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A는 가격이 합의된 뒤에도 흔들릴까 [딜레터]

노아름 2026. 2. 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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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잔잔해 보여도 시장 한 켠에는 반짝이는 보석이 자리합니다.

인수·합병(M&A)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의외로 단순하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책임지는지, 돈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는지, 인수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누가 부담하는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된다.

그래서 인수자는 가격을 깎기보다는 조건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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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잔잔해 보여도 시장 한 켠에는 반짝이는 보석이 자리합니다. 사각지대에도 주목해본다면 알짜 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브릿지코드의 시선에서 살펴본 중소·중견기업 인수·합병(M&A) 트렌드 소식을 띄웁니다. <편집자주>
[AI를 활용해 제작]

인수·합병(M&A)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격은 합의됐습니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거래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정반대다. 오히려 이 시점부터 거래가 가장 많이 흔들린다. 딜이 무너지는 구간은 가격 협상이 아니라 가격 이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실제 현장에서 파기되는 거래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숫자가 틀려서가 아니다. 예상보다 매출이 적어서도, 이익률이 낮아서도 아니다. 문제는 대개 ‘조건’이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책임지는지, 돈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는지, 인수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누가 부담하는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는 빠르게 불안정해진다. 중소·중견기업 M&A에서는 이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한다. 오너에게 회사는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같은 거래규모라도, 잔금이 6개월 뒤에 들어오는 거래와 당일 전액 현금으로 들어오는 거래는 체감 가치는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오너들은 여전히 가격에 모든 협상의 초점을 맞춘다. “얼마에 팔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익숙하지만 “어떤 구조로 팔게 되느냐”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낯설다. 이 간극이 바로 협상 테이블에서 반복적인 충돌을 만든다.

인수자 역시 가격보다 구조를 먼저 본다. 숫자는 조정할 수 있어도 구조는 거래 이후의 리스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수자는 가격을 깎기보다는 조건을 추가한다. 에스크로를 요구하고, 진술·보장을 늘리고, 사후 보상 조항을 넣는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유지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리스크가 뒤늦게 이전되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이 구조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매각자가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협상은 길어지고, 조건은 점점 복잡해지면서 결국 “이 거래는 너무 피곤하다”는 감정이 들면서 거래 자체를 무너뜨린다. 실사보다 감정이 먼저 딜을 깨는 순간이다.

게다가 많은 오너들은 ‘조건 협상’이 가격 협상의 연장선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구조 협상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숫자를 중심으로 한 논쟁이 아니라 리스크와 통제권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대한 전략적 설계다. 가격은 한 번 정해지면 끝이지만 조건은 거래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영향을 준다. 그래서 구조에 대한 무지가 곧 협상력의 약점이 되고, 약점은 곧 양보로 이어진다.

또 하나 간과되는 지점은 거래 당사자들의 ‘시간 감각’이다. 매각자는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길 원하지만 인수자는 쟁점사항을 천천히 확인하기를 바란다. 이 차이가 커질수록 매각자의 불안은 가속화되고, 인수자의 요구는 늘어난다. 결국 긴장감이 쌓이기 시작하면 같은 문장도 다르게 들린다. “조금만 더 확인하겠습니다”라는 말이 검증 과정이 아닌 의심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협상은 균열을 일으킨다.

M&A는 숫자로 시작하지만,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가격은 입구일 뿐이고, 출구는 구조다. 어떤 조건으로 거래가 마무리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순간, 성공적인 엑시트는 기대하기 어렵다.

거래 이후 “생각보다 남는 게 없었다”고 말하는 오너들은 대부분 같은 실수를 한다. 가격에 집착하느라 구조에는 무심했다는 점이다. M&A에서 진짜 실력은 가격을 올리는 데 있지 않다. 조건을 설계하는 데 있다.

김수정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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