보유 주식 수 기준으로 봐도 50대가 전체의 3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0대(25.1%)와 40대(20.0%)가 뒤를 이었다. 여유 자금이 비교적 충분하고 금융 지식·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령층은 노후 대비, 청년층은 장기적 자산 형성 필요= 세대별로 자산관리 전략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대마다 생애주기에 맞는 장기적 자산 관리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성세대 상당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린 것과 달리 사회 초년생과 청년층은 금융투자에 주로 의존하지만, 고위험 자산 투자로 자칫 자산 형성의 종잣돈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론적 관점에서도 젊었을 때 조금 더 위험 자산에 공격적 투자를 하고, 은퇴 시기에 가까울수록 채권이나 예금 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최근 젊은 세대에서 빚투(빚 내서 투자)·레버리지 상품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몰빵·빚투·레버리지 등 위험한 투자방식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연·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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