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과 ILO 협약 81호 비교 ①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김주영 민주당 의원, 한국노총 법률원 출신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낸 법안을 병합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안으로 만든 것이다.
동북아시아 국가를 비교하면, 노동감독법제와 관련해 일본형과 대만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근로기준법격인 노동기준법에 노동기준감독관에 관한 장을 둬 규율하고 있다. 대만은 노동검사법을 따로 둬 노동감독관을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을 별도로 만듦으로써. 근로감독제도가 근로기준법을 기반으로 하던 일본형에서, 별도의 노동감독법을 기반으로는 대만형으로 옮겨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매일노동뉴스> 2025년 12월4일자 '근로감독관법 제정 멈추고, 대만 노동검사법 배워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만 노동검사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대만 노동검사법은 '노동감독체제'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1호에 충실하다.
대만 노동검사법과 비교할 때,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은 몇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대만 노동검사법은 노동검사, 즉 노동감독의 주체를 △정부감독기관(중앙·지방) △지정감독기관(행정기관·학술기관·공공기관·비영리기관) △노동검사관 △지정검사관(앞의 세 범주에 들지 않는 검사 수행 개인) 등 네 가지로 나눈다. 이에 비해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은 노동감독의 주체를 정부감독기관(중앙·지방)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노동감독의 주체는 '노동감독체제'에 들어갈 기관이나 개인을 말하는데, ILO 협약 81호는 노동감독체제 참여 단위로 "정부기관, 공공기관, 민간기관, 노동자, 사용자, 노동자단체, 사용자단체"를 명시한다(5조). 참고로 ILO 협약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문재인 정권 이래 '선입법-후비준'이다. 협약 내용이 국내 법령에 들어가야 협약을 비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입법-후비준' 입장을 고려할 때, 1992년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협약 81호가 규정한 노동감독체제에 참여할 단위에 "노동자, 사용자, 노동자단체, 사용자단체"가 명시되지 않은 점은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남는다. 이 법안을 추진한 의원 모두가 노동조합 출신이라는 사정을 생각할 때, 노동감독체제의 참여 단위에서 "노동자, 노동자단체"가 제외된 것은 국회 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한다 해도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협약 81호의 내용이 충실하게 법안에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있다. "사업장 불시 감독 원칙"이 대표적이다. ILO 협약 81호는 12조에서 "사업장에 주야 어느 시간이든 예고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은 16조3항에서 "사업장 감독은 불시에 해당 사업장을 방문하여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여 '사업장 불시 감독'을 처음으로 법규정으로 밀어 올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노동행정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원칙 따로 현실 따로'였는데 '사업장 불시 감독 원칙'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흥미롭게 노동감독관직무집행법안에는 이재명 정권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과 충돌하는 조항도 눈에 띈다. "노동관계 법령 위반에 대한 현장조사, 서류의 제출, 심문 등의 수사는 검사와 중앙노동감독관이 전담하여 수행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24조 사법경찰권 행사자의 제한). 필자는 노동감독관이 전면적인 수사권, 즉 사법경찰권을 갖고 있어야 하는 지는 의문을 갖고 있다. 노동검사라는 대만의 용어에서 보여지듯이 사건의 예방을 위한 검사 활동이 노동감독관의 주된 임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동감독관은 예방에 집중하는 대신,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그리고 그 기소는 검찰이 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노동감독관이 사업장의 범법 행위를 발견하면, 단독으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공조하고, 본격적인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는 체계가 단기적으로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장기적으로는 노동감독관이 노동경찰이 되는게 아니라, 일선 경찰서와 검찰청 안에 노동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webmaster@labortoday.co.kr)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