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개발협력⑼ 다르푸르 평화 위한 청년자원활동 사업

우분투추진단 2026. 2.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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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완 서강대 교수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그래픽> 무력충돌이 빚어진 수단 서부 다르푸르 (서울=연합뉴스) 2010년 4월 당시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남부 준자치지역 정규군과 유목민 사이에 교전이 발생해 최소 55명이 숨졌다고 이 지역의 한 부족장이 AFP 통신에 전했다. sunggu@yna.co.kr

필자가 수단 다르푸르에 방문한 이유는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과 코이카가 공동 추진한 다르푸르 평화와 재건을 위한 청년자원활동(The Youth Volunteers Supporting Peace and Recovery in Darfur, YoVoReD)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UNDP는 다르푸르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실정에 맞는 다양한 개발협력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UNDP 차량에 탑승한 필자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oVoReD 사업의 핵심은 청년들을 교육해 다시 마을로 돌려보낸 뒤 그들이 마을의 리더가 돼 주민들에게 습득한 기술을 전파하게 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싸우지 않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외부인의 눈에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이곳의 유목 집단과 농경 집단 간의 충돌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다르푸르 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전통적인 농경과 유목에 의존해 살아간다. 유목 집단은 가축을 이끌고 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농경 집단은 정착하여 땅을 일군다. 평소 이들은 공존의 질서를 유지하지만, 환경이 척박해지면 갈등의 불씨가 지펴진다. 극심한 가뭄으로 목초지가 사라지거나, 유목민의 가축 떼가 실수로 농민의 밭을 침범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애써 일군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과 굶주려 죽어가는 가축을 지켜내야 하는 유목민의 충돌은 단순한 시비를 넘어선 처절한 생존 투쟁이 된다. 본래 이러한 분쟁은 공권력이 중재해야 마땅하지만, 다르푸르의 광활한 영토와 열악한 치안 여건상 경찰의 개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다르푸르의 특수한 상황이 이러한 집단 간의 충돌을 끔찍한 방식으로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제노사이드라는 비극을 겪은 다르푸르에는 수많은 무기가 방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분쟁이 발생하면 대화 대신 총구를 먼저 겨누곤 했다. 결국 공권력의 빈자리는 무기를 든 집단 간의 유혈 충돌로 채워지게 된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두 집단 사이의 전면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양측 모두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전면전이 일어나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일단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 분쟁의 본래 원인은 희미해지고, 오직 상대 집단을 향한 눈먼 복수심만 남는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분노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이는 결국 상대를 말살하겠다는 극단적인 증오로 이어진다. 과거 수단 정부는 이러한 민간의 갈등을 추악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 당시 이슬람계 정부는 무슬림 유목민들을 조직적으로 부추겨 악명 높은 민병대 잔지위드를 조직했고, 이들을 통해 반대 세력에 대한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정권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의 대가는 고스란히 다르푸르 주민들의 몫이 됐다.

이 비극적인 갈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 UNDP가 제시한 첫 번째 해법은 놀랍게도 경청이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대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상식처럼 들리지만, 대를 이어 증오를 대물림해 온 주민들에게 이는 세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가르침이었다.

UNDP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점별 교육 방식을 택했다. 광활한 지역에 흩어진 모든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대신, 선발된 청년들을 전문 리더로 양성한 것이다. 교육을 마친 청년들은 마을로 돌아가 실력을 인정받으며 점차 영향력 있는 중재자로 성장했다. 이들은 왜 폭력이 답이 될 수 없는지를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분쟁 발생 시 신속한 봉합책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구축한 마을 간 청년 리더 네트워크는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기 전 대화로 해결하는 결정적인 교두보 역할을 해냈다.

YoVoReD 사업은 청년들을 마을의 선망을 받는 리더로 세웠을 뿐만 아니라, 그들 개개인에게 견고한 커리어의 발판이 돼주었다. 인터뷰에서 만난 한 여성 참가자의 사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가부장적 색채가 짙은 수단 사회에서 그녀는 스스로 리더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여성 참여율 50%라는 사업의 원칙 덕분에 기회를 얻었고, 이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교육 참가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마을의 갈등을 중재하고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이끄는 등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수단 지방 정부의 공무원이 됐다. 당시 재정부에서 근무하며 YoVoReD 사업을 지원하는 행정가로 활약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수혜자를 다시 조력자로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국제개발협력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마을에서 인터뷰하는 필자(테이블 가운데)와 주민들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장 연구의 전 과정을 함께했던 아래 사진 제일 왼쪽에 있는 가나 출신의 UNDP 직원 아이작은 누구보다 이 사업에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갑작스러운 내전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UN 컴파운드가 공격받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그는 사선을 넘나드는 탈출을 감행해야만 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수단으로 돌아가 비교적 안정적인 동수단 지역에 머물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다르푸르를 향해 있다. 아이작은 자신이 그토록 아꼈던 YoVoReD 사업이 다르푸르에 재개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수단에 평화가 다시 깃든다면, 이 사업은 재건의 초석이 될 가장 절실한 대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면담 후 식사하는 필자(가장 오른쪽)와 일행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 연구팀 역시 YoVoReD 사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목격하며, 이를 확장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었다. 다르푸르에 진정한 평화를 뿌리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모델을 구상하며, 필자는 '예산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이곳에서 몇 년이고 머물며 힘을 보태겠노라'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내전은 그 모든 희망의 문을 닫아버렸다. 아무리 좋은 개발협력사업이라도 분쟁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분쟁은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가능성을 앗아가는 재앙이다. 다르푸르의 아이들이 다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평화가 찾아오기를, 그 간절한 소망이 현실이 될 날을 빌어본다.

아이들과 기념촬영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영완 교수

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아이오와대학(University of Iowa) 정치학 박사,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개발협력 석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사회과학단 전문위원(2022∼2024), 현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 민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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