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잠 제공' 주저하는 소름돋는 이유 [여의도 Pick!]
김나윤 2026. 2. 12. 09:09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CRS)에서 나온 보고서가 국제 사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의회조사국이 최근 호주에 잠수함을 판매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보고서를 낸 뒤 호주에선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초 조 바이든 재임 당시인 2021년 미국은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통해 미국은 2032년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을 호주에 판매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자국 해군에 공급할 잠수함조차 충분히 건조하지 못하고 있는데 호주에 잠수함을 만들어 파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안으로 호주에 판매할 예정인 잠수함을 미군 지휘 아래 두고 호주 기지에서 운용하는 방안까지도 제시됐습니다.
지난 2021년에 호주는 프랑스와 디젤(어택급)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과 국방 협력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호주는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맺었던 약 560억 유로 규모의 디젤 잠수함 12척 건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습니다.
더 강력한 잠수함을 갖기 위해 전통 우방인 프랑스의 뒤통수를 친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신뢰 관계가 깨졌다"며 분노했고,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호주는 프랑스와의 거액의 위약금까지 감수하며 미국의 잠수함 기술에 모든 도박을 걸었습니다. 오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주의 승부수는 빗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보고서가 판매 재검토를 주장하는 핵심 명분 중 하나는 호주의 '모호한 태도'입니다. 호주는 "대만 유사시 미국을 지원하겠다는 확답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미국 의회는 "미국의 통제를 벗어난 잠수함은 대만 분쟁 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조선업 역량 부족도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은 자국 해군이 필요로 하는 잠수함 수량의 75% 수준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년 2척 이상을 만들어야 자국 수요와 호주 수출 물량을 맞출 수 있는데, 현재 건조 속도는 1.2척에 불과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보면, 호주에 잠수함을 넘기는 것은 자국의 해저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가 됩니다.
호주 야권은 이 같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유당 소속인 맬컴 턴불 전 총리는 오커스 협정 자체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호주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잠수함 기지와 정비시설을 건설한 뒤에도 핵 추진 잠수함을 구매하지 못한다면 호주가 낸 돈으로 잠수함 기지와 정비시설을 확보하게 되는 미국에만 좋은 일을 하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안보를 위해 약속을 깼던 과거의 선택이, 이제는 호주의 안보를 흔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