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태 심었다가 ‘진퇴양난’…전략작물직불제 개정안 논란

이민우 기자 2026. 2.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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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지침을 개정하면서 백태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지급제한 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지난해 서리태 재배농가가 올해 백태로 전환할 경우 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더 큰 가격 하락을 불러와 농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정책 신뢰성을 유지하고자 전년 재배농가에 한해 지원하려는 것으로, 곧 시행지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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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 등 전년 재배농가만 지원
작년 장마 탓 서리태 전환 몰려
생산 늘어 값 하락…재고 쌓여
“또 심으면 과잉생산 반복될 것”
1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콩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부가 올해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지침을 개정하면서 백태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지급제한 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과잉생산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 정책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생산자들은 또 다른 품목에서 과잉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말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2026년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지침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올해 예산이 4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72.0% 증가하면서 사업대상 면적과 품목이 대폭 확대된 데 따른 조치였다.

논란은 두류 품목의 정비와 함께 지급제한 규정을 명문화하면서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에서 기존 검은콩·메주콩·콩나물콩 등 3종으로 분류된 콩 품목을 서리태·백태·콩나물콩 등 17개 품목으로 세분화했다.

이와 함께 수급관리를 목적으로 정부 수매 품종인 백태·콩나물콩은 전년도 재배농가의 농지에 한해 직불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백태·콩나물콩을 재배해 직불금을 수령하려면 농가가 지난해 동일 품목 재배 사실을 별도 확인서로 증빙토록 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콩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2026년 전략작물직불금 개편안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생산자들은 정부 방침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서리태 가격이 하락하는 등 또 다른 농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전북 김제 등에선 6월 내내 이어진 장마 영향으로 백태 파종기를 놓친 농가들이 7월에 서리태로 작목을 전환한 사례가 많았다. 문제는 서리태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현재 산지 서리태가격은 1㎏당 5000∼5200원선(선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 낮게 형성돼 있다. 조재훈 김제콩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줄곧 백태를 재배하다가 지난해엔 긴 장마로 어쩔 수 없이 서리태를 심었는데 현재 과잉생산에 따른 값 하락으로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논을 임차한 청년농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쌀 수급조절을 위해 2018년부터 농어촌공사가 임대하는 모든 비축농지에 벼를 제외한 타작물재배 의무를 부여했다. 지난해에는 콩과 가루쌀(분질미) 등을 재배토록 했는데 많은 임차농들이 진입장벽이 높은 가루쌀 대신 서리태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에서 논콩을 재배하는 박기훈씨(36)는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정부 임대 비축농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은 사실상 콩으로 제한된다”며 “서리태값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백태로의 전환마저 막히면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백태·콩나물콩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지난해 서리태 재배농가가 올해 백태로 전환할 경우 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더 큰 가격 하락을 불러와 농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정책 신뢰성을 유지하고자 전년 재배농가에 한해 지원하려는 것으로, 곧 시행지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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