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은퇴 아닌 ‘금퇴’ 원한다면 DC형 갈아타고 실적배당형 전환을

누구나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들어봤겠지만, ‘금퇴(金退)’란 말은 생소할 것이다. 금퇴란 ‘은퇴 후에도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금전적으로 준비된 은퇴’를 의미한다. 퇴직연금을 은퇴하는 시점까지 꾸준하게 잘 관리한다면 누구나 금퇴는 가능하다. 최근 발표한 ‘2024 퇴직연금통계 결과 분석’을 통해 금퇴로 가는 지름길을 찾아보자.
◇퇴직연금 500조원 시대 돌입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10%를 훌쩍 넘는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 15% 성장을 가정했을 때 2025년 말 기준 적립금은 495조원을 넘어서게 되고, 2026년도부터는 500조원 시대를 열어 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3위 규모인 국민연금기금 1473조원(25년 12월 잠정치, 국민연금공단)의 3분의 1에 달하는 자산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렇듯 퇴직연금은 직장인에게 국민연금 못지않은 핵심 노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에도 달했다. 다른 의미로 퇴직연금은 많은 분들의 든든한 노후자산이 될 수 있는 필수 금융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국가가 알아서 관리해주지만, 퇴직연금은 가입한 근로자가 관리해야 한다는 차이는 있다.

◇DC·IRP 비중이 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유형별 적립금액을 살펴보면 각 유형별로 전반적인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DB형 적립금은 9조1000억원, DC형은 16조7000억원, IRP는 23조 100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IRP의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다음으로는 근로자가 운용하는 DC형이 많이 증가했다. 그 결과 퇴직연금 적립금내 DC와 IRP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개인들의 자산관리 및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 전환과 더불어 다양한 운용 선택권 부여와 세제 혜택 등 제도 개선의 효과로 분석된다. 향후에도 퇴직연금제도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며, DC·IRP 중심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역시 증가세를 유지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배당형 상품도 강세
실적배당형 상품의 구성비가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하며, 우리나라 퇴직연금 운용 패러다임의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인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12.8%에서 17.5%로 상승 했고, 제도유형별로도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저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원리금보장상품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DC형과 IRP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크게 올라간 것은 가입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국내외 증시의 성장 기대감과 노후 자산 증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의 투자 다각화와 포트폴리오 운용에 대한 가입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가는 모습이다.

◇증권업의 지속적인 확장
업권별 구성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은행업종은 양호, 증권업종은 강세, 보험업종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과반이 넘은 은행업종은 2024년 대비 구성 비중이 0.5%포인트(p) 증가에 그쳤으나 증권업종은 22.7%에서 24.1%로 1.4%p가 증가하며,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반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각각 1.6%p,, 0.3%p 감소하며 약세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업종의 비중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역시 퇴직연금의 투자 활성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역별 실적배당형 상품 구성비를 보면 증권업종이 34.5%로 은행 13.0%, 생명보험 11.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이 실적배당형 금융투자상품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중소기업 제도 도입 활성화는 미흡
퇴직연금 사업장 도입률과 근로자 가입률은 기업 규모에 따라 큰 격차가 존재한다. 3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2.1%, 근로자 가입률도 70.6%에 이른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도입률은 10.6%, 가입률은 11.9%에 불과하고, 5~9인 사업장 역시 각각 32.7%, 29.5%로 저조하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제도 도입이 활성화되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제도 인식, 도입과 운영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부담, 근로자 이직률 및 고용 불안정성 등이 꼽힌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제도 도입 시 세제 혜택 확대, 절차 간소화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퇴직연금 제도의 보편적 확산을 통
해 근로자 간 복지 격차를 해소하고 노후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빠르게 증가하는 개인형퇴직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단순한 절세 수단을 넘어 전 연령대의 핵심 노후자산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4년 전체 적립금은 99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증가했다. 퇴직연금 제도가 형식적 적립을 넘어 실질 자산 축적 단계로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는 적립금 규모는 작지만 각각 22.4%, 31.7%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조기 노후 준비’라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주목할 부분은 60세 이상이다. 증가율 35.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은퇴 이후에도 연금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IRP를 운용형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연금을 통해 현금 흐름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전환이
진행 중으로 IRP가 향후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은 여전
퇴직연금 중도 인출은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유는 특정 자금 수요에 집중돼 있다. 2024년 기준 중도 인출 인원은 6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인출 금액 역시 2조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아직도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들에게는 퇴직연금이 위기 시 활용이 가능한 비상금 준(準) 유동자산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출 사유로는 주택 구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주택 구입 목적 인출 인원은 3만8000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주거 안정이 생애 핵심 과제인 사회 구조 속에서 퇴직연금이 주택자금의 보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 퇴직연금 제도가 노후 소득 보장 과 현실적 역할인 생애 전반 안전자산 사이에서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형퇴직연금 이전과 해지
개인형퇴직연금의 이전과 해지는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29세 이하와 30대에서 이전과 해지 모두 활발했다. 이는 사회 초년기와 경력 전환기에서 퇴직연금이 안정적 장기 자산이 아니라, 직장 이동과 소득 변동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50대부터는 이전이 해지를 상회한다. 은퇴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퇴직연금을 해지하기보다 관리 목적의 계좌 이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60세 이상에서 해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연금수령 단계에 진입하면서 운용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통계로 보는 퇴직연금 관리 전략은
지금까지 살펴 본 통계는 퇴직연금 자산관리의 흐름과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이에 직장인을 위한 퇴직연금 관리전략 4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DB보다 DC 중심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임금 상승률이 낮은 환경에서는 퇴직 시점 임금에 연동되는 DB형만으로 충분한 노후 자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원리금보장 운용에서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령과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실적배당형 상품을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두고, 안전자산은 금융 시황에 따른 완충 역할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금융사 선택 기준을 ‘안정성’보다 ‘운용 역량’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 거래 관계가 아닌 상품 다양성, 수수료 구조, 리밸런싱과 이전 편의성을 기준으로 금융사를 선택해야 한다. 넷째, 중도 인출을 전제로 퇴직연금을 설계하지 말아야 한다. 퇴직연금과 별도로 비상 자금과 주거 자금을 준비하고, 퇴직연금은 노후 전용 자산으로 보호하는 구조적 분리가 필요하다.
출처=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연구위원
정리=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