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외면한 이재명 발언 "노동운동 열심히 하세요"
노동자들에게 전하는 변화의 신호와 투지 자극
이재명의 발언을 투쟁의 무기로 활용하는 지혜
탄핵의 승리를 일터의 승리로 연결해야할 과제
"결국 누가 해야 합니까? 여러분이 직접 하세요."

이재명 대통령은 며칠 전 창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노동 현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열심히 일해도 격차가 크고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토로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의 답변은 다소 놀라웠다."해결 방법은 뭐냐,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는 거예요. 노동자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안 됩니다. 힘을 모아야 노동자의 지위가 올라가고, 사용자와 힘의 균형을 맞춰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요. 정부도 과거처럼 부당한 탄압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이 발언이 나온 장소와 청중이 상징적이다. 창원은 한국 제조업의 핵심 거점이자, 대기업과 중소 하청 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표적 산업 도시이다. 타운홀 미팅의 참가자들 중에서도 창원 산업 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조직되고 투쟁해야만 임금과 노동 조건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노동운동의 기본 명제이지만, 그동안 정부 책임자의 입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었던 말이다. 특히 "정부도 과거처럼 부당한 탄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은, 그동안 국가 권력이 노동운동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리면 더 의미심장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 발언은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뿐 아니라, 언론 보도와 SNS, 영상 공유를 통해 이를 접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다. 이는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과 기대가 순간적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노조로 조직돼 있지 않거나 정치적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조직 노동자일수록 '대통령도 이렇게 말한다'는 사실은 큰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노동운동을 해도 되는구나',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는 것이 정당하고 필요한 일이구나'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 노조 조직률은 정체되거나 하락했고, 임금 인상률과 파업 건수, 파업 참가자 수 역시 감소했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된다. 조직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지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윤석열의 12·3 친위 쿠데 직후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당시에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노동자들의 충격과 분노는 컸다.
민주노총은 즉각 총파업을 선언했다. 정치적·도덕적 정당성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명분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총파업은 부분 파업에 그쳤고 실제 참가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노동자들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오랜 사기 저하와 두려움이 넓게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국가 권력이 공개적으로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부당한 탄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심리적 방어선을 낮춘다. 그래서인지 친기업적 성향의 보수적 주류 언론들은 이 발언을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 발언이 노동자들에게 미칠 잠재적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노동운동은 이 발언을 외면하거나 냉소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말만 번지르르하다'거나 '어리석게 속지 말라'는 식의 반응은 현장에서 박수치고 환호했던 노동자들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못하고 거리감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낼 정치적·사회적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따라서 출발점은 그 기대와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승리와 정권 교체는 우연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거리와 광장에서 힘을 모아 싸운 결과였다. 이 성과를 분명히 인정할 때, 그 자신감의 불씨를 다시 일터와 삶터로 옮겨 붙일 수 있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정치 투쟁의 경험은, 작업장에서 노조를 조직하고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경제 투쟁의 자신감을 고무한다.
실제로 9년 전 박근혜 탄핵 투쟁 이후를 돌아보면, 그 효과는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붕괴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이전처럼 노골적인 노동 탄압을 이어받기는 어려웠고, 그 정치적 공간 속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6년 약 10% 수준에서 2021년 14% 내외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장기 하락 추세에 있던 시기에도 이는 매우 이례적인 변화였다.
지금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빛의 혁명'이라 불린 윤석열 탄핵 이후, 한국 노동운동 앞에는 다시 한번 기회가 열려 있다. 오랜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었고, 대통령의 입에서 "노동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조건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이 공간을 넓히고,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 때만 의미를 갖는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국무회의에서도 그는 산업재해 문제를 논의하던 중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혼자 대응할 수 없기에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역량이 중요한데, 노조 조직률은 올라가고 있느냐"고 직접 물은 바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힘을 정책적 차원에서 인정한 발언이었다.
물론 이재명 정부가 과연 이러한 발언에 걸맞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노동운동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있느냐는 질문과 비판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비판은 '차라리 이런 말도 하지 말라'는 방향이 아니라, '당신이 한 말대로 하라'고 압박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 투쟁의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어차피 노동운동의 대표적인 투쟁가인 <인터내셔날>의 가사처럼, "우리의 것을 되찾는 것"은 "어떠한 높으신 양반"이 아니라 "강철 같은 우리 손"의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창원 타운홀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누가 해야 합니까? 국민들이 해야 하는 거죠. 여러분이 직접 하세요." 공은 이미 노동운동에게 넘어왔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발언과 이 국면, 그리고 노동운동이 쌓아온 모든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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