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500 넘겼는데 운다…‘증시 불장’이 독(毒)된 ELD 가입자들
일정 상승률 넘어서면 낮은 금리 확정
정기예금보다 수익 낮아

작년 은행 창구를 찾은 A씨는 정기예금 금리가 너무 낮다고 판단해 주가연계예금(ELD)에 목돈을 넣었다. ELD는 주가 변화에 따라 정기예금 대비 추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금융 상품이다. 원금은 정기예금에 넣어두되, 여기서 나온 이자를 주가지수 연계 옵션 등 파생 상품으로 운용한다.
A씨는 코스피200이 1년간 0~10% 범위에서 상승하는 데 따라 금리가 연 11.5%까지 높아지는 상품에 들었다. 문제는 계약 기간 중 ‘단 한 차례라도’ 지수가 10% 초과 상승하면 이율이 연 2%로 확정된다는 데 있었다.
A씨가 예금을 든 7월 말 430선이던 코스피200은 그해 10월 초 500, 12월 말 600을 넘겼다. A씨는 자동으로 연 2% 확정 이율을 받게 됐다. 가입 당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이자만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이 보장되고 코스피가 오르면 추가 수익률을 거둘 것이라는 생각에 가입했다”며 “그런데 코스피가 올라도 너무 오르는 바람에 오히려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했다.
◇2년 만에 판매액 10조원 넘게 불어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ELD를 판매하는 4개 은행은 지난해 ELD 상품을 12조3343억원 팔았다. 이는 전년(7조3733억원)보다 약 67%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 판매액이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2조2303억원) 대비 연간 판매액이 10조원 이상 늘었다.
은행들은 지난해 저금리 시대 대체 투자처로 ELD를 적극 팔았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상품을 판매할 때만 해도 코스피는 3000선에서 오르내렸다. 하지만 코스피는 10월 말 4000선을 돌파했고, 지난달 말 5000선을 돌파하는 등 매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은 사상 처음 5500을 넘겼다.
이 여파로 지난해 판매한 상품 대부분이 만기 전 ‘낙아웃(knock-out)’ 조건을 채우며 금리를 확정했다. 낙아웃은 예금 기간 중 지수가 ‘단 한 번이라도’ 은행이 정한 기준(통상 20~25% 상승)을 넘어서면 높은 금리를 주기로 한 약속이 무효가 되는 것이다. 사전에 정해진 확정 금리만 지급한다.
‘증시 불장’이 오히려 ELD 가입자에겐 독이 된 것이다. 상품에 따라서는 작년 초 가입 후 만기 1년을 기다린 고객이 연 1%대 이자를 가져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NH농협은행이 판매했던 ‘지수연동예금 25-8호(코스피200 수익1형)’의 경우 기준 지수가 553.96(지난해 12월 1일 종가)이다. 만기가 올해 말인데, 계약 개시 한 달여 만인 지난달 9일 종가(668.25)가 상승률 20%를 넘기며 낙아웃됐다.
이 상품은 기준 지수 대비 만기 지수가 0~20% 상승할 경우 최고 연 5.1% 수익률을 얻지만, 20%를 단 한 번이라도 초과할 경우 연 1.7%로 최저 수익률을 받는다.
신한은행의 ‘세이프지수연동예금 코스피 200 보장강화 상승형 25-13호(1년)’도 코스피 200 기준 지수가 384.79(지난해 6월 10일 종가)인데, 이미 낙아웃 조건인 상승률 15%를 넘겼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할 당시에는 ‘오천피’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ELD 가입자 상당수가 예금 위주로 자산을 관리하는 안정 추구형 고객들인데 정기예금 이자만큼도 못 드리는 상황이 난감하다”고 했다.
◇은행도 ELD 출시 취소하며 ‘고심’
이를 의식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원래 이달 초 판매 예정이었던 ‘원금보장형 지수연동예금 26-1호’ 출시를 취소했다.
이 상품은 지수 상승 폭에 따라 최고 연 7%(코스피200 수익3형 기준) 금리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만기 지수가 기준 지수 대비 0~25% 구간을 벗어나면 금리가 연 1.7% 수준으로 낮아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최근 1년 사이 코스피200이 약 130% 폭등한 상황에서 상승세가 이어지면 낙아웃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출시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 상승기에는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ELD가 각광받지만, 그렇다고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공격적인 낙아웃 상품의 경우 지수가 임계치를 건드리는 순간 오히려 최저 수익률이 확정되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ELD 상품은 예금과 마찬가지로 만기 보유 시 1억원까지 원금이 보장된다. 다만 중간에 해지할 때는 중도해지수수료가 발생해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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