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시대엔 로봇이 사람 일자리 차지... ‘21세기판 인클로저 운동’ 본격화 되나

양철민 기자 2026. 2. 1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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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근로소득세…재정 기반 흔들
로봇세·기본소득…분배체계 대전환
대학도 ‘취업학교’서 리스킬링 거점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근로소득 문제를 비롯해 이에 기반한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 전반 이슈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머노이드 시대에는 사회적 양극화와 노동 소외 등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는 한국사회가 급격한 사회적 혼란에 따른 일종의 무규범 상태를 지칭하는 ‘아노미’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2일 국제로봇연맹(IFR)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만명당 로봇대수는 1012대로 전세계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중이다. 휴머노이드 시대가 도래할 경우 한국은 여타 국가 대비 로봇의 일간 일자리 대체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의 9년전 발언에 주목한다. 당시 빌게이츠는 “노동자가 로봇으로 사라지면 근로소득세를 메우기 위해 로봇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산업계 전반의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9년전 로봇은 특정 산업분야에서 특정 업무만 담당하는 제한적 기능만 수행해 노동자와 로봇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른바 ‘노로갈등’ 이슈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2026년 현재에는 인간이 하는 모든 작업을 범용적으로 수행가능한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며 노동하지 않는 인간인 ‘호모라보란스’ 시대로의 전환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국 사회는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AI 대응 수준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드러난다. 경사노위 위원 15명 중 AI 시대를 맞이한 정부와 민간의 대응 수준을 ‘보통 이하’로 평가한 응답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이른바 ‘소셜 리모델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소외는 결국 세제, 사회보장 제도 등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불평등·양극화 막아라...‘소셜 리모델링’ 본격화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도입 확산으로 근로소득에 기반한 조세 체계를 비롯해 소득 분배 방식, 교육기관의 역할,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재설정에 대한 논의 등이 향후 본격화 될 전망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각국은 근로시간 규제, 산재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도입, 근로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 등으로 대응했지만 AI·휴머노이드 시대에는 이 같은 제도 변화의 폭과 속도가 훨씬 크고 빨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각종 유무형 재화의 생산을 AI나 휴머노이드가 담당하며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 빼앗아가는 이른바 ‘21세기판 인클로저 운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클로저 운동은 16세기 영국에서 발생한 움직임이다. 당시 양털값 급등으로 농지를 양을 기르기 위한 목장으로 바꾸는 지주들이 늘어나며 소작농을 비롯한 농민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소설 ‘유토피아’의 작가로 유명한 토머스 모어는 이와 관련해 ‘양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영국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며 인클로저 운동에 대해 비판의식을 드러낸바 있다. 21세기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을 먹여살리기 위해 만든 로봇이 사람의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로봇발(發) 인클로저 운동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12일 경제학계 등에 따르면 AI·휴머노이드 확산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분야는 조세와 사회안전망 분야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2024년 기준 소득세는 전체 세수의 18.1%인 61조원 가량으로 2014년 관련 비중이 12.4%였다는 점에서 매년 비중이 커지며 정부 재정에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중이 이제 우하향 할 일만 남았다는 점이다.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과 AI가 공장 운영 과정 전반을 담당하게 되는 ‘다크팩토리’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 될 경우 근로 소득은 줄어들고 로봇과 AI를 운영하는 기업과 플랫폼 사업자의 이익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반면 실업자나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비용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던 2019년 당시 ‘자동화된 불평등(automating inequa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높은 수준의 IT 기술 기반은 신산업을 촉진할 수 있지만 교육 및 전문성이 낮은 이들은 이 같은 신산업 수혜로부터 배제되고 결국 구조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바 있다.

AI·휴머노이드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2010년 후반 대비 노동시장 변화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AI·로봇 시대가 노동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혁명 또는 러다이트 운동(19세기 기계의 등장으로 임금 하락과 실직 위험에 노출된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 당시 대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AI·로봇 활용도 꾸준히 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2017년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언급한 ‘로봇세’와 관련한 논의가 다시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기존 소득세수의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일정정도의 세금을 로봇에 부과하는 방안이 재정 안정화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유럽연합(EU) 의회는 로봇세 신설의 전제가 될 ‘전자인격(electronic person)’을 로봇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EU 집행위원회 측에 요구하는 등 파장이 상당했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소고’라는 논문을 통해 “자동화가 초래한 불평등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동 및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한 재원 조달 방식이 중요한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이익 배분은 기존 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재원 조달 방안 역시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봇세 도입을 위해서는 로봇세의 성격과 부과 대상 로봇의 기준 등 관련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우선 로봇세를 기존 조세 체계에 포함시켜야 할지, 아니면 환경개선부담금과 같은 ‘특별부담금’으로 분류해야 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외에도 지능화 수준에 따른 로봇 별 세율 차이, 로봇세를 로봇 소유 사업자에게 부과할 지 여부, 로봇세로 늘어난 세수를 어떻게 사용하고 배분할 지 여부 등을 매듭지어야 한다.

대학도 바뀌어야...기본소득 논의도 본격화 전망


AI·로봇 시대에는 일자리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데다 기존 반복학습에 기반한 단순 암기와 같은 교육방식은 설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대학을 제조업시대에 최적화된 산업역군을 길러내는 일종의 ‘취업 사관학교’가 아닌 평생 교육을 담당할 ‘리스킬링(Re-skilling)’ 교육 기관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AI 시대에는 ‘출제자가 의도하는 정답’ 보다는 ‘창의적 해답을 찾기 위한 특별한 질문’이 중요한 만큼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은 “AI가 향후 엄청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학 또한 단순 지식 전달자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정 소득을 정부가 메워주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향후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시범사업 대상 10개 군을 대상으로 이달말부터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지만, 단순 지역균형 차원에서의 접근이라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핀란드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 등 해외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실직자를 대상으로 연 100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며 이른바 ‘기본소득 사회’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해당 수준에 미달할 경우 미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도입해야지만 로봇 등장 이후에도 근로자를 일터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소득세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AI·로봇 시대에는 결국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초연금이나 저소득층 대상의 각종 수당을 모두 기본소득으로 통합하는 등 큰 폭의 세제 개편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봇 1대가 사람 3명을 대체.. 공포의 가성비 ‘레이버 시프트’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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