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설 연휴’ 위해 지금 점검해야 할 예방접종 목록은? [건강한겨레]
명절 모임으로 독감 등 전파 위험 증가
취약자, 코로나19 등 4월 말까지 무료
해외여행자, 황열·말라리아 예방 필수
질병청의 ‘여행건강오피셜’ 참고할 만

오는 14~18일 설 연휴를 맞아 고향과 가족을 방문하거나 국내외 여행을 가는 등 대규모 이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국민이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각종 감염병 예방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국내에선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뿐 아니라 노로바이러스 등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 유행 중이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은 손씻기, 마스크 착용, 조리 위생 등 개인위생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한편, 국외 감염병 유행 현황과 해외여행 건강 정보를 안내하는 누리집인 ‘여행건강오피셜’(http://travelhealth.kr)을 운영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민께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어느 때보다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이 중요한 시기이기에 가족·친지와의 모임이 잦은 설 명절에 앞서 아직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65살 이상 어르신, 임신부, 어린이 등은 설 연휴 전에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대한감염학회 역시 같은 지점을 당부한다. 대한감염학회 신임 이사장인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이동이 잦은 설 연휴를 앞두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및 면역 저하 환자 등을 중심으로 예방접종 내역을 점검해볼 것을 조언한다.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자에 해당한다면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오는 4월30일까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자나 환자라면 별도의 비용이 들 수 있어도 고용량 혹은 면역증강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 예방을 위한 폐렴사슬알균백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도 추가로 접종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 외에도 10년마다 접종받아야 하는 파상풍/백일해 백신(Tdap) 예방접종 시기가 돌아오지 않았는지 확인해보면 좋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https://nip.kdca.go.kr)도 참고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한 경우 각 병원 감염내과나 해외여행 클리닉을 방문해 전문의 조언을 얻는 것도 좋다. 특히, 황열과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황열 예방접종이나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는 것을 권고한다.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가에 따라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행하지 않을 순 있어도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높인다면 감염 및 중증화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동남아 지역의 경우 기후상 연중 내내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도 한다.

면역력은 자연적으로 낮아지는 ‘자원’…백신 통한 ‘외부 지원’ 중요
김홍빈 교수는 면역력을 일종의 ‘자원’으로 비유하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신이란 “외부에서 이러한 자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면역노화 현상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전체 면역력 자원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의 수가 감소할 뿐 아니라,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세포들의 기능 역시 저하하면서 전반적인 면역 반응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했을 때 감염되거나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는 50대 이후부터 10살 증가할 때마다 감염 시 사망률이나 중증 진행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때 예방접종은 개인이 질병을 방어할 힘을 조금이라도 더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은 개인의 ‘통장 잔고’가 0원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지원금과 같다고도 비유할 수 있다.

같은 이유에서 김 교수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진 데 대해서도 우려한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의 엔데믹 전환은 바이러스가 사라지거나 약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인플루엔자나 RSV, 일반 감기(리노바이러스 등)처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라며 “고령자나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 코로나19는 여전히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백신 접종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5~6년간 국내 코로나19 유행 특성이 변화하는 추세에 주목하며 겨울이 마무리되는 지금 시기라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것을 재차 권고했다. 최근 코로나19는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특정 계절에 국한되지 않고 연중 여러 차례 소규모로 유행하는데다 인플루엔자와 겹쳤던 유행 시기도 약간씩 엇갈리며 늦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인플루엔자가 한창 유행하는 시기는 늦가을에서 한겨울 정도다. 따라서 김 교수는 가족 모임과 이동이 늘어나 바이러스 집단 노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설 연휴는 물론 초봄 시기까지도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 양상과 개인과 사회 전체의 면역 상태가 변화한 상황을 고려해 향후 NIP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 그는 전 연령대에 대한 예방접종 이력 관리 체계와 생애주기별 예방접종 로드맵 등을 구축해 NIP의 질병 예방 효과를 데이터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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