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주식된 K증시]③ 코로나 시절 동학개미, 4년 넘게 묶였다... ‘한탕 투자’의 끝은 장기 고립

연선옥 기자 2026. 2.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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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투자 손실, 동시에 줄이려면 분산 투자“
“AI 랠리 이후 조정 전환 대비할 구간”
복권 긁듯 샀다가는 개미들 백전백패

수백 년의 금융 역사가 증명하는 불변의 진리는 모든 랠리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혁명에 힘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장주의 실적 호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단기간 유입된 막대한 개인 자금이 만든 ‘급등의 피로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국내 대형주마저 밈주식처럼 급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에 대세적인 주가 상승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조정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형 우량주마저 밈주식(Meme Stock)처럼 등락폭이 커지는 현상이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당국은 물론 개인 투자자 스스로도 안전판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는 가계 자금이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으나,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산시장의 움직임과 그 기저에 깔린 투자 심리는 전형적인 강세장 후반부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유동성 확대 국면이 마무리되고, AI 투자의 지속성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위험자산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2년 가까이 이어진 위험 자산 가격 상승 사이클이 막바지에 가까워졌다면, 투자자들은 조만간 찾아올 하락장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넘어 마감한 지난 1월 27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뉴스1

다수 전문가가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확실한 안전판은 ‘분산투자’의 원칙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은 “지난해부터 증시가 이례적인 강세장을 지속하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투자 손실이 나는 것보다 기다리기만 하다가 ‘포모(FOMO·소외 공포)’에 빠지는 게 더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포모와 투자 손실을 동시에 줄이는 비결은 결국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급등하는 반도체·로봇·방산·조선주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손실 가능성은 적은 증권사 발행어음이나 채권,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도 적절히 자산을 배분하라는 것이다. 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은행 예금을 통해 현금을 일부 확보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과거의 뼈아픈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저금리와 유동성 파티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 초,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자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이른바 ‘상투’를 잡으며 극심한 손실을 경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른바 ‘8만 전자’, ‘9만 전자’를 외치며 급등했으나, 최고점인 9만6800원(2021년 1월)을 찍은 이후 4년 넘게 장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며 수많은 ‘동학개미’를 고점에 고립시켰다. 실적 기대만으로 밈주식처럼 폭주했던 대형주들이 유동성 회수 국면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과정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당시에도 개인은 ‘이번엔 다르다’며 빚을 내 대형주를 샀지만, 결국 하락장에서 손절매 타이밍을 놓쳐 손실을 봤다”며 “최근 AI 광풍 역시 과거의 ‘묻지마 투기’ 양상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밈주식의 보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개인 투자자의 매매 활동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과도한 투기적 거래가 증가했다”며 “밈주식 열풍은 역사적인 숏스퀴즈(공매도 투자자가 주식을 한꺼번에 되사며 주가가 오르는 현상)로 이어졌고, 이런 과열 양상이 단기 상승 여력은 있지만 조정 리스크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는 수익 추구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리스크 관리’라고 강조했다.

분산투자의 효과는 기초 자산 규모가 작은 젊은 투자자일수록 더 크다. 또 다른 증권사 주식 운용 전문가는 “주식 투자 업력이 짧을수록 자신의 투자 성과를 평가할 시계(視界)를 길게 잡아야 한다”며 “주식 매매를 복권 긁는 듯한 태도로 임하는 투자 행태의 평균 수익률이 매우 낮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에 더 많은 개인 자금이 유입되고, 대형 우량주도 밈주식과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확산하는 환경에서 투자 교육을 강화하는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JP모건은 “자산 가격이 급변동하는 구간에서 개인 투자자의 금융 이해도가 손실 규모를 좌우한다”며 “젊은 세대의 주식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 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라고 강조했다.

밈 주식(Meme Stock):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밈’과 주식의 합성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 투자자의 입소문을 타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주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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